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이런 것이 소확행이겠지?
어제 저녁무렵 친구 모임에 참석하느라 수원을 다녀
오는 아내를 데리러 장평 시외버스터미널에 시간을
맞춰 나갔다. 언제나 그랬듯이 아내가 친구들 모임에
다녀오는 것을 마중하는 촌부의 마음은 무척 기쁘다.
아내의 걸음은 한층 가벼워 보이며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 번진 모습이 너무 보기좋고 흐믓하기 때문이다.
도착하여 차에 타자마자 친구들 만난 이야기를 마치
보고라도 하듯이 이랬느니 저랬느니 즐겁고 좋았고
기쁜 마음으로 다녀왔노라고 상기된 모습으로 혼자서
연신 주절거린다.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덩달아 좋다.
아내가 이렇게 친구들과의 만남을 좋아하고 있는데
친구들과 멀리 떨어진 산골에서 살고있어 자주 만날
수가 없는 형편이라 내심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야기 끝에 좋은 선물을 사왔으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며 말을 흐렸다. 무엇을 사왔길래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했을까 싶어 궁금했지만 그러냐고 대답하고
나온 김에 저녁이나 먹고 들어가자고 하여 평소 먹고
싶어도 못먹었던 양평해장국집에 들러 얼큰한 해장국
한 그릇씩을 하고 집에 들어왔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오느라 아내가 사왔다는 선물을 깜빡 잊고 있었다.
집에 오자미자 난롯불을 지피고 뒷정리를 마친 아내,
주방에서 뭔가를 부산하게 챙기고 있는 것 같았다.
"이리와 보시오!"라며 아내가 불렀다.
"뭔데 그라는고?"라고 대답하며 주방으로 갔더니...
아일랜드 식탁에 떡하니 과메기로 술상을 봐놓은 것,
"이게 뭣고? 과메기를 어디서 샀노?"
"당신 줄라꼬 도시에 나간 김에 마트에서 사왔지!"
"비쌀긴데 먹지도 않는 사람이 뭐할라꼬 사왔노?"
"나야 못먹어도 과메기철에 과메기 좋아하는 사람이
못먹고 넘어가면 되겠나 싶어 사왔지! 맛있게 드슈!"
이렇게 아내가 도시나들이 선물로 사온 과메기를 안주
삼아서 맛있는 야식을 하였다. 이런 것이 바로 요즘에
흔히들 말하는 소확행이 아니겠는가 싶다.
아내가 과메기를 사온 사연인 즉슨, 지난번 장모님을
모시고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들렸던 대형마트에서
촌부가 진공 포장된 포항 구룡포 과메기를 살펴보며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망설이는 것을 아내가 보았다.
한 팩 사라고 하였지만 혼자 먹기에는 양이 좀 많아서
그냥 다음에 산다고 했었다. 그리고 며칠뒤에 TV에서
과메기를 소개하며 너무 맛있게 먹는 장면이 나와서
혼잣말로 "과메기철인데 올핸 못 먹고 지나가겠네."
라고 했었는데 그 말을 아내가 들었던 모양이다. 그게
아내의 마음에 안타까움으로 남아있었다고 하였다.
그래서 어제 수원을 다녀오면서 사왔다는 아내의 마음
씀씀이에 고맙고 감사하고 감동까지 함께 먹었다.
오늘도 여전히 영하 13도의 기온이라 꽤 추운 날씨다.
이 정도 추위는 산골의 겨울에는 예사이고 어젯밤에
아내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선물, 과메기를 맛있게 잘
먹었으니 이 정도 추위쯤이야 하며 오늘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