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망중한(忙中閑) 그리고...
7월 10일, 음력 유월 초여드렛날
저녁부터 내일까지 비소식이 있다더니 잔뜩 흐리다.
장마철인데 마른 장마가 이어져 비를 기다리는 촌부,
밭에 물을 주는 것이 힘들어서 비를 기다리는 것이다.
너무 많이 오지말고 적당히만 내려주면 좋겠다면서...
망중한(忙中閑)을 즐기다!
어제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서 차한잔 하며 아내에게
"오늘은 뭐할까?"라고 물었다. 그 말 떨어지자마자
둘이서 동시에 "절에 가자!", "절에 다녀올까?"라고
말하여 한참 웃었다. 의견일치, 이구동성이라고 할까?
모처럼 인근에 있는 오대산 월정사, 상원사에 들리고
또 간만에 전나무숲길을 좀 걷기로 하였다. 준비하고
집을 나서 상원사부터 올랐다. 대웅전에서 부처님을
뵙고 한바퀴 돌아본 다음 일주문 위의 청량다원에서
차를 마시며 창문으로 내려다보이는 오대산의 멋지고
시원하게 우거진 녹음 풍광을 감상하며 오붓한 시간,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그 다음은 월정사로 내려와
전나무숲길을 걸었다. 이 멋지고 아름답고 시원하고
좋은 숲길이 집에서 멀지않은 가까운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와보지 못하니 너무
여유없이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람쥐들이 자유분방하게 뛰노는 듯한 모습들이 너무
예쁘고 귀엽다는 아내는 이제 자주 다녀가고, 단풍이
드는 가을이 오면 언젠가 봄날에 걸었던 그 선재길을
단풍을 감상하며 걸어보자고 하여 그러자고 하였다.
집에 오자마자...
오늘 비소식이 있다고 하여 부랴부랴 작업복으로 챙겨
입고 텃밭으로 나갔다. 둘이서 나눠 일을 하다보니까
능률은 오르지만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일하는 재미는
덜하다. 바쁘니까 어쩔 수는 없으니... 우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가는 조선오이 덩굴을 끈으로 묶어주고
브로콜리 첫 수확을 했다. 아내가 어찌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아내가 먹으면 좋다고 하여 제법 많이 심었다.
일을 하다말고 아내가 수박밭 덩굴을 살피더니 그만
소리를 질렀다. 아기 머리통만한 수박이 열렸다고...
가보니 그새 수박이 여기저기 풀섶에 열려서 떡하니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아내가 올해도 수박은 실컷
먹게 생겼다며 싱글벙글 웃는 모습이 너무나 좋았다.
아내는 잘익은 방울토마토 몇개를 따고 둥근 호박도
하나 찾아 땄다. 그리고 마디호박과 애호박이 많으니
따서 나눔을 하자면서 더 크면 맛없으니 빨리 따라고
하여 꽤 많이 땄다. 아내는 저녁준비를 위해 들어가고
촌부 혼자 남아 밭고랑 사이에 호미를 들고 출동했다.
고추밭, 콩밭, 아욱과 들깨 사이에 그새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을 보이는대로 몽땅 캐고 뽑고 모조리 소탕을
한 것이다. 어둑어둑할 무렵에서야 밥먹자는 아내의
소리에 일어나 허리를 폈다. 뻐근했지만 모두 마쳤다.
밥맛이 꿀맛이었다. 그런데 얼마나 피곤했는지 그만
밥숟가락을 놓자마자 초저녁부터 뻗어버렸다. 아마
노느라 피곤하고, 일하느라 힘들었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