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산골은 지금...
6월 10일, 음력 오월 초여드렛날
어제 저녁무렵 여름날처럼 천둥, 번개가 요란하더니
이내 비가 내렸고 늦은 저녁까지 비가 내렸다. 그다지
많은 양은 아니지만 이따금씩 이렇게 비가 내려주는
것은 반갑고 고마운 것이다. 이제 한동안 밭에 물주는
일은 안해도 될 것 같아 다행이구나 싶다. 하늘의 뜻,
자연의 이치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촌부의 산골살이...
오늘은 모처럼 원년의 산골 가족들이 모이는 날이다.
아내는 며칠전부터 설레이며 아우들을 만나는 오늘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촌부도 역시 마찬가지고...
오늘은 여기저기 산골의 아침 모습을 스케치 해볼까?
간밤에 내린 비에 촉촉한 아침을 맞는다. 이제 산골은
신록의 계절에 접어들었다. 훵하던 모습이 눈깜짝할
사이에 푸름으로 빼곡하게 채색으로 하였으니 참으로
놀라운 자연의 그림솜씨라고나 할까? 거기에 비까지
내려 물기를 더하여 더욱 더 싱그러운 모습으로 다가
오는 느낌이다. 하기사 어느새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6월도 초순으로 거쳐 내일이면 중순으로 접어든다.
'세월 참 빠르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촌부, 또다시
그 말을 중얼거리고 있다. 세월감이 그렇게 아쉬운가?
밭가 언덕배기의 커다란 아카시아나무에 하얗게 꽃이
피어 절정이다. 여느 고장은 이미 5월에 피었다가 다
졌지만 이 산골은 아카시아꽃은 6월 꽃이다. 분주히
꿀을 따는 벌들의 웅웅거리는 소리가 이렇게 좋을 수
없다. 비가 내린 다음날 이른 아침인데 그새 날아와서
부지런히 꿀을 따느라 바쁜가 보다. 벌들에게도 배울
것이 있구나 싶다. 혼자 중얼거렸다. '녀석들아! 나도
일찍 일어나는 편인데 너희들에겐 졌다, 졌어!'라고...
아카시아나무 아랫쪽 큰밭가에는 뚱딴지(돼지감자)를
심은 밭이다. 밭으로 쓰는 것도 여의치않고 잡초들만
무성하게 자라는 자투리 땅이라서 궁리끝에 뚱딴지를
심었다. 제대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이 녀석들의 번신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자리를 마련해준 곳도 모자란다는 듯 밭가 통행로를
지나 밭까지 영역을 넓혀오고 있으니 말이다. 두어 해
캐지않고 그냥 밭에 두어 생긴 불상사가 아닌가 싶다.
오는 늦가을에는 조금만 남겨두고 몽땅 캐야겠다.
이른 초봄 가장 먼저 봄소식을 알리며 봄나물을 먹게
해준 명이나물(산마늘)이 꽃을 피웠는데 지나다니며
눈길을 주지않았더니 서운해 하는 것 같다. 이른 아침
채소들 사열하러 나가는 길에 눈길이 갔다. 쪼그리고
않아 반갑다고 살며시 쓰다듬어 주었다. 순간 예쁘단
생각보다 이 녀석들이 모두 다 씨앗이 잘 여물면 엄청
많은 식구들이 늘어나겠구나 하면서 욕심을 부렸다.
지난해 받은 씨앗은 바로 뿌려놓아야 하는데 깜빡하고
얼마전에 따로 밭을 만들어 뿌려놓았다. 어차피 내년
초봄에나 싹이 틀테니까 한 해가 빠른 그 녀석들도 이
녀석들과 함께 동기가 되겠는걸.
단지 이곳저곳을 살피고 들어오다가 앞뜨락에서 홀로
외로이 피어있는 붓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어찌
외톨박이가 여기에서 꽃을 피웠는고? 꽃잎 위에 고인
빗물이 마치 녀석의 눈물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때론
영롱한 보석처럼 보이는데 오늘따라 그 빗물 방울은
군락을 벗어나 홀로 자라나고 꽃까지 피운 그 붓꽃의
외로움이랄까 아님 서러움이라고 느껴지는 것이라서
눈물처럼 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