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정월 대보름에는...
야들아!
빨리 안 일어나고 뭐하네?
찬물에 세수하고 부럼 깨고 밥묵자!
자, 먼저 부럼부터 한 잎 깨물어 버리라!
그래야 이가 튼실해지는기다.
그라고 김 한 장씩 들고 손으로 오곡밥 싸 묵어라!
복쌈을 싸 묵어야 복을 받는기다. 알겄제?
그 옛날 어릴 적 정월 대보름날 아침, 어머님이 자는
우리 형제들을 깨워 찬물로 세수를 하게 하고, 부럼을
한 입 깨물어 버리게 했으며, 손으로 김을 들고 밥을
집어서 복쌈을 싸 먹게 하시며 하셨던 말씀이다. 전날
낮에는 연줄에 유리가루나 사기가루를 묻혀 연싸움을
하며 연날리기를 했었고, 밤에는 논두렁에서 깡통에다
나무를 넣고 불을 붙여 빙빙 돌리며 노는 쥐불놀이를
하느라 피곤하여 곤하게 잠이 들어 겨우 눈을 비비며
일어나 어머님이 시키는 대로 찬물에 고양이 세수를
하고 나서 비몽사몽인 상태로 밥상 머리에 앉아 정월
대보름 밥을 먹곤 했다. 촌부가 어릴 적 그 옛날 정월
대보름날에는 칼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여 생선이나
각종 전같은 것은 어머님이 손으로 뜯거나 찢어주셨고
김치는 전날 밤에 썰어놓곤 하셨다. 요즘에는 거의 다
사라져 가는 이런 풍습은 미신과도 같지만 아주 오랜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 고유의 풍습이다. 점점
사라지고 잊혀져 가는 그런 풍습도, 이제는 더 이상은
어머님의 말씀을 들을 수 없으니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저 촌부의 마음 속에 간직되어 있는 추억일 뿐이다.
그래도 그 풍습 중에 몇 가지는 아직 아내가 어머님의
뒤를 이어 어머님의 말씀 그대로 하고 있다.
정월 대보름날에는 절식으로 약밥, 오곡밥, 묵은 나물,
복쌈, 부럼, 귀밝이술 등을 먹는다. 또한 기복행사로
나무시집보내기, 나무아홉짐하기, 달집태우기 등으로
한 해 농사를 기원했다. 정월 대보름 놀이는 쥐불놀이,
더위팔기 등을 했었지만 이제는 묵나물에 오곡밥이나
해먹고 부럼으로 견과류를 먹는 것이 겨우 남아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조상대대로 전해오는 우리 고유의
풍습이 이 정도라도 이어져 오고 있음을 다행이라고
여겨야겠지 싶다.
옛부터 정월 대보름 절식인 오곡밥과 묵나물은 전날에
먹었다. 아내도 어제 종일 묵나물을 꺼내 데치고 삶고
무치느라 바빴단다. 아홉 가지의 나물을 만들었으니까
그럴만도 하다. 아내가 오곡밥과 함께 정성들여 만든
아홉 가지 정월 대보름 나물은 맛도 맛이지만 보는 것
만으로도 흐믓하고 뿌듯하여 눈으로 먼저 먹은 다음에
먹기 시작했고 이나마도 우리 고유의 풍습을 지켜오는
아내의 고운 마음씨에 고맙고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아내가 만든 정월 대보름 아홉 가지 나물을 열거하면
무청 시래기, 취나물, 고사리, 고구마줄기, 무우나물,
시금치 나물, 호박 오가리, 가지 오가리, 우엉무침...
정월 대보름이자 절기상으로 우수(雨水)인 오늘 아침,
밖에는 소리없이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눈이 녹아서
비가 되면서 봄기운이 나기 시작한다고 하는 절기가
바로 우수(雨水)인데 영하 3도의 기온에 이렇게 눈이
내려 온세상을 하얗게 덮었으니 절기가 무색하다고
해야겠지? 올겨울은 눈이 적게 내려서 겨울 가뭄까지
들더니 뒤늦게 제법 자주 눈이 내린다. 이번에 내리는
눈은 꽤 많이 내릴 것이고 오늘은 하루 종일 눈소식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보인데 얼마나 내리려나? 때마침
오늘은 쉬는 날이고 자동차도 아랫쪽에 두고 왔으니
걱정을 할 필요 없다. 정월 대보름 오곡밥에, 묵나물에
귀밝이술이나 한잔하며 모처럼 여유를 즐겨볼꺼나?
하염없이 내리는 눈이 만드는 멋진 설경이 펼쳐지고
있는 고즈넉한 산골의 아름다운 풍광이나 감상하면서...
자네나 되야 대보름 정경을 느낄수 있겠네.. 도시는 거의 없어진 풍경들이고.
윳놀이 해야 하는데 눈은 펑펑..젖은 눈이라 정서가 더 느낌이 없네.. 그래도 가뭄에
아쉬움을 덜어주네.. 친구 잘 지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