


[촌부의 단상]줄콩밭에서 어머님 생각을...
7월 19일, 음력 유월 열이렛날
휴가시즌이라서,
7월도 어언 중순을 지나 하순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학생들이 여름방학을 하였고 직장인들은 여름휴가를
떠나는 휴가철이 되었다. 산중턱에 있는 우리집에서
고속도로가 보이지는 않지만 이맘때 가끔 내려가보면
아주 고속도로 모습은 가관이다. 마치 주차장을 방불
케하는 멈춰 서있는 자동차 행렬을 보게 된다. 정말로
대단한 인내심을 가진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지금껏
저렇게 밀리는 고속도로를 따라 여행이나 피서를 가본
기억이 없는 촌부로서는 이해가 안간다. 저들이 이런
촌부를 보면 피서나 여행의 묘미를 모른다고 하려나?
올여름 피서객들의 행렬로 영동고속도로는 또 얼마나
몸살을 앓게 될까? 그렇다고 하더라 모두들 안전운전
하여 사고없는 휴가철이었으면 좋겠다.
장마철에도 건재한 상추,
이른 아침이면 자연스럽게 발걸음은 텃밭으로 향한다.
전날 저녁무렵에 살펴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또 사방을
살핀다. 혹시라도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슬을
먹고 얼마나 더 자랐는지, 꽃은 많이 피었는지, 열매는
얼마나 열리고 잘 자라는지, 수확할 것은 좀 있는지?
장맛비에 호박은 정신없이 많이 열린다. 남아 돌아서
나눔을 해야겠구나! 장마철이 되면 잎이 녹아버리는
것이 상추인 것으로 아는데 우리 청상추는 건재하다.
몇 포기 심은 꽃상추는 꽃대가 올라오더니 비바람에
자빠져 일어날 줄을 모른다. 뽑아야 할 것 같다. 또한
제법 많이 심은 적상추도 꽤나 많이 뜯어 나눔을 했다.
어제까지는 괜찮았으나 머잖아 꽃대가 나올 기미가
보인다. 청상추가 오래까지 자라는 것은 촌부 나름의
관리방법이 아닌가 싶다. 봄날 어릴때부터 아랫쪽의
진잎을 따주고 상추를 뜯을 때도 꼭 밑쪽부터 차례로
뜯는다. 원래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 다른집 상추보다
쫑대가 나오는 시간이 늦춰져서 장마철에도 싱싱한
상추를 먹게 되고 자주 나눔도 하게 되어 즐겁다.
줄콩을 보면 어머님 생각이,
고추밭을 돌아보고 방울토마토를 살펴보고 조선오이
몇 개를 따고 있는데 어디선가 벌들이 꽃을 찾아 꿀을
따느라 바삐 날개짓을 하며 내는 소리가 웅웅거렸다.
이른 이 아침에 어떤 꽃에서 벌 소리가 나는 것일까?
숨을 죽이고 벌들의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보니 지금
한창 꽃이 피고 있는 호랑이 무늬 줄콩 덩쿨 사이에서
벌들이 꽤나 많이 들락거리고 있었다. 유인줄을 타고
뻗어 올라가면서 얼마나 무성하게 잎파리가 자랐는지
비스듬히 눕혀놓은 병풍처럼 맞은 편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다가가 살며시 잎파리를 들춰보니 자그만
꽃이 엄청시리 많이 피어있는 것이 아닌가? 꽃은 아주
자그맣고 예쁘게 피는데 콩이 열리고 익으면 껍질인
콩깍지는 꽤 큰 편이다. 줄콩이라서 심는 밭의 크기도
그리 넓지 않아도 된다. 지지대를 세우고 유인줄만 잘
묶어준다면 꽤 생산성이 높은 밭작물이다. 맛도 좋을
뿐만 아니라 영양면에서도 그 어느 콩에 못지않는다.
이 줄콩은 어머님과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콩이다.
오래전 어느해 씨앗을 구해다 주셔서 지금껏 해마다
심어 기르고 있다. 어머님 생전에 해마다 줄콩이 열려
잘 여물고 익은 것을 갖다드리면 아들, 며느리가 농사
지은 것이라며 엄청 좋아하셨는데 이제는 어머님께
드릴 수 없음이라 안타깝다. 그저 이제는 줄콩 자라는
것을 보며 어머님을 추억하게 되고, 줄콩을 넣고 지은
밥을 먹을 때마다 어머님을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어머님께서는 당신이 떠난 후에도 당신을 추억하라고
이 줄콩 씨앗을 구해다 주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너무 예쁜 꽃이 피고 콩이 열리기 시작하는
줄콩밭에서 어머님을 잠시 만나고 온 듯한 느낌이다.
"어무이! 올해도 줄콩 농사가 참 잘 될 것 같십니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