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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90601_5.jpg : 촌부의 단상-고사리가 나왔네!IMG_20190601_4.jpg : 촌부의 단상-고사리가 나왔네!IMG_20190601_3.jpg : 촌부의 단상-고사리가 나왔네!IMG_20190601_2.jpg : 촌부의 단상-고사리가 나왔네!IMG_20190601_1.jpg : 촌부의 단상-고사리가 나왔네![촌부의 단상]
고사리가 나왔네!

6월 1일, 사월 스무여드렛날
열 두 장의 달력 중에 여섯 번째 달력을 넘겨놓았다.
6월이다. 한 달에 한번 넘기는 달력을 넘길 때마다
느낌이 묘하다. 달력을 넘기는 것이 아니고 내 마음을
넘기는 듯하다. 늘 그랬듯이 새 달에는 무엇을 해야지
하며 각오를 다지곤 하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드는것
아닐까 싶다. 더불어 늘 입에 달고 사는 말,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과 함께... 설마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어제 저녁무렵 아내와 함께 물을 준 큰밭, 작은밭에 
나가보았더니 채소들이 싱글벙글 웃으며 고맙다면서
인사를 하는 듯했다. 지난해의 쓰라린 경험을 올해는
결코 되풀이를 하지않겠다는 아내의 각오에 그러자며
촌부도 행동으로 동조를 했다. 잠시잠깐 힘을 들이면
밭작물들은 고마움을 잊지않고 잘 자라줄테니까...
요즘 기온이 들쭉날쭉이다. 어제는 그제보다도 무려
7도나 높더니 오늘은 다시 어제보다 6도나 떨어진
영상 5도로 시작을 한다. 뭐 이제 아침 기온이 그다지
중요할까마는 날씨에 민감한 산골살이라서 늘 신경이
쓰인다. 그나저나 6월에는 어떻게 어떤 보람으로 내
삶의 한 페이지를 채워볼까?

고사리가 나왔네!
아내와 함께 집 뒷쪽 산기슭에 있는 고사리 군락지에
산책삼아 올라가 보았다. 지금쯤이면 고사리가 나올
시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내는 완전무장을 하였다.
장화를 신고, 모자를 쓰고, 선그라스를 끼고, 지팡이를
겸한 풀섶을 뒤질 스틱까지 챙겼다. 또 있구나 혹시나
고사리가 있으면 꺾어서 담을 앞치마처럼 생긴 나물
주머니도 챙겨 목과 어깨에 걸었다. 완전히 나물꾼의
모습이다. 집에서 가까운 곳이고 늘 다니던 오솔길이
있어 괜찮겠지 했는데 요즘 촌부가 밭일을 한답시고
자주 안다녔더니 그새 나무가 자라고 풀들이 자라서
길이 안보일 정도로 우거져있다. 촌부가 앞장을 서서
길을 터며 나가면 아내가 뒤를 따르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면서 살핀다. 오랫동안 묵혀둔 밭이 세월이 흘러
자작나무며 아카시아나무, 두릅나무같은 나무가 자라
이젠 야산이 되어버렸고 바로 이곳에 고사리가 자라
몇 해 전부터 군락을 이루고 있다. 

초입에 들어가자마자 올해의 첫 고사리를 발견하였다.
심마니가 "심봤다!"라고 소리를 지르듯이 "고사리다!"
라고 소리를 질렀다. 옆쪽에서 살피며 풀섶을 뒤지던
아내도 바로 따라서 "고사리다!"라고 소리를 질렀다.
드디어 올봄 첫 고사리 꺾기가 시작된 것이다. 자연이
주는 좋은 먹거리다. 씨앗을 뿌리거나 모종을 심거나
별다른 수고가 필요없이 수확을 하는 고마운 자연의
선물인 것이다. 아직 풀이 많이 자라지않고 지난해의
마른 풀섶의 사이에서 아기가 살짝 주먹을 쥐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소롯이 나와있는 듯한 모습이면서 또
다소곳한 모습을 만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다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약육강식이란
미명하에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새싹이 트기도 전인데
꺾는다는 그 자체가... 자연이 우리 인간에게 허락한
것일지라도 일말의 양심은 남아있는 촌부라서 이러한
생각이 드는 것이겠지? 

각설하고, 다시 고사리 꺾는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주변에 아카시아, 두릅같은 가시 많은 나무들이 있어
고사리를 꺾을 때는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이 갓 나온 여린 고사리는 보호색을 띠고있어
마른 풀입과 구별이 잘 안된다. 방금 그 옆을 지나며
살폈는데 돌아서 보면 보이는 것이 바로 고사리이다.
아내가 먼저 지나간 뒤를 따라 가거나, 촌부가 지나온
곳으로 아내가 따라 오면 또 보이는 것이 고사리이다.
그렇게 군락지를 두서너 번 훑다보면 나물 주머니가
제법 묵직하다. 제주도나 고향 남해의 고사리가 많은
곳에서 꺾는 그 정도는 아니다. 많이 꺾었다고 하여도
얼마 안된다. 하지만 우리는 만족한다. 자연에서 얻는
자연의 선물이기에 더 그런 마음이다. 

촌부가 마음을 먹고 좀 먼산의 고사리 군락지에 가면
튼실하고 굵은 고사리를 좀 더 많이 꺾어올 수가 있다.
그런데 이 핑계 저 핑계로 자주 가게 되지를 않는다.
갈수록 나무와 풀이 우거져 산이 험해지고 있는데다
야생동물, 특히 멧돼지의 개체수가 늘어나 겁이 난다.
그 주변엔 두릅이며 취나물 그리고 고사리 군락지가
있어 두릅철에는 자주 다녀오기도 한다. 그 시기에는
초봄이라서 나무도 풀도 우거지기 전이라서 그나마
괜찮다. 그곳에 간다고 하면 아내가 극구 말리곤 한다.
위험한 곳까지 가서 채취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조금
적게 먹더라도 집 가까운 곳에서 채취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단지내 남는 자투리 공간에다
고사리 종근(種根)을 심어 멀리 갈 필요없이 꺾기로
했다. 바로 그 고사리밭을 몇 해 전에 막내네 뒷편에
마련했다. 그런데 올해는 시기가 이른지 아직 나오지
않는다. 지긋지긋한 망초들만 자리하고 있어 모조리
뽑아버렸다. 머잖아 고사리가 나올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면 멀리가는 수고로움은 덜게 될 것이다.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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