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새해 첫날부터 유유자적(悠悠自適)
기해년 (己亥年) 새해 첫날,
이른 아침 눈이 조금 내려 하얗게 살짝 덮었다. 새해,
새날이라고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이었을까? 아니면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이 세상이 보기싫어 하얀 눈을
내려 덮어버린 것일까? 새해의 새날에 보기가 좋으니
하늘의 선물이라는 생각을 하기로 했다. 눈이 내리자
아내는 걱정부터 했다. 읍내에 다녀와야 하는데 눈이
많이 내려 걱정된다며 자동차를 내려다 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그 이야기에 밖에 나가 하늘을 올려다
보았더니 동녘에는 해가 떠오르고 파란 하늘색인데
우리집 쪽의 하늘에만 먹구름에 눈발이 날리고 있는
것이었다. 자동차를 내려다 놓는 수고는 할 필요없어
다행이었다. 이런 눈을 소나기눈, 소낙눈이라 하는데
별로 자주 쓰는 말이 아니라서 조금 생소한 단어이다.
2019년 새해 첫날이라며,
아내는 아침에 떡국을 끓였다. 장모님은 모시고 셋이
조촐한 아침식사를 하였다. 설날은 아니지만 새해의
첫 식사로 떡국을 먹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하였는데
그 이유를 알고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새해 첫날이나
설날 아침에 떡국을 먹는 이유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가래떡이 흰색이고 길어 순수(純粹)와 장수(長壽)의
의미를 부여하여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한 해를 시작
하고, 장수하며, 재산이 불어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새해의 첫 음식으로 삼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새해 첫날이 딱히 할 일도 없어,
난롯불 지펴 훈훈한 거실에 앉아서 잣을 까던 아내가
읍내 채소가게와 마트에 전화를 하더니 새해 첫날인
휴일에도 문을 열었다며 다행이라고 했다. 볼일이 좀
있으니 잠시 다녀오며 점심이나 먹고 들어오자고 하여
나갔다. 산골 읍내라서 딱히 외식으로 먹을만한 것이
마땅하지는 않지만 장모님께서 집에서 먹는 음식보다
바깥에서 드시는 것을 좋아하시니 어쩔 수가 없는 일,
그나마 한군데 바지락 칼국수를 잘 드셔서 그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사실 아내는 어패류를 좋아하지 않아
그 집에 가는 것을 꺼려하고 탐탁지 않아 우리끼리는
가지 않지만 장모님을 위해서는 아내가 양보를 한다.
집밥은 잘 안드시면서 그 집 칼국수와 바지락을 아주
맛있게 드시는 것을 보니 그나마 다행이구나 싶었다.
밀리는 자동차 행열 덕분에,
읍내에서 집까지 10여분 걸리는 거리를 30분 가까이
걸려 집에 왔다. 새해 첫날 해돋이를 보러 동해안으로
갔던 차량들이나 인근의 스키장을 다녀오는 차량들로
고속도로는 마치 주차장을 연상할 정도로 정체였다.
그 여파로 읍내에서 집으로 오는 국도까지 귀경차량이
우회도로라고 국도에 들어서 밀린 것이다. 차량들이
줄을 늘어 서있으니 우리도 어쩔 도리 없었다. 아내가
하는 말이 재밌다. "오늘 하루에 한달동안 볼까말까한
차를 다 보는 것 같네." 그 정도로 집으로 오는 도로가
밀렸는데 우리집으로 좌회전 하는 곳에 다다를 무렵
아내가 또 한마디를 해서 웃었다. "우린 다왔는데 저
사람들은 서울까지 가려면 진 꽤나 빼겠는걸? 이렇게
고생을 하면서 해돋이를 보러 다니는 걸 보면 대단해!
집에 다 온 우리를 보면서 부러워 하겠지?ㅎㅎ"
스마트폰을 무음 상태로 해놓고,
새해 첫날이라고 스마트폰은 연신 울어대고 있었다.
새해 덕담이며 인사 나누는 소리가 하루종일 이어져
그랬던 것이다. 읍내를 다녀와 딱히 할 일도 없어서
정초부터 낮잠이나 한숨 자려고 누웠더니 울어대는
스마트폰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어서 무음 상태로
해놓고 두어 시간 낮잠을 잤다. 그 사이 아내는 저녁
준비를 하였단다. 새해 첫날의 특식이라며 읍내에서
사온 돼지등뼈로 매운등뼈찜을 만들어 놓았다. 다시
장모님을 모셔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소주도 한잔을
곁들여서... 이렇게 2019년 새해 첫날 촌부의 하루는
빈둥빈둥 무의미한 듯하였지만 유유자적(悠悠自適)
속에 즐겁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