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한 되박에 얼마에요?
어제 아침에 일을 나가는데 아내가 이렇게 말을 했다.
"오늘 봉평 5일 장날인데... 시간이 안되겠지?"
"왜? 뭐 살 것이 있어?"
"어~ 잡곡이 다 떨어져서..."
"글쎄? 토요일이라서... 끝나는대로 곧장 올께!"
다행히 일이 일찍 끝나서 오후 4시쯤 전화를 했다.
"지금 장에 가도 될까? 파장(罷場)이면 어쩌지?"
"일찍 끝났네? 일단 가볼까? 그럼 빨리 와요?"
"마무리하면 10분쯤 걸릴거야! 곧 출발할께!"
일은 끝났으나 이른 시간이라 동료에게 사정 이야기
하고 나서 출발을 했다. 일터에서 집까지는 자동차로
채 10분도 되지 않는 거리인데 주말이라 차가 많다.
집으로 진입하는 도로에 아내가 걸어 내려와 있었다.
5일장이 서는 읍내에 도착했더니 장골목은 군데군데
천막이 걷히고 상인들이 철시(撤市)하는 분위기였다.
부랴부랴 장골목에 할머니들이 싸전을 차려놓고 있는
곳으로 갔으나 이미 철시를 한 뒤였다. 늦었구나 싶어
아랫쪽으로 가보았더니 70대 노부부가 온갖 잡곡을
파는 모습이 보였다. 한창 철시 준비를 하고 있는 중...
아내가 잡곡을 손으로 가르키며 하는 말이 재밌다.
"한 되박에 얼마에요?"라고 물으니 그 할머니 대답은
"큰 되박 ×천원, 중간 되박, 작은 되박은 ×천원인데...
얼마나 드릴까?"라고 가격을 알려주시며 말하셨다.
"찰보리, 흑미, 기장... 작은 걸로 한 되박 씩 주세요."
아내와 싸전의 할머니가 나누는 대화를 지켜봤는데
오가는 대화가 정겨웠고 양을 가늠하는 "되박"이라는
나무로 만든 용기가 너무나 시골스런 느낌이 들었다.
요즘은 대부분 몇 g, 몇 kg으로 포장이 되어 있는데
이렇게 사각의 되박으로 양을 정해 곡식을 파는 것을
정말 오랜만에 본 것이다. 옛날에는 부피를 나타내는
단위를 "홉, 되, 말"로 사용했었는데 싸전에서 잡곡을
파는 할머니께서는 지금도 되박의 크기별로 가격을
정해놓고 장사를 하시는 모습에서 그 옛날 기억이 떠
올라 너무나 정겹게 보였다. 그 잡곡을 사는 아내도
"되박"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을 보는 느낌도 너무
좋아보였다. 그 뿐이 아니다. 시골장에서 이렇게 파는
할머니들께서는 정해진 되박으로 가득 담은 다음에
꼭 덤으로 조금 더 주시는 정이 있다. 재밌고 정겨운
모습이다. 그래서 아내는 장에 나가면 할머니들께서
조금씩 놓고 파는 싸전이나 난전을 지나치지 못하고
사는 버릇이 있다. 아내도 촌부도 그 옛날의 아련한
추억이 소환되는 느낌이 들고 좋아서 그러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흰 쌀밥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꼭 끼니마다 밥을 지을 때 온갖 잡곡을 섞어서 짓는다.
흰 쌀밥은 명절이나 생일, 제사, 그 외에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늘 밥상에 오르는 밥은 잡곡이 섞여있다.
그러다 보니 아들녀석도 마찬가지인데 혼자 지내는
요즘은 어떻게 밥을 지어 먹는지 모르겠다. 엄마처럼
잡곡을 섞어 밥을 지어 먹는지 아니면 요즘 시중에서
편하게 사서 먹는 햇반이라는 것으로 대충 떼우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참, 오늘은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아내가 수원에서 초등학교 친구들
모임이 있어 모처럼 간다고 했으니 서둘러 준비하여
시외버스터미널에 데려다 주어야 한다. 며칠전부터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며 설레이고 있는데...
어제 아침에는 영하 6도로 추위가 주춤해 좋았는데
오늘 아침은 다시 수은주가 곤두박질을 하여서 영하
12도까지 떨어졌다. 겨울날 보통 수준의 기온이지만
바람이 잠잠하여 그다지 춥다는 느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