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함박눈이 내려서...
오후에 일을 하다가 쉬고 있는데 아내가 전화를 했다.
"오전에 내린 눈은 다 녹았으니 이따 외식이나 할까?"
"그러세! 끝나는 대로 빨리 갈께."
눈발이 다시 흩날린 늦은 오후 또다시 전화를 한 아내,
"아무래도 안될 것 같네. 또 눈이 오고 있고 나갔다가
차가 못올라오게 되면 엄마 모시고 걸어올라오는 것도
만만찮고... 날씨좋은 날 나가고 그냥 집에서 먹지 뭐."
"나야 괜찮지만 당신이 좀 서운하겠네?"
"어쩌겠어? 이런 게 산골살이 애환인걸!ㅎㅎ"
그렇게 모처럼 산골 부부 외식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아들 녀석이 보내온 거금을 흥청망청 써볼까 했었지만
하늘의 축하인지, 하늘의 심술인지는 모르지만 적잖은
눈이 내려 하는 수없이 집에서 식사를 해야했다.
부랴부랴 아내는 저녁준비를 하고 촌부는 그 사이 장작
넣고 난롯불을 지폈다. 늘 하는 일이지만 조금은 맥이
빠진다고나 할까? 그래도 아내는 부산하게 움직이더니
금새 저녁상을 차렸다. 부대찌개를 끓였다고 급조하여
맛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겸손을 떨어지만 정말 맛있게
끓였다. 사진을 한 컷 찍었더니 비쥬얼이 너무 볼품이
없다며 찍지말란다. 찍지말라고 안찍을 촌부 아니지?
그렇게 아내와의 외식이 무산되었지만 대신 아내가 좀
수고스럽기는 했지만 맛있게 끓인 부대찌개로 집밥을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둘이 커피 한잔 하면서 케익에
촛불을 붙였다가 함께 불끄고 잘라 먹는 것으로 야식을
대신했다. 그새 눈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는데...
자고일어나 보니 세상은 온통 하얀 세상으로 변해있다.
지나온 겨울동안에 눈이 워낙 적게 내리더니 뒤늦게
자주 내리려나? 아침에 나가 잠시 빗자루로 쓸어보니
족히 10cm는 되지않을까 싶다. 이 정도는 어렵잖게
치울 수는 있는데 아랫쪽 길이 문제다. 모르겠다. 빨리
나가서 눈이나 치워야겠다. 서울에 다녀와야 하는데
아내가 혼자 힘들게 치우게 될테니 내가 치워놓고 가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게 다녀올 수가 있을 것 같으니...
한 시간 반 가까이 눈을 치우고 올라와 씻고 밥을 먹고
부랴부랴 준비해 자동차를 세워둔 아랫쪽까지 눈길을
걸어내려와 급히 차를 몰아 터미널에 왔는데 시외버스
운행시간이 바뀌었단다. 예정했던 동서울행은 1시간
기다려야 한단다. 마침 서초행 버스가 도착하여 차표를
바꿔 지금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고 있다. 아침이
너무 바빴던 촌부의 오늘은 이렇게 시작하였다. 이른
아침에 쓰던 일기도 이제서야 마무리하고.. 지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