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산골 부부의 텃밭농사 이야기 한 토막
6월 20일, 음력 오월 열여드렛날
안개가 자욱한 아침을 맞는다. 안개비가 내린 것인지
아님 이슬이 내린 것인지는 모르지만 마치 비가 내린
것처럼 촉촉하다. 안개 때문에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밭에 나가 종류별로 심어놓은 채소들을 일일이
살펴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안개가 끼는
날은 낮에 날씨가 좋다고 옛 어르신들은 날씨 예측을
그리 했다고 한다. 그 말은 어떤 이치에서 그랬을까?
과학을 모르는 촌부인지라 어떤 원리에 의해서 그런
것인지 잘 모르지만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일리있는
말임에는 틀림이없는 것 같다.
방아다리 고추 따주기
며칠 오락가락하던 비가 텃밭농사에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채소들이 눈에 띄게 부쩍 많이 자란 것 같다.
첫 번째 끈묶기를 해주고 곁가지와 곁잎을 따 준 것이
얼마 안된 것 같은데 고추는 어느새 방아다리(Y자)가
생기고 그 사이에 고추가 열리기 시작했다. 방아다리
사이에 열리는 첫 번째 고추는 따줘야 한다. 뿌리에서
올라오는 양분을 차단하는 열매라서 고추나무를 크게
기르기 위해서는 따줘야 한다고 배웠다. 아내와 함께
방아다리 고추를 따다가 혼자서 그 일을 하라고 하고
촌부는 줄콩 유인줄을 묶기로 했다.
줄콩 유인줄 묶기
연일 추적추적 비가 오락가락하여 어쩔 수 없이 미뤄
두었던 일이다. 지지대가 제법 높아 팔이 조금 아팠다.
그래도 아내와 함께 손발 맞춰 해놓고 나니 뿌듯하다.
줄콩은 여느 콩에 비해서 수확량이 꽤나 많은 콩이며
우리 부부에게는 잊지못하는 추억이 스려있는 것이다.
작고하신 어머님을 생각나게 되는 콩이라서 해마다 꼭
심는다. 줄콩 씨앗을 구해다 주시며 맛도 좋고 보기도
좋은 콩이라고 하셔서 심기 시작한 것이 벌써 여러 해
되었다. 정말 그랬다. 콩알도 굵고 맛도 좋으며 자료에
의하면 영양가도 매우 뛰어난 콩이라고 한다. 어머님
생전에 아들, 며느리에게 남겨주신 소중한 유품과도
같은 것이 바로 이 줄콩과 머위라서 해마다 감사하게
생각하며 수확을 하곤 한다. 그래서 더 정성을 들여서
기르고 있다. 줄콩은 말 그대로 줄을 묶어주면 넝쿨이
줄을 타고 올라가면서 주렁주렁 열리는데 보는 것도
아주 재미있다. 지난해까지는 줄콩이 모두 다 익은 후
땄는데 올해부터는 덜 익은 풋콩을 따서 냉장 저장을
하여 두고두고 먹자는 아내의 의견대로 해볼 참이다.
참, 지난해 실험삼아 조금 심었다가 실패한 완두콩도
유인줄을 묶어주었다. 줄콩과는 다르고 어떻게 해야
좋을 지를 몰라서 우선 가로줄로 네 가닥을 묶었다.
완두콩은 아내가 할머니와의 어릴적 추억을 간직한
콩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심는 콩은 모두가
추억이 담겨있는 것들 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