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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90221_3.jpg : 촌부의 단상-기막히는 설경 뒤에는...IMG_20190221_2.jpg : 촌부의 단상-기막히는 설경 뒤에는...IMG_20190221_1.jpg : 촌부의 단상-기막히는 설경 뒤에는...[촌부의 단상]
기막히는 설경 뒤에는...

아침에 일을 나갈 무렵,
전날의 폭설에 이어 또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눈이 쌓여도 치우지 말게! 어차피 차 못올라오니까."
"알았어요. 미끄러운데 스틱 갖고 내려가!"
"그래 댕겨올께. 힘든데 따뜻하게 하고 푹 쉬어!"
"걱정말고 가셔! 오늘은 아무것도 안할테니까..."

그랬는데,
하루종일 눈이 오락가락이고 종일토록 해는 없었다.
해가 나와야 길바닥의 눈이 녹을텐데 해가 없으니...
전날처럼 폭설은 아니지만 왔다갔다 시나브로 내린
눈이 제법이라서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늦은 오후,
아내가 전화를 했다. 그런데 일하느라 못받았다.
한참 지난 뒤에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고 했더니,
전화를 받는 아내의 숨소리가 거칠게 들렸다.
"뭐하노? 또 눈치우나? 하지말랬잖아!"
"시간이 늦었지만 눈이 그치길래 나왔지!"
"하지말고 들어가! 자동차 놓고 올라갈테니..."
일이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집으로 향했다. 오는 길에
보건지소에 들려서 아내가 먹고있는 약을 타가지고...

이런이런,
집으로 올라가는 진입로 도로가에 차들이 즐비했다.
눈 때문에 모두들 주변에 자동차를 세워둔 것이다.
촌부 역시 자동차를 안전한 곳에 세워두고 올라왔다.
늦은 오후에 눈이 그쳤고 길은 장비로 밀어놓은 듯...
하지만 얼어붙어 빙판길이라서 자동차 운행은 무리다.
오다보니 봉고차 한 대가 모퉁이에 미끄러져 있었다.
아랫쪽 눈도 안치고 무리하게 다니는 이들인 듯하다.

올라와 보니,
아내가 넉가래로 눈을 치운 흔적이 보이는 것 아닌가?
경사가 꽤나 가파른 우리 길도, 
넓디 넓은 카페앞의 주차장도,
길다란 중앙통로와 장모님댁 앞길까지...
혼자 엄청 힘들었을텐데...

집으로 오다보니, 
연통에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눈 내린 설경과 함께 기가 막히는 한 폭의 그림이다.
집에 들어왔는데 아내가 보이지 않았다. 

"어딨노? 뭐하노?"하고 소리를 질렀더니,
2층에서 "이제 와? 눈치우고 땀을 많이 흘려서..."
제설작업을 마치고 올라와서 씻었단다.
"하지말랬잖아! 왜 말을 안들을꼬? 이 사람이..."
"당신이 오면 치울게 뻔하잖아? 그래서 했지!ㅎㅎ"
"왜? 내가 힘들까봐?"
"힘들게 일하고 왔는데 또 힘들면 안되잖아?"
"아따, 별소리 다 하고 있네. 이 사람이..."

이렇게, 
생각해주는 아내의 고운 마음씨가 고맙긴 하다.
하지만 지아비인 촌부의 입장에서는 그 고마움보다
환갑. 진갑 넘은 아내가 눈을 치우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하는 아내의 수고로움이 더 안스러운 것이다.

그렇게,
산골의 하루가 지나갔다.
오늘 아침은 영하 13도까지 수은주가 곤두박질이다.
어제 늦게 아내가 치운 길이 얼어붙었을 것 같다.
이틀만에 달이 뜬 걸 보니 밤새 날씨가 맑아진 듯하다.
햇살이 퍼치면 오늘은 녹겠지?
내 아내가 땀흘리며 힘들게 치웠는데...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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