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4월 13일, 음력 삼월 초아흐렛날
아직도 산골은 영하의 기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침을 맞는다. 영하 2도, 어김없이 서리도 내렸다.
내일은 또 비소식이 있는데 눈이 내릴 수도 있단다.
산골의 겨울 끝자락은 언제쯤 감춰지려나?
켜켜이 얼어있던 시냇물의 얼음도 거의 다 녹았고
며칠전에 때아닌 폭설을 쏟아놓은 춘설도 녹았다.
생각컨데 지난 한달 가까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그동안 해야할 일을 못했다. 시기를 놓친 일도 있고
이미 했어야 했던 일도 군데군데 보인다. 산골살이는
보이는 게 일이고 하고 돌아서면 보이는 것이 일이다.
누구 말마따나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고 그렇다고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라는 생각이라서 미룬 것은
아니다. 또 그럴 성격도 아니고 그럴 성미도 못된다.
"무슨 일부터 시작을 할까?"하고 망설이다가 지난해
마을 아우가 로타리를 치러오며 했던 말이 생각났다.
"형! 자작나무 가지치기를 좀 해야겠는데... 트렉트에
늘어진 나뭇가지가 위에 자꾸 걸리네."라고 했었다.
"그래! 자작나무 전지부터 하자!"하고 장비를 꺼냈다.
그래서 지난 겨울에 큰 맘 먹고 긴 막대 톱을 장만해
두었다. 톱과 전지가위가 붙은 것을 사다가 놓은 것...
그리고 사다리와 엔진톱, 낫을 준비하여 시작했다.
자작나무는 높이 자라며 스스로 밑쪽 가지를 차례로
도태시키는 것으로 알고있다. 위로 자라기 위해서는
밑에 나온 가지에 양분을 보내지않고 차례로 없애는
습성이 있는 것으로 알고있는 것인데 맞는 것인가?
그동안 밑에 나온 가지는 시나브로 잘라주곤 했었다.
세월이 흘러 19년째가 되어 자작나무는 엄청 높이
크게 자랐다. 19년 전에 두 아우들과 함께 자그마한
자작나무를 여러 그루 심었는데 몇 해 전 밭에 그늘이
져서 대부분 잘라내고 이제 서너 그루가 남아있다.
자작나뭇길이라 부르던 그 길은 남아있으나 이제는
두 그루의 자작나무만 남아 옛 추억을 보듬고 있다.
한참 추억에 잠겼다가 막대 톱을 들고 사다리를 탔다.
미리 자를 나뭇가지를 골라두었기에 톱을 들이대고
쓱쓱 잘랐다. 잘려나가는 나뭇가지가 좀 애처롭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상념에 잠길 때는 아니란 생각을
하며 자르고 내려와서 보니 깔끔해서 좋게 보였다.
자작나뭇길 두 그루와 수영장 옆쪽에 있는 한 그루를
모두 정리하였더니 팔, 다리, 목, 어깨가 욱신거렸다.
올봄 첫 번째 일은 이렇게 끝이 났다. 자른 나뭇가지는
텅빈 작은 밭에 갖다놓았다. 토막을 내어 잘 말리면
땔감으로 쓸 수 있으니 말이다. 마저 해치워야 했는데
첫 일이라서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급한 것은 아니니
시나브로 토막을 내어 장작집에 쌓아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