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되로 주고 말로 받다!
6월 29일, 음력 오월 스무이렛날
엊그제 텃밭의 상추를 잔뜩 뜯어 함께 일하는 분들께
나눠먹자며 갖다드렸다. 몇 해 전부터 해마다 이맘때
즐기는 나눔의 즐거움이다. 옛부터 "콩 한 쪽도 나눠
먹는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산골 부부는 우리가 기른
상추, 호박같은 채소를 이웃이나 아우들, 친지, 친구들
그리고 집에 들리는 그 누구라도 조금씩 나누고 있다.
얼마전 처남, 체제들이 왔을 때 먹을 만큼 뜯어가라고
했었고, 지난번 도시에서 온 아내 친구들과의 모임 때
역시 상추 뜯는 체험삼아 뜯어가게 했었고, 그 후에는
장마철을 대비해 엄청 풍성하게 자란 상추를 바나나
상자로 여섯 박스나 뜯어 함께 일하는 분들과 나눴다.
그랬더니 어제는 함께 일하시는 분들이 오가며 하는
인사가 민망할 정도였다. "해마다 이렇게 맛있는 걸
그냥 얻어 먹어서 어쩌지요?"라면서... 그런데 그 중
한 분이 전화를 주셨다. "잠시 다녀가시면 안될까요?"
라고 하여 뭔 일일까 하고 갔더니 "이거 갖다 드세요.
우리 벌통에서 뜬 완전 100% 꿀인데 맛이 좋아요."
라고 하시며 꽤나 큰 병 하나를 주셨다. 어리둥절했다.
겨우 상추 조금, 호박 몇 개를 나눴을 뿐인데 벌꿀까지
주시다니 너무 댓가가 과했으나 염치불구하고 받았다.
집에 오자마자 아내에게 꿀병을 전하며 받아오게 된
자초지정을 말했더니 병뚜껑을 열어서 꿀맛을 보더니
"우와~ 아카시아꿀이야! 너무 맛있다. 고맙네요."라고
하면서 또 하는 말이 "되로 주고 말로 받았네."라면서
좋아했고, 촌부는 "아직은 살맛 나는 세상이지?"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되로 주고 말로 받으며 살맛 나는 세상임을 느끼게 된
일은 또 있다. 어제 저녁무렵 아내와 함께 조금 이른
식사를 하고 있는데 이웃에 사시는 반장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퇴근하면서 우리집에 잠시 들렸다 가시게!"
라고 하셔서 "무슨 일 있으세요? 오늘은 좀 일찍 집에
왔습니다."라고 했다. "그럼 이따 아무때라도 다녀가!
오늘 보리수하고 앵두를 좀 따놨으니 갖다 드시게!"
"알겠습니다. 이따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지난 초봄 아내와 함께 부탁드린 고추 모종을 가지러
갔을 때 보리수가 열린 것을 보고 신기하다고 했는데
그 말을 기억하고 계셨던 모양이다. 식사를 마치고
무얼 갖다드려야 좋을지 몰라 아내와 고민을 하였다.
아내가 "반장님 술을 좋아하시니까 맥주하고 사모님
드시라고 바나나를 갖다드리면 어떨까?"라고 하면서
1.8리터 들이 맥주와 바나나를 조금 싸주어서 들고
곧장 달려갔더니 또 무얼 이렇게 가져왔냐시며 다음
올 땐 제발 좀 그냥 오라고 하셨다. 따놓은 보리수와
앵두를 잔뜩 주셨다. 두 분 다 몸이 성치않으셔서 이걸
일일이 따느라 꽤나 힘드셨을 것이다. 보리수, 앵두는
아주 작은 열매 과일이라서 손이 많이 가는 것을 알고
있기에 너무 감사했다. 두 분께서는 우리가 19년 전
이곳에 처음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곳 생활을 하며
늘 도움을 받는 사는, 산골살이 멘토가 되어주신 너무
고마운 분들이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우리들과 함께
지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되로 주고 말로 받은 산골 부부는 인정이 넘치는 고장,
인심좋은 분들과 함께사는 이 산골 마을은 살맛 나는
곳이라서 아직은 살맛 나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