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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90210_3.jpg : 촌부의 단상-아내의 배려IMG_20190210_2.jpg : 촌부의 단상-아내의 배려IMG_20190210_1.jpg : 촌부의 단상-아내의 배려[촌부의 단상]
아내의 배려

이른 아침인데 고라니 울부짖는 소리가 너무 요란해
잠을 깼다. 혹한의 날씨에 왜 저렇게 여기까지 내려와
울부짖는 것일까? 먹이가 없어서 그런걸까 아님 짝을
찾아 헤매는 것일까? 녀석 때문에 잠을 깨긴 했지만
일어날 시간이 되기는 했다. 아랫층으로 내려와 먼저
날씨부터 검색하고 기온을 살펴보니 우와 오늘은 꽤
춥다. 영하 17도까지 수은주가 곤두박질을 친 것이다.
짧은 달 2월도 중순으로 접어들었지만 기나긴 산골의
겨울은 물러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정도 추위는
아직도 몇 차례는 더 겪어야만 겨울이 꼬리를 감추게
될 것이다. 절기상으로 입춘도 지나갔으니  이 겨울도
서서히 힘을 잃어갈 것이다. 새봄의 기운이 점점 다가
오고 있을테니까...

겨울날 아침, 촌부가 가장 먼저 하는 일, 난로재 비워
장작넣고 난롯불 지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어라? 난로앞에 신문지빵이 여섯 개 나란히 놓여있는
것이 아닌가? 어젯밤 아내가 아침에 촌부가 일어나
난롯불 지필 때를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다. 아내의
배려라고나 할까? 신문지를 꾸겨 만든 이것을 우리는
신문지빵이라고 부른다. 비로 불쏘시개용으로 쓰는
것이다. 그 다음은 잘 마른 잔가지를 넣고 그 위에다
장작을 얹고 토치를 이용하여 불을 지핀다. 신문지를
구겨서 신문지빵을 만드는 것이 뭐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지만 이른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일 남편을 위해
미리 이렇게 준비해놓는 아내의 세심한 배려, 고마운
마음이라서 전날 소리를 질러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이
너무나 후회스러웠다. 오늘도 물주머니 팩에 뜨끈한
물을 채워 자고있는 아내의 품에 살며시 안겨주려고
했는데 아내가 잠이 깼다며 내려와 그만 기회를 잃고
말았다. 그러나 다시 2층 침실로 올라가는 아내에게
들려보냈다. 따뜻해서 좋다고 하며 올라가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뿔이 났던 아내의
마음이 조금 풀린 듯하여...

입춘이 지나서 조금 낮이 길어지기는 했지만 촌부가
일어나는 시간의 하늘에는 별이 총총 반짝이고 있다.
어서 봄이 와서 겨우내 못했던 아침 산행을 하고 싶다.
언제쯤 봄이 오려나? 새봄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
촌부의 마음 속에는 이미 봄이 다가와 있는데...

어젯밤  야식은 염치가 없어 라면으로 떼웠다. 혼자서
라면을 끓이느라 부산했더니 아내가 슬며시 다가와서
대파도 챙겨주고 냉장고에서 치즈 두 장, 달걀 하나를
꺼내 넣고 끓이라며 코치를 해주는 것이었다. 말없이
그냥 슬며시 미소로 답했다. 지은 죄가 있었고 염치가
없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까 은근 슬쩍
구렁이 담 넘어가듯 위기를 모면한 것 같다. 옛날부터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하더니... 먼저 그 마음을
열어준 아내가 고맙다. 잘 해야지라고 다짐을 한다.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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