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감귤청을 담근 아내
올겨울은 여느해 겨울에 비해 눈이 아주 적게 내렸다.
지금쯤이면 길가에 치워놓아 쌓인 눈의 높이가 거의
20~30cm는 되었을 것인데 겨우 땅바닥을 덮어놓은
정도에 그쳤다. 비탈진 언덕배기에서 사는 우리로서는
힘들게 눈을 치워야만 하는 수고로움을 덜었으니 아주
다행스럽기는 하다. 그렇지만 농사를 짓는 농부님들은
이렇게 눈이 내리지 않으면 올봄 농사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며 걱정들을 한다. 그러니까 겨울 가뭄이 드는
것 아니냐고... 이곳은 겨울이 길고 눈이 자주 내리고
많이 내리는 고장이라서 겨울 가뭄이 드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하는데 올겨울은 아무래도 겨울 가뭄이 드는
것 같다고 한다. 눈치우기에 이골이 난 아내와 촌부는
가뭄이 드는 것보다 눈이 적게 내리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을 하지만 농사를 업으로 하는 마을분들 입장을
생각하면 그렇게 마냥 좋아할 수도 없으니 좀 그렇다.
날씨 소식을 전하는 뉴스엔 연일 건조주의보가 내려
화재주의, 산불조심, 감기조심을 하라며 전하고 있다.
아내와 함께 읍내 나갔던 장모님께서 감귤 한 박스를
사오셨는데 꽤 많이 나눠주셨다. 우리는 주로 감귤을
난롯불에 살짝 구워 먹는다. 그냥 먹는 것보다 맛있다.
지난 연말쯤인가 처남이 서귀포 감귤을 한 박스 보내
줘서 지금껏 장모님과 나눠 먹었는데 다 떨어졌는가
보다. 그래서 사오셨다고 한다. 그나마 감귤을 조금씩
잘 드시니까 감기예방에도 좋다고 하니 다행이다.
장모님께서 주신 감귤 2kg, 레몬 몇 개를 물에 식초를
조금 섞어 담가놓았다가 물기를 제거하고 썰어 설탕을
넣고 감귤청을 담근 아내, 뭔가 생각이 나면 꼭 해봐야
하는 실험정신이 남달리 강한 사람이라고 해야할까?
감귤청을 담가놓고 감기예방에 좋으며, 음식을 할 때
설탕 대신 감미료로 사용해도 좋다고 하며 쓰임새를
설명하는 아내 모습이 참 보기좋았고 고마운 마음이
샘솟듯 덩달아 좋아한 촌부... 이런 소소한 일상에서
즐거움, 기쁨을 느끼고 맛보며 살아가는 우리들이다.
오늘 아침은 어젯밤 날씨 예보와는 달리 기온이 많이
내려가지 않아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영하 10도...
바람만 불지않으면 이 정도 기온은 겨울 날씨치고는
대수롭지 않은 기온이라서 그러려니 하는 우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