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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90115_3.jpg : 촌부의 단상-껍질잣 까기를 마친 아내IMG_20190115_2.jpg : 촌부의 단상-껍질잣 까기를 마친 아내IMG_20190115_1.jpg : 촌부의 단상-껍질잣 까기를 마친 아내[촌부의 단상]
껍질잣 까기를 마친 아내

지난해 12월 하순경에 시작한 아내의 껍질잣 까기를
모두 마친 아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두 팔을 들어
만세를 불렀다. 처음에 시작을 할 때 아내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이 많은 껍질잣을 언제 다 깔까? 한알한알 
도를 닦는 마음으로, 인내심으로 시나브로 까야겠지?"
그렇다! 껍질잣을 까는 작업은 말처럼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오른손에 잣까는 펜치를 들고, 왼손으로 아주
딱딱한 껍질잣 한알한알 집어들고 껍질을 까는 것은
지루하기가 짝이 없는 일인 것이다. 촌부도 해봤지만
예사로운 인내심을 가지고는 하지 못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아내가 껍질잣 까는 일을 '도를 닦는 마음'이고
'인내심'을 요하는 작업이라고 표현을 하였던 것이다.
아내는 손으로 잣을 까고, 촌부는 입으로 잣을 깠다.
잣을 까는 아내 옆에서 잔소리만 했던 촌부라서...

하얀 알갱이의 백잣이 우리들 입에 들어오기 까지는
꽤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가장 힘든 과정이 바로
껍질잣을 까는 일이다. 꽤 오래전부터 껍질잣 까기는
겨울날 아내의 소일거리였다. 가을날에 촌부가 매일
뒷산에 올라가 송진이 잔뜩 묻은 잣송이를 주워오는
것이 첫 번째 일이다. 잣농사를 업으로 하는 분들은
엄청나게 높은 잣나무 꼭데기에 긴 장대를 들고 올라
잣송이를 털어서 따는 위험한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
잣생산의 첫 번째 과정이지만 저절로 떨어진 것이나
청설모와 같은 야생동물이 떨궈놓은 잣송이를 주워
오는 것이 고작인 촌부라서 그 작업은 그렇게 힘드는
일은 아니다. 그 다음은 주워온 잣송이를 잘 말려야
한다. 바로 주워온 잣송이는 끈적끈적한 송진이 묻어
바로 깔 수가 없다. 어느 정도 마르면 잣송이를 들고
이리저리 비틀어 껍질잣을 꺼내는 일이다. 이 일은 꽤
재미가 있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거의 한 송이에서
적게는 100개, 많게는 150~200개 정도의 껍질잣
알갱이가 나온다. 그 껍질잣을 말린 다음 하는 작업이
바로 껍질잣을 펜치로 까는 것이다. 마지막 속껍질인
보늬를 벗기는 것이 마지막이지만 그것은 먹을 때마다
하면 되는 것이라서 일이라고 할 수가 없다. 잣농사를
짓는 분들은 위험한 잣송이 따기를 한 다음 잣공장에
보내 모든 과정이 자동화가 되어 백잣이 생산이 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정도의 양이 아니라서 거피하는 이
일이 가장 힘드는 일이다. 생각컨데 잣송이 따는 일이
엄청 위험하고 그 뒤를 따르는 과정이 많아서 아마도
잣값이 비싼 것이 아닐까 싶다. 도시의 마트에 가보니
200g 들이 자그만 병인데 가격이18,000원이었다.
아내와 함께 보고는 깜짝 놀랐다. 아내가 하는 말이
"이렇게 비싼데 우리 잣을 다 깐다면 얼마나 될까? 
 우리 돈 벌었지?"라며 좋아했었다. 아내가 고생하며
까놓은 잣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수고
하며 깐 잣이라서 아내 허락없이는 퍼 돌릴 수 없다.
그렇다고 우리만 먹는 게 아니고 나눠먹기도 하지만...

오늘은 근래 들어 가장 따뜻한 아침을 맞이한다. 아침
기온이 한 자리 수이다. 영하 3도... 따뜻해서 좋기는
하지만 미세먼지로 인하여 온나라가 난리고 비상이다.
어젯밤 뉴스에서 본 서울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지만 
이곳 산골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바람이 살랑이는데
이 바람에 실려 모두 다 날아가 버렸으면 좋겠는데...
거실 한 켠 화분에서 자라고 있는 쟈스민이 보라색 꽃
한 송이를 피웠다. 마치 아내의 껍질잣 까기를 다 마친
것을 축하라도 하듯 소롯이 피어 짙은 향기를 내뿜고
있는 산골의 아침이다.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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