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봄을 심어 여름을 엿보고, 외식을 했는데...
4월 20일, 음력 삼월 열 엿샛날
오늘은 어제와는 사뭇 다른 아침을 맞이한다.
서리가 내려앉아 눈이 내린 듯 온통 하얀 세상이다.
어제보다 무려 7도나 낮은 영하 1도의 기온이다.
안개까지 자욱하게 낀 것을 보니 한낮에는 날씨가
좋은 듯하다. 예보에는 영상 17도까지 오른다고
하는데... 꽃몽오리가 나오는 진달래도, 파릇파릇한
명이나물도, 한창 고개를 내미는 야생초들도 모두
찬서리와 영하의 기온에 오들오들 떨고있는 듯...
지난 늦가을 갈무리를 해두었던 다알리아 알뿌리를
꺼내 지난해 심었던 집입구 양쪽에다 다시 심었다.
구근을 한 알 한 알 심었지만 봄을 심었다고나 할까?
아니다! 머리속에는 탐스럽고 화사한 꽃을 연상하며
심었으니 이미 여름을 엿본 것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이 다알리아는 탐스럽고 예쁜 꽃이라서 좋긴 하지만
꽃송이 무게를 못이겨 비바람이라도 몰아치면 그냥
자빠지고 꺾이기까지 하여 안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어느 정도 자라면 지지대를 군데군데 꽂아놓고 끈을
묶어주곤 한다. 그저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고 하여도
애써 키운 꽃이 자빠지는 것을 손놓고 볼 수가 없는
촌부의 성격인지라 나름의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다.
조금 더 있다가 싹이 트고 줄기가 적당히 자라면 미리
준비해 놓은 스키 폴대를 재활용하여 세울 예정이다.
지난해보다 많은 양의 구근을 심었으니 꽃이 더욱 더
풍성하게 피우리라는 기대를 해본다.
다알리아 구근을 다 심고 났더니 아내가 장모님께서
입맛이 없으시다며 밖에 나가 외식을 하면 어떠냐고
하셨단다. 뭘 드시고 싶으시냐고 해도 잘 모르신다며
그냥 나가서 먹자는 말씀만 하신다. 사실 편식이 심한
어르신이라서 외식을 할 때마다 꽤 고민을 하게 된다.
늘 하시는 말씀은 "너희들 잘 먹는 것으로 먹자!"라고
하시지만 그럴 수가 있겠는가? 사실 이곳 산골에서는
장모님 입맛에 맞는 음식을 파는 곳이 많지가 않으니
아내도, 촌부도 이 궁리 저 궁리를 해보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저녁 한 끼를 먹자고 원주까지
나갔다고 오는 것도 쉽지않은 일이라 난감한 것이다.
지금껏 봉평읍내를 비롯해 스키장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 웬만한 식당은 안가본 곳이 거의 없을 정도인데
제대로 만족하신 적이 없다. 그나마 꽃게장이 나오는
음식점에 가면 워낙 좋아하셔서 잘 드시기는 하는데
그런 음식점이 없을 뿐더러 있다해도 너무나 비싸다.
그래서 늘 죄송스럽다. 가끔 멀리 사는 막내 처제가
꽂게를 사다 드리면 얼마나 좋아 하시는지 모른다.
이 산골에서 좋아하시는 것이라고 줄곧 택배로 주문
할 수도 없고 음식을 가려 드시니 건강이 염려되어
걱정스럽다. 잘 드시게 하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어제는 어디로 모실까 걱정을 하다가 아내가 지나다
본 음식점이 있는데 아무래도 여느 음식점과는 달리
고급 음식점 느낌이 든다며 꺼려했던 그 집으로 한번
가보자고 하여 갔다. 내부 인테리어는 물론 분위기가
깔끔한 것이 마음에 들긴 했었으나 가격이 만만찮다.
음식이 나오고 나서야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고장 평창 봉평의 '로컬푸드'라고 할 수가 있는
산채정식이다. 우리고장에는 산채를 식재료로 하여
음식을 하는 곳이 많지만 이 만큼 정갈하고 깔끔하게
음식을 하는 집은 없는 듯하다. 거의 대부분 토속적인
상차림과 분위기인데 반해 이 집은 현대적인 입맛에
가깝게 업그레이드를 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아내와
촌부의 입맛에는 맞는데 문제는 장모님 입맛이었다.
장모님께서 잘 드시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며 찾아간
것인데 아무래도 장모님 입맛에는 못 미치는 것 같아
죄송했다. 이번에도 또 음식점과 음식 메뉴 선택은
실패를 한 것 같다. 밥을 반 그릇밖에 안 드셨으니...
어느 곳에서, 어떤 음식을, 어떻게 드시게 해야할지
난감하다. 아내가 정성껏 만든 음식도 입맛에 맞지
않으신 것 같으니 걱정스럽다. 팔불출이라고 할지는
모르지만 내 아내 산골 아낙의 음식솜씨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하고 좋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