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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90208_1.jpg : 촌부의 단상-3종 세트와 시락국IMG_20190207_4.jpg : 촌부의 단상-3종 세트와 시락국[촌부의 단상]
3종 세트와 시락국

3종 세트,
어제 아침에는 비, 진눈깨비 그리고 함박눈이 내렸다.
촌부는 이런 현상을 별로 반갑지 않은 3종 세트라고
부른다. 기온이 높았기 망정이지 지난번 내렸던 것과
같이 기온이 낮았다면 아주 좋지않은 현상이 또다시
발생할 뻔했다. 이른 아침에 비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물기를 잔뜩 머금은  눈이라고 할까 진눈깨비라 할까?
구분하기도 그런 3종 세트가 흩날려서 그냥 걷기에는
옷이며 머리가 축축하게 젖을 듯했다. 아내가 우산을
챙겨주어 바쳐들고 비탈길을 걸어서 자동차를 세워둔
아랫쪽 진입로까지 내려왔다. 노랫말에 나오는 말처럼
'겨울비 우산속'이 아니고 '겨울눈 우산속'이라고 하는
표현함이 맞겠지? 비가 내릴 때와는 달리 눈이 내리는
때는 대부분 우산없이 다니곤 하는데 너무 축축하여
우산을 쓰고 걸었더니 뭔가는 모르지만 많이 어색한
느낌이 들어 혼자 뻘쭘하였다. 겨울 가뭄 끝에 내리는
비, 진눈깨비, 눈이라서 좋기는 하였으나 한편으로는
제법 많이 내린 눈이 너무 축축하여 제설작업 하느라
2시간 반 동안 아내가 구슬땀을 흘리며 고생했단다.
비와 진눈깨비가 차례로 먼저 내려서 젖은 상태인데
그 위에 함박눈이 펑펑 내려쌓이면 제설작업 하기에는
최악의 상태인 것이다. 올겨울 내내 눈이 적게 내려서
그런대로 편안했는데 결국 편안해 하는 꼴을 못보는
하늘이었나 보다?

시락국,
전날 바베큐장에 널어놓았던 무청 시래기를 걷어와서
갈무리를 하며 어릴 적 고향에서의 겨울날 어머님이
끓여주셨던 시락국(시래기국의 고향 남해 말)을 너무
맛있게 먹었던 기억을 아내에게 말했었다. 그랬더니
아내가 "내일 저녁은 시락국 끓일테니 일 끝나는 대로
집에 와서 드시구랴! 어머님 손맛이 날까 모르겠네?"
라고 했었다. 55년 전의 그 겨울날 밥상을 기억하건데
시락국을 끓이면 으레 대가리만 싹뚝 자른 배추김치가
떠오른다. 다른 반찬은 필요가 없었다. 그 배추김치를
어머님이 손으로 쭉쭉 찢어서 시락국에 말은 밥 한 술
뜨면 그 위에 척 걸쳐 주셨던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왔더니 아내가 정성 들여 끓인
구수한 시락국 냄새가 코를 자극하였다. 식탁에 놓인
배추김치는 한 쪽을 그대로 대가리만 자른 상태이고
시락국은 어머님께서 끓이셨던 그대로에 들깨가루를
추가했다고 한다. 그래서 더 구수한 맛이 났는가 보다.
그 옛날처럼 우리가 담근 된장을 넣고, 우리가 길러서
말린 시래기로 국을 끓이고, 우리가 길러 빻은 구수한
들깨가루를 넣고, 우리가 길러 빻은 고추가루로 담근
배추김치로 저녁식사를 했다. 그 옛날 추억을 새기며,
그 옛날 어머님 손맛을 느끼는 그런 식사라고나 할까?
이런 맛을 느끼게 해준 아내의 정성이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라서 시락국을 두 그릇이나 해치웠다. 그 뿐이
아니다. 틀림없이 반주로 소주 석 잔을 할 것 같아서
시락국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오징어 초무침을 추가로
만들어 준 아내의 센스에 또 한 번 감동을 하고 말았다.
그 옛날처럼 시락국에 밥을 말아 배추김치를 찢어서
척 걸쳐 볼테기가 미어져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아내가 "이게 그리 맛있는가베? 어머니 손맛이 나나?"
라며 흐믓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촌부의 대답은...
"하모! 억수로 맛있네. 시락국 참 잘 끓였어! 고마워!"
그랬더니 "언제든지 먹고 싶으면 끓여줄께!"라고 했다.
보잘 것 없고 소소하지만 그 작은 것에서 만족을 하고
보람을 느낀 산골 부부의 겨울날 저녁식사는 그 어떤
산해진미 보다도 더 맛있는 진수성찬이었으며, 더불어
미소와 웃음이 묻어나는 행복한 밥상이었다.

오늘 아침은 꽤나 춥다. 한파주의보가 내렸다고 한다.
어제 이른 아침 보다도 무려 15도 온도 차이가 난다.
영하 13도, 한겨울 산골의 보통 날씨에 해당 되지만
절기상 입춘이 지나 마음이 다소 해이해져서 그런지
더 춥게 느껴지는 산골의 아침을 맞이한다. 이 추위가
이번 겨울의 마지막 강추위였으면 좋겠는데... 촌부의
바람일 뿐이겠지? 산골의 긴 겨울은 아직도 두세 달은
더 머물게 될테니까...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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