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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90627_5.jpg : 촌부의 단상-기르는 기쁨, 나누는 즐거움IMG_20190627_4.jpg : 촌부의 단상-기르는 기쁨, 나누는 즐거움IMG_20190627_3.jpg : 촌부의 단상-기르는 기쁨, 나누는 즐거움[촌부의 단상]
기르는 기쁨, 나누는 즐거움

6월 27일, 음력 오월 스무닷새날
드디어 장마가 시작되었다. 간밤에 비가 조금 내린 것
같다. 지금은 소강상태인지 잔뜩 흐린 잿빛 하늘이다.
올해 장마는 비피해가 없이 그냥 잘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늘을 시작한다. 비는 그다지 많이 내린 것
같지는 않다. 적당히 내린 비를 맞은 밭작물들은 아주
신이 난 것처럼 싱싱하고 싱그럽게 보인다. 어제저녁
무렵 상추를 잘 뜯어놓았구나 싶다. 

어제 저녁무렵 밭에 나가 상추 세 종류를 잔뜩 땄다.
작은 밭에 두 종류를 두 이랑을 심었고, 또 큰 밭에 
적상추를 두 이랑을 심었더니 그 양이 상당히 많다.
장모님과 아내와 함께 셋이 살면서 허구한 날 상추만
먹고 사는 것도 아닐텐데 왜 그렇게 많이 심었으며, 
또 그 많은 상추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고 물을 수 있을
것이다. 맞다. 많이 심은 것도 사실이고, 우리 세식구
먹을 만큼의 분량도 넘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난봄
모종을 많이 주신 마을 형수님 덕분에 기왕 있는 밭을
놀릴 수 없어 많이 심었다. 사실 촌부네 텃밭은 예전
아우들과 함께 살던 때에 만들어 놓은 밭이라서 조금
크고 넓은 편이며, 식구에 비해 심는 종류와 수확하는
양도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수확한 농작물을
장에 내다 판매할 목적으로 농사를 짓는 것은 아니다.
우리 식구가 자급자족하고 아우들과 친지, 이웃들과
조금씩이라도 나누는 재미와 더불어 기르는 과정에서
생기는 즐거움과 수확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 좋아서
조금 과하다 싶을 만큼의 텃밭농사를 짓는 것이다.

두 군데의 상추밭에서 딴 상추가 바나나 박스로 가득
여섯 박스나 된다. 자동차 트렁크에 한가득이 되었다.
마치 장에 내다 팔려고 준비를 하는 농부처럼 기분이
좋았다. 세 시간 가까이 상추를 뜯는 동안 간간이 비도
내렸으나 기왕 시작한 일이라서 어둑어둑할 무렵까지
밭고랑에 쪼그리고 앉아 일을 했더니 팔, 다리는 물론
허리도 뻑적지근하다. 그 모습을 보며 아내가 하는 말, 
"당신은 복받을 겨! 심고 기르느라 고생, 수확하느라
또 고생, 그렇다고 그 고생이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남들 좋은 일 시키려고 하는 고생이니 하늘도 당신의
이 고생을 알아주려나 몰라?"라고 했다. 대답이야 늘
하는 말처럼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뭘 그래! 그냥
주어서, 나눠서 좋으면 그것으로 되는 것이라니까!"
해마다 이맘때 우리집 상추는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딱히 특별하게 기르는 것도 아닌데 아삭아삭 맛있다고
한다. 꽤 인기가 있다고나 할까? 은근히 기분이 좋다.
주고 나누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은 우리부부 둘이지만
그 상추를 맛보며 먹는 기쁨을 갖게 되는 사람은 꽤나
많은 것이다. 이 상추를 갖다드리는 분들의 가족들이
그 기쁨을 맛보게 될테니 말이다.

일을 마치고 후줄근한 모습으로 들어왔더니 비를 맞아
감기들면 안되니 빨리 씻으라는 아내의 말이 고맙다.
씻고 나왔더니 아내가 상추 뜯느라 고생했다며 맛있는
야식으로 아카시아꽃 튀김을 얹은 튀김우동을 준비해
놓아 맛있게 한 그릇 뚝딱, 피로가 확 풀린 느낌이었다.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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