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계절은 여름으로 내달리고...
7월 2일, 음력 오월 삼십, 그믐날
오락가락하는 장맛비에 신바람 난 것은 채소와 온갖
야생초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모습이 참으로
묘하고 신기하다. 자연의 힘은 이렇게 대단함을 넘어
경이롭다고 느끼는 것이 촌부의 생각이다. 19년동안
해마다 봐왔으나 느낌은 해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고
그때그때의 상황이나 처해있는 여건에 따라 다르게
느끼는 것인지 모른다. 도시에 살던 땐 자연의 변화,
계절의 변화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았다. 산골살이를
하면서 이런 변화를 몸으로, 마음으로 느낀다는 것은
이 촌부도 이제는 오랜 도시생활의 묶은 때가 모두 다
벗겨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많은 변화들 중에서
꽃을 좋아하고 살피는 취미, 특히 야생화 관찰이 거의
일상이 되었다. 요즘 산골집에 피는 몇 종류를 보면...
얼마전 언급했던 꽃양귀비라고 하는 개양귀비는 정말
신기하다. 심지도 않았는데 처음에 한두 송이의 꽃이
피더니 앞뜨락 현관 주변에 제법 많은 녀석들이 차례
차례 순서라도 정해놓고 피듯이 예쁜 꽃이 피고 있다.
씨앗이 여물어 그대로 그 자리에 떨어진다면 아마도
내년엔 제법 많은 꽃이 피고 꽃양귀비 군락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꿩 대신 닭이랄까, 닭 대신 꿩이라 할까?
꽃양귀비가 저절로 자라 꽃이 피는 그 자리는 초봄에
다알리아 구근을 많이 심은 곳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겨우 서너 그루만이 자라고 있다. 그 대신 꽃양귀비가
그 자리를 채워주었으니 전화위복(轉禍爲福)이겠지?
몇 해 전 반장님댁에서 모종을 주시며 심어보라 하여
집옆 축대밑에 심은 낮달맞이꽃이 꽤 많이 번식했다.
달맞이꽃과 비슷한 꽃인데 달맞이꽃에 비하여 키가
작은 편이다. 또 저녁무렵에 꽃이 피었다가 달이 지고
해가 뜨는 아침나절이면 밤새 피었던 꽃잎을 오무려
버리는 달맞이꽃과는 다르게 대낮에도 피어있는 것이
특징이며 전혀 다른 습성을 가진 꽃이다. 이름도 꽃도
비슷하지만 꽃말은 전혀 다르다. 달맞이꽃의 꽃말은
'기다림', 낮달맞이꽃의 꽃말은 '무언의 사랑'이란다.
우리 단지에 피고지는 수많은 꽃들은 일부러 심기도
했지만 대부분 저절로 자란 야생초가 더 많다. 어떻게
씨앗이 날아와 자라고 꽃이 피는지는 잘 모른다. 바로
이런 모습들이 자연이 아닌가 싶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자라나고 꽃을 피우는 야생초들이
꽤 많다. 한창 분홍색 꽃을 피우고 있는 술패랭이꽃도
그 중 하나이다. 5개의 꽃잎 끝이 깊고 잘게 갈라지며
그 밑부분에 자줏빛 갈색 털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부러 심었는지는 모르지만 도로 주변이나 뚝방가에
많이 자라며 코스모스꽃처럼 생긴 노란꽃이 군락으로
피는 꽃이 바로 금계국이다. 이 꽃은 예쁜 꽃에 비해
키가 큰 것에 비하여 줄기가 약하고 꽃이 많이 피는데
문제는 꽃의 무게를 못이겨 잘 자빠지는 것이 흠이다.
바로 이 금계국을 다량으로 심었다가 왕성한 번식력,
약한 꽃대 때문에 모두 뽑아버리곤 했다. 그렇게 해도
녀석들은 꿋꿋하게 대를 이어가면서 단지 이곳저곳을
장식하고 있다. 그렇게 천대를 받으면서도...
그 외에도 많은 여름꽃이 피고 있지만 초봄에 일부러
모종은 심은 메리골드와 봉숭아라 부르는 봉선화가
서서히 꽃을 피우고 있다. 장모님과 아내는 벌써부터
손톱에 봉숭아 꽃물을 들인다며 좋아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