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5월을 시작하며...
5월 1일, 음력 삼월 스무이렛날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게 4월이 그냥 훌쩍 가버렸다.
여드레 간의 긴 휴가도 눈깜짝할 사이에 끝나버렸다.
그러다보니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와서 달력을
넘겨야 했다. "세월 참 빠르네!"라는 말을 하게 된다.
지난 여드레 간은 무얼하며 어떻게 지냈었지?
첫째날,
아침부터 서둘러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이번 휴가는 산골살이하며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사람 그리워했던 갈증을 해소하고 싶었다.
먼저 두어 해 함께 일하며 인연을 맺은 누님들을 만나
즐거운 식사와 함께 정담을 나누는 시간부터 가졌다.
그리고 저녁에 43년만에 뵙게 된 선생님과의 해후가
얼마나 감격적이었는지 모른다. 함께 자리를 하였던
친구들은 물론이고 이런 자리를 만든 친구가 고맙다.
어머님이 떠나셔서 이제 서울에 가면 묵을 곳이라고는
막내 여동생네, 반겨주는 아우와 매제가 너무 고맙다.
둘째날,
30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오는 옛날 광고회사 시절의
동료이자 아우인 장대표를 만났다. 예전에는 그래도
일년에 몇번씩은 만나왔는데 몇 해 전 우리 삼총사 중
맏형이 하늘나라로 가신 후에는 그렇게 자주 만나지
못했다. 이젠 우리 둘의 만남도 쉽지가 않다. 그렇지만
늘 함께하는 그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아우도 촌부도 늘 건강하여 좀
더 자주 만나는 기회를 가져보자고 다짐했다.
셋째날,
뒷산에 올랐다. 두어 시간 산을 헤매며 두릅을 찾았다.
봄이 늦게 온 것인지 기후탓인지는 모르지만 여느해
보다 두릅이 많이 늦다. 덜 핀 두릅 몇 송이를 꺾어와
첫 시식을 했다. 달고 맛있다. 역시 두릅은 봄나물의
제왕이라는 수식어가 제대로구나 싶다. 두릅은 얼마
채취를 못했지만 대신에 더덕 이삭줍기를 잔뜩했다.
이런걸 두고 "꿩 대신 닭"이라 했던가?
넷째날,
가던 겨울이 다시 발걸음 돌린 듯 영하2도의 기온에
서리가 하얗게 사방을 덮었고 새싹도, 봄꽃들도 모두
기겁했을 것이다. 산골의 기후는 알다가도 모를 일...
드디어 촌부의 텃밭농사가 시작되었다. 농협에 가서
거름을 사다가 밭에 뿌려놓았다. 여느해에 비해 조금
서두른 감이 없진 않지만 마을 아우가 트랙터를 갖고
올라와 밭을 갈고 로타리를 치는 것을 미리 대비해
두는 것이 좋을 성 싶었기 때문에 아내와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기쁜 마음으로 올봄 첫 밭일을 하였다.
다섯째날,
전날 아내는 민들레를 캐고 촌부는 명이나물을 조금
뜯어놓은 것을 조금씩 나눠담아 두었던 것을 가지고
당일치기 도시나들이를 하였다. 역시 이번에도 차는
터미널 부근에 두고 시외버스를 탔다. 원주에서 다시
수원행 시외버스를 타고 올라가 아내의 절친한 친구
두분을 만나 점심식사와 차를 마시며 담소와 수다를
실컷 떨었다. 언제 만나도 반갑고 고마운 친구들이다.
늘 신세만 져서 이번에는 우리가 식사 대접을 하려고
했는데 또다시 신세를 지고 말았다. 미안하고 고맙다.
늦은 오후 친구들과 작별하고 전철을 타고 판교에서
있을 약속장소로 향했다. 아내 형제들과 아내의 외가
사촌들과의 모임에 참석을 했다. 몇 해 전 모임 결성
하여 해마다 몇번씩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데 시간이
잘 안맞아 지난번 모임에 못나갔는데 이번에는 마침
휴가기간이라서 아내와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참석
하였다. 산골 부부 모처럼 맛있는 쇠고기로 목에 때를
벗기고 왔다. 즐거운 시간, 고마운 마음이었다.
