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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90525_9.jpg : 촌부의 단상-풀밭이냐, 꽃밭이냐?IMG_20190525_7.jpg : 촌부의 단상-풀밭이냐, 꽃밭이냐?IMG_20190525_8.jpg : 촌부의 단상-풀밭이냐, 꽃밭이냐?IMG_20190525_6.jpg : 촌부의 단상-풀밭이냐, 꽃밭이냐?[촌부의 단상]
풀밭이냐, 꽃밭이냐?

5월 26일, 사월 스무이튿날
아침에 일어나 날씨 정보를 검색하보니 드디어 내일
비소식이 있다. 반가운 마음으로 이 밭 저 밭을 돌며
어린 모종들이 어떤가 싶어 어슬렁거리며 기웃거려
보았다. 많은 모종을 심었지만 오이만 몇 그루 활착을
못하고 말라버린 녀석이 네 그루가 보여서 안타깝다.
그래도 이만하기 다행이다. 어제 심은 꽃들도 제대로
서있다. 간밤에 이슬이 내려 모두들 촉촉하게 물기가
묻은 잎파리가 생생한 것을 보니 안심이 된다. 내일은
비가 내린다고 하니 녀석들은 물론 이 촌부도 기분이
좋다. 아침 기온은 어제보다 조금 낮은 영상 9도인데
한낮에는 오늘도 여름날을 방불케 할 기세다. 예보에
31도까지 올라가 매우 덥게다고 한다. 문득 의문이
생긴다. 야생초들은 비가 오나마나 저렇게 생생하게
견뎌 무성하게 잘 자라는데 농작물은 왜 맥을 못추고
비실거리는 것일까? 그래서 야생초라고 하는 것일까?

하나, 풀밭이냐? 꽃밭이냐?
정말로 대단한 것이 햇볕의 위력이요, 땅의 위력이다.
그 위력으로 하루가 다르게 식물들의 자라는 모습은
가히 경이롭기까지 하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훵
하던 뜨락이 빼곡하게 무성한 풀밭으로 변해 버렸다.
비워져 있을 때와 채워져 있을 때의 느낌은 참 다르다.
늦가을부터 겨울을 거쳐 봄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텅
빈 듯한 느낌에 쓸쓸함이 감돌았다. 봄이 시작되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서히 새싹이 돋아나고 꽃들이
피기 시작했다. 이제 땅바닥에서 겨우 흙을 비집고 
나온 듯한 자그마한 야생초는 어느새 모습을 감췄고
다음 순번으로 조금 큰 키의 야생초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얼핏 봐서는 꽃들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관심을 갖고 허리를 굽히거나 고개를 숙이면 곧바로
야생화들이 "나 여기 있소!" 라며 예쁜 모습으로 방끗
웃으며 고개를 내민다. 여름이 코앞으로 다가와 제법
많은 야생초들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서 이제는
앞뜨락은 말 그대로 야생초들이 한가득이라서 풀밭이
되었다. 흔히들 밥 안먹어도 배부르다는 말이 있듯이
요즘 촌부가 그렇다. 우리집 앞뜨락은 남들의 눈에는
하잘것 없는 풀밭으로 보일지 몰라도 촌부의 눈에는
자유분방하지만 애지중지 기르는 꽃들인 것이라서
흐믓하고 뿌듯하고 반갑고 기분이 좋고 배가 부르다.
앞뜨락의 무성한 풀밭을 보고 이런 느낌을 갖는 이가
이 촌부 말고 누가 또 있을까? 촌부가 비정상인가?

둘, 이제는 꽃모종을 심자!
지난주 텃밭에 들깨 모종을 제외한 채소 모종을 모두
심었다. 이제는 준비를 해놓은 꽃모종을 심기로 했다.
우리 단지에는 거의 대부분이 야생화가 자라고 있다.
일반 화초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올해도 마을 형님댁
형수님께서 주신 메리골드, 봉숭아, 맨드라미 모종을
심었다. 메리골드와 봉숭아는 자작나무길과 작은 밭
사이 초입에 심었고, 맨드라미는 카페옆 목공실 앞의
빈터에 심었다. 메리골드 72그루와 봉숭아 36그루,
맨드라미 72그루를 심었다. 자투리 빈터 활용도 할
겸 꽃을 심은 것이다. 이제 심었으니 앞으로 잘 자라서
꽃이 피면 야생화와 더불어 아주 좋은 조화를 이루게
될 것이다. 산골 부부는 이렇게 세 종류 꽃모종으로
자그마한 꽃밭 두 개를 만들었다. 꽃을 다 심고 집으로
올라오며 장난기가 동한 촌부, 괭이 자루에 물조리개
두 개를 끼워 어깨에 메고, 모종삽 두 개를 손에 들고
건들건들 걸었더니 아내가 촌부의 모습이 너무 웃기고
재미있다며 기념촬영을 해주어 둘이서 한참 웃었다. 

셋, 이런 나물은 취급 안하는 거 모르시나?
전날 저녁에 아내가 말했다.
"내일 아침 자연마트에서 취나물 조금 뜯어다 주셔! 
 나물무침이 먹고 싶네."
"그러지, 지천에 나물인데 어려울 것 없잖아?"
다음날 아침, 나물을 뜯어러 나갔는데 이슬이 내려서
물기가 촉촉하게 맺혀 아주 싱싱하고 다 좋아 보였다.
가능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자라는 참취와 개미취를
조금씩 뜯어다 주방에 갖다놓았다. 잠에서 깬 아내가
주방에 내려와서 뜯어다 놓은 나물을 보더니 하는 말,
"왜 이렇게 뻣센 걸 뜯어왔어? 이런 건 취급 안하는
 걸 모르시나? 마나님 취향을 아직도 모른단 말이야!"
"좋은 것만 뜯어온거야! 싱싱하고 튼실하고 좋잖아?"
"시키는 내가 잘못이지! 다시는 심부름 안시킬거야!"
"아침 이슬에 손을 적시며 뜯어다 줬더니 타박일세!"
조금 있다가 보니 아내가 나물을 데쳐서 조금(아내는
많이) 뻣센 줄기를 일일이 손으로 골라서 잘라내고
있었다. 사실 아내는 산나물은 거의 연한 순만 골라서
먹는 버릇이 있다. 도시처럼 마트나 시장에서 사먹는
것이 아니고 집밖으로 몇 걸음만 걸으면 아주 신선한
나물을 먹을 만큼 그때그때 뜯어다 먹을 수가 있어서
골라 먹는 재미를 붙인 아내라서 아마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단지 곳곳에 참취, 개미취, 곤드레, 곤달비를
번식시켜놓은 자연마트인 나물밭을 조성해놓았으니
이런 에피소드도 생긴다.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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