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좋은 선물이기를 바랬는데...
해마다 요즘같은 겨울철이면 아내는 껍질잣을 까느라
고생을 한다. 딱딱한 껍질을 깨고 벗겨야 백잣을 먹게
되는 그 일을 힘들게 한다. 잣껍질을 까는 용도로 만든
자그마한 펜치를 들고 시나브로 하다보니 손도 아프고
눈도 피로하다고 했다. 그 모습을 보고 껍질잣을 거피
하는 곳이 있는지 수소문을 해봤으나 그런 곳은 없고
있다면 잣을 가공하는 공장인데 소량이고 자체 가공을
하는 것 외는 취급을 하지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혹시
펜치보다 더 편리한 도구가 있나 싶어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마침 눈에 띄는 도구가 있었다. 그래! 이것이
바로 아내를 위한 것이구나 싶어 주문을 했다. 주문을
해놓고 아내에게 좋은 선물이 올 것이라며 생색이란
생색은 다 냈다. 며칠전 드디어 그 도구가 도착을 하여
설명서를 읽어봤으나 잣을 까는 내용은 없었다. 주로
매실, 호두, 땅콩 껍질을 까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인터넷에는 잣 껍질도 잘 까진다고 했었는데
정작 도구를 사용해보니 잣을 까는 용도로는 아닌 것
같았다. 전화를 하여 어떻게 하면 잣 껍질을 잘 깔 수
있느냐고 문의를 하였다. 친절하게 자세히 설명을 해
주시긴 했으나 통화를 하며 설명한 그대로 해봤지만
속 알갱이가 박살이 나고 깨지는 것이었다. 이리저리
해보고 또 해봤으나 설명한 그대로 안된다고 했더니
잣 껍질을 까는 용도에 적합하지 않으면 반품을 해도
괜찮으니까 그냥 보내면 환불을 해주시겠다고 하였다.
아내에게 좋은 선물이기를 바랬는데 마음이 상했으나
어차피 선택을 잘못한 내 탓이라 아내에게 할 말 없어
반품을 할까말까 망설였다. 그다지 가격이 비싼 것은
아니지만 사용할 용도에 적합하지 않으니 반품을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아내 마음 씀씀이 보게!
촌부는 아내보다 한 수 아래이구나 싶었고 이런 고운
마음씨를 가진 아내 모습이 좋아 한번 더 바라보았다.
"연말인데 그 분은 반품을 받으면 기분이 어떻겠수?
나름 제품을 발명해 특허까지 내고 판매를 할 정도면
뭔가 남모르는 자부심도 있을텐데 그냥 두고 씁시다.
큰 돈도 아닌데 이 연말 연시에 남에게 작은 상처라도
주는 것은 우리도 기분 상하는 일이 될 것 같은데..."
이렇게 말하고는 그 도구를 잘 싸서 보관을 해놓았다.
아내는 그 뒤로 지금껏 시나브로 껍질잣을 까고 있다.
어젯밤, 난롯불에 장작 몇 개 더 넣고 있는데 껍질잣을
까고 있던 아내가 "오늘 야식은 녹두빈대떡 부쳐먹는
것은 어쩌냐?"고 물었다. "좋~지! 한번이라도 당신이
해주는 것에 가타부타 했었나?"라고 말하며 "무조건
오케이!" 라고 대답했다. 아내는 녹두빈대떡을 아주
좋아한다. 아내가 만드는 빈대떡이나 부침개같은 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것이 특징이라 아주 맛이
좋다. 고사리, 숙주나물, 대파와 찹쌀가루를 조금 넣고
부쳐내면 씹히는 식감은 물론이고 고소한 뒷맛이 아주
그만이다. 녹두빈대떡은 주로 제사 차릴 때나 명절에
부쳐먹곤 했으나 요즘은 녹두가루가 있어서 아무때나
손쉽게 녹두빈대떡을 부쳐먹을 수가 있어 좋다. 또한
먹다남은 녹두빈대떡은 냉동보관을 해두었다가 뎁혀
먹거나 각종 명절 음식을 넣고 전찌개를 끓여 먹으면
이 또한 별미음식이다. 오늘 밤에는 이것저것 섞어서
뜨끈한 전찌개를 끓여 먹자고 해볼까?
가는 해를 보내려면 오늘, 내일이 남았는데 가는 것이
서운해 그런 것인지 무슨 미련 남아서인지는 몰라도
맹추위로 끝마무리를 하려나 보다. 영하 20도 혹한은
오늘 아침에도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작은 양심이란
것은 있는지 바람이 잠잠하여 다행이다. 이런 기온에
바람이라도 불어제끼면 정말 감당을 못하는 추위에
몸을 오들오들 떨게 될텐데 그나마 고맙다는 생각을
하며 2018년의 끝자락 364번째 아침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