여섯째날,
막내 아우가 사용하던 목공실 외벽 천막이 낡아 많이
훼손되어 볼상 사나웠다. 보수를 해야지 하면서도 늘
다짐뿐이고 마음뿐이었는데 드디어 깔끔하게 보수를
했다. 재활용 천막을 사용하여 비용도 절약하여 아주
잘한 일이다. 너저분했던 주변까지 정리를 하였더니
깔끔하여 보기도 좋다. 이 일도 아내와 호흡을 맞춰서
했기에 환상의 복식조라고 해야겠지? 마무리를 마친
아내 曰, "볼 때마다 늘 나간 집처럼 보기가 싫었는데
깔끔해진 것이 너무 좋네." 그 말에 많이 미안했지만
그나마 지금이라도 마무리를 하여 다행이구나 싶다.
일곱째날,
지난 가을에 받아놓은 더덕, 도라지, 명이나물 씨앗을
정리하여 밭에 뿌렸다. 오랜만에 삽질을 하여서 흙을
뒤집고 괭이로 골을 타고 두둑을 만들었더니 온몸이
뻐근했다. 이곳에 왔던 첫 두어 해는 큰 밭이며 정원을
삽으로 파고 괭이로 골랐던 기억이 나서 "그땐 어떻게
그 많은 일을 했었지?" 하며 혼자 옛 추억에 잠겼다.
오전에 밭일을 마치고 장모님을 모시고 아내와 함께
강릉에 다녀왔다. 그래도 휴가인데 콧바람을 쐬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싶어 가까운 강릉으로 나가서
바다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시장구경도 하고 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늘 집에만 계시는
장모님께도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는데
좋아라 하시는 모습이셔서 마음이 뿌듯하였다. 바로
이런 것이 휴가가 아닐까 싶은데... 강릉에서 유명한
짬뽕집에서 식사를 하고 커피거리가 있는 안목해변도
거닐고 진한 커피도 마시고 왔다. 오는 길에 도심안
강릉 중앙시장에 들러 시장구경 하고 광어회도 조금
떠가지고 집에 와서 소주도 한잔하였다.
휴가 마지막날,
아침에 원주에서 있는 친구들의 모임에 가는 아내를
장평 시외버스터미널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마을에
잠시 들렸다. 오랜만에 마을 아우를 만나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조만간 시간을 내서 밭을
갈아주겠단다. 이 아우 아니었으면 촌부의 텃밭농사를
어떻게 했을까 싶은 생각이라 늘 고맙게 생각한다.
아내가 없으니 집이 텅빈 느낌이고 허전하여 집안에
있기가 싫어 단지를 빙빙 돌다가 주차장 부근에 있는
주목나무의 너저분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해마다
전지를 하여 다듬어 주었는데 뭐가 그리도 바빴는지
두어 해 걸렀더니 볼상 사나웠다. 부랴부랴 전지가위,
톱과 전지가위가 붙은 장대 도구를 챙겼다. 오랜만에
주목나무 이발을 해준 것이다. 웬만한 나무는 전지를
하지않고 자연 그대로 두는 촌부지만 이 주목나무와
옥향, 쥐똥나무는 다듬어 주어야 모양새가 볼만하니
어쩔 수없이 전지가위를 들게 된다. 휴가 마지막날에
겨우 주목나무 아홉 그루 전지 하고나니 손에 물집이
잡히고 팔, 다리는 물론이고 목과 허리까지 뻐근하다.
대신 깔끔해진 주목나무의 모습이 마음을 뿌듯하게
하여 기분은 좋다. 휴가 마지막날 작품이랄까?
5월의 시작과 함께 휴가가 끝난 촌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하던 일을 시작해야겠다. 이번 휴가는 오래전
마음먹고 계획했던 남도 여행은 못했지만 그런대로
뜻깊고 의미있고 보람을 채운 휴가가 아니었나 싶다.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을 모두 만나지 못한 아쉬움도
있지만 틈틈이 시간을 내거나 오는 가을 휴가를 기약
해야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