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야생초는 무질서가 더 자연스러움이다!
6월 13일, 음력 오월 열하룻날
이제 산골에도 봄은 물러가고 여름이 문턱을 넘었다.
아침 기온이 두 자리 숫자로 올라가고 한낮은 덥다.
한창 무더운 한여름에도 열대야를 모르고 사는 산골,
그래서인지 여름이 시작되었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서늘하여 반팔옷이 부담스럽다. 일교차가 매우 크다.
이런 기후조건은 아마도 해발과 관계가 있을 듯하다.
단지의 야생초들을 보다가...
우리 단지에서 자라고 꽃을 피우는 화초들은 거의 다
자유분방하고 무질서하며 흙이 있는 곳이면 제멋대로
아무데서나 자란다. 야생초의 특이한 습성이 아닌가
싶다. 흔히들 '끈질긴 인생'을 '잡초같은 인생'이라고
말들을 한다. 그러나 사람도 쓸모없는 사람이 없듯이
이 세상에는 쓸모없는 식물, 그러니까 잡초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네 사람들이 그렇듯이 잡초라고 말하는
식물들도 제각기 이름이 있고 존재의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꽤 오래전에 감명깊게 읽었던 윤구병 선생의
<잡초는 없다>라는 책이 문든 생각난다. 그 당시에는
감명을 받아 잡초라고 부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어야할 곳이 아닌 곳에
자라는 야생초는 모두 잡초라며 뭉뚱거려 뽑아내고,
베어내고, 잘라내며 중얼거리곤 한다. "쓰잘데기도
없는 잡초들이 와 이리 속을 썩이노?"라고 하면서...
하나 더, 이 촌부의 이중적인 마음과 모습은 또 있다.
집을 둘러싸고 있는 뜨락은 온통 야생초들이 자라고
있고 그 풀밭의 야생초들은 애지중지하면서 똑같은
야생초라고 할지라도 밭고랑은 물론이고 다니는 길,
주차장, 밭가에서 자라는 것들은 욕을 욕을 하면서
미워하고 천대시하며 뽑고, 베고, 잘라버린다. 심지어
'잡초와의 전쟁'이니 '풀과의 전쟁'이니 하면서 결코
이기지도 못하는 싸움을 반복하고 있다. 결국 승리는
잡초라고 부르는 야생초들의 몫인데 말이다.
그러나 잡초라 불리는 야생초와 싸움박질을 하면서도
자리할 곳을 마련해준 곳에서 자라는 녀석들에게는
눈길을 주고, 손길을 주고, 마음을 주며, 사랑스러워
한다. 어쩌면 변덕이 죽 끓는 영감탱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야생초가 좋다고, 야생화를 사랑한다고 스스로
생각하며 떠들어 댄다. 늘 본인은 질서를 잘 지키면서
사는 사람이라고 자부하고 질서를 지키지 않는 꼴을
못보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자라는 위치를 정해준
야생초들의 무질서함에는 관대하다. 심지어 야생초는
경계가 없는 무질서가 더 자연스러움이라고 여긴다.
더불어 무질서하게 서로 부대끼면서 자라나고 꽃을
피우는 그 모습을 즐기고 있는 촌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