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뜨락은 무성한 풀밭인데...
7월 13일, 음력 유월 열하룻날
이제 한여름이다. 절기상으로 하지도, 소서도 지났다.
절기는 아니지만 오랜 옛날부터 조상대대로 전해오는
풍속이고, "해마다 일정한 시기에 되풀이하여 행해온
고유의 풍속"이라고 정의하는 세시풍속(歲時風俗)에
해당하는 삼복(三伏) 중 그 첫 번째인 초복(初伏)이
어제였다. 온갖 수풀들이나 농작물은 짙은 녹색이다.
우리는 이 계절을 녹음의 계절이라고 하고, 다른 말로
성하(盛夏)의 계절 즉, 한여름, 삼복더위라고 말한다.
이 무더운 계절을 이겨내려고 사람들은 산과 바다로
피서(避暑)를 떠나곤 한다. 소위 말하는 휴가철이다.
머잖아 전국의 고속도로는 물론 국도도 차량 행렬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 그러고보니 이 촌부는 지금껏
휴가를 떠나는 차량 행렬의 대열에 끼어 고생을 해본
기억이 거의 없다. 도시생활을 하던 그때도 휴가철이
시작되기 전이나 휴가철이 끝난 후 다소 한적한 때를
골라서 다녔다. 북적되는 것도 싫고 뙤약볕에 밀리는
도로에서 고생하는 것도 싫었던 것이다. 그렇게 오랜
도시생활을 접고 이 산골에 온 이후에는 펜션 영업을
하느라 아예 여름 휴가는 잊어버렸다. 그런데 촌부의
운명은 여름 휴가와는 거리가 먼 것 아닌가 싶다. 또
새로운 일을 하다보니 여름과 겨울은 물론 주말에는
움직일 수가 없다. 어찌보면 다행이고 또 한편으로는
허전함이 없잖은 면도 있긴 하지만 북적거림 보다도
한적함을 더 즐기는 우리 부부에게는 잘된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기로 했다. 그게 속이 더 편할 것이란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장맛비에 무성하게 자라난 풀
(촌부는 야생초, 야생화라고 하여 자연스레 자라게 함)
이야기를 하려다가 이야기가 샛길로 빠져 버렸네.ㅎ
이제 촌부네 앞뜨락은 물론 옆, 뒷뜨락의 야생초들은
키가 엄청 자랐다. 봄에 꽃을 피우는 야생초들은 거의
사그라지고 여름이나 가을에 꽃을 피우는 야생초들은
무성하게 자라나 꽃을 피웠거나 꽃을 피우려고 채비를
하는 모습이다. 같은 곳에서 순서대로 차례차례 꽃을
피우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다.
금낭화, 은방울꽃, 매발톱꽃, 바람꽃, 제비꽃, 할미꽃,
얼레지, 현호색, 사랑초, 괭이눈, 양지꽃, 복주머니난
같은 봄을 장식하던 야생초들은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췄다. 그나마 잎파리가 남아있는 삼지구엽초 같은
야생초 몇몇 종류는 키가 큼직막하게 자란 야생초들
사이에 가려서 보일락 말락이다. 도라지, 잔대, 참취,
개미취, 큰까치수염, 동자꽃, 기린초, 마타리, 원추리,
왕고들빼기, 산국, 비비추, 백합, 나리꽃, 달맞이꽃,
금계국, 물봉선, 투구꽃 등등.. 그리고 잔뜩 심었으나
겨울에 구근 관리를 잘못해 겨우 몇 그루가 살아남은
다알리아와 키가 2m는 족히 넘게 자라는 박쥐나물,
금꿩의 다리, 겹삼잎국화와 같은 여름, 가을에 꽃피는
야생초들이 뜨락을 가득 채워 촌부를 반긴다. 그 뿐이
아니다. 더덕, 으아리와 같은 덩굴식물들은 꽃이 피기
전까지 열심히 영역을 넓히며 덩굴을 뻗어가고 있다.
머잖아 여름꽃이 피고 뒤따라 가을꽃이 피게 되겠지?
주로 야생화가 자라는 뜨락에 외롭게 몇 그루가 있는
백합도 큼지막한 꽃을 피웠다. 자세히 들여다 봐야만
보이는 꽃이 "나도 꽃을 피웠소!"라며 서있는가 하면
오뉴월에 꽃이 피는 붓꽃 같은 야생초는 번식을 위해
씨방이 맺혀 뜨거운 여름 햇볕에 씨앗을 키우고 있다.
촌부는 오늘도 "무슨 꽃이 피었을까?" 궁금해 하면서
뜨락의 좁다란 오솔길을 서성이고 있다. 남들이 보면
"무성한 풀밭에서 뭘하고 있을까?"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