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오랜만에 도끼질로 몸을 풀었더니...
아따, 힘드네!
간만에 도끼질로 장작패기를 했더니 온몸이 뻑적지근,
욱신욱신 쑤신다. 반면에 마음은 흐믓하고 뿌듯하다.
그동안 죽데기(피죽)을 사다 난로불을 때느라 장작을
패는 수고로움은 덜었는데 거의 한달 보름 가까이 땐
나무가 수월찮게 많이 땐 것 같다. 밭가 큰 장작집이
훵하게 비어가는 것이 눈에 띄었고 매일 장작을 나른
아내가 걱정이 되는지 더덕밭가에 쌓아둔 통나무를
가져다 장작으로 쪼개야 하지않겠냐고 했다. 2년전
마을 아우가 더덕밭에 그늘이 진다며 큰 은사시나무
한 그루 자빠뜨려 놓았는데 크기도 했고 넘어지면서
옆 나무에 걸쳐있어 자연스럽게 마르기를 기다리다가
지난 봄에 잘라 밭가에 쌓아두었던 것이다. 장작으로
쪼개야 겠다고 마음을 먹긴 했으나 죽데기를 때느라
편안함에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다. 잘 마른 통나무를
자동차에 실었더니 한가득이었다. 집앞의 작은 밭에
쌓인 눈을 대충 치우고 나무를 쏟아놓고 장작패기를
시작했다. 거의 일 년 만에 도끼를 들어보는 것 같다.
퍽퍽, 쫙쫙...
통나무가 날카로운 도끼에게 얻어맞으며 장작으로 재
탄생하고 변모하며 나는 소리이다. 이런 소리 들으며
도끼질을 하는 촌부의 기분도 따라서 좋아진다. 바로
도끼질을 하며 쾌감을 느끼는 그런 소리인 것이라서
너무 좋다. 통이 큰 나무는 도끼질 만으로 쪼개지지를
않는다. 도끼를 내리치는 촌부의 힘이 약해서 그럴 수
있겠지만 나무의 종류에 따라서 쪼개지는 나무결이
많이 다르다. 그때는 하는 수없이 함마를 사용해야만
한다. 통나무를 찍은 도끼 뒷통수를 함마로 내리치면
쪼개진다. 이 작업은 아내와 둘이 복식조를 이루어야
수월해진다. 또한 촌부가 쪼개놓은 장작을 장작집에
갖다쌓는 일은 아내가 한다. 환상의 복식조인 것이다.
어라, 이 아줌마 보게!
잠시 쉬는 사이 아내가 도끼를 들고 자그마한 나무를
쪼개느라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도끼를 들고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몇 번 내리치더니 겨우 자그마한 장작을
쪼갰다. "이 사람아! 도끼질이 쉬운 것이 아니라네!"
했더니 "이 정도는 할만 했는데... 더 이상 못하겠소!"
"도끼질 할만 하던가? 수고했네. 위험하니까 앞으론
절대 하지말게! 알았는가?" 촌부가 하는 것을 수년간
봐왔으니 장작패기를 한번 해보고 싶었는가 보다.
부자가 된 듯 뿌듯하네!
그렇게 한나절 아내와 함께 장작을 패고, 장작을 쌓고
나니 기분이 좋다. 한동안 장작패는 수고는 없을 듯...
아내가 수고했다며 배를 갈아넣어서 만든 유자청으로
뜨끈한 유자차를 끓여 나왔다. 추운날 바깥에서 마시는
차 맛은 마셔보지 않은 사람은 그 맛을 모를 것이다.
찻잔은 도예가이신 봉화 성님댁 형수님의 작품이라서
그런지 더 운치가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고 이런 날에
잘 어울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찻 잔을
선택하는 것도 분위기에 따라 고르는가 보다.
그럼, 야식은 뭘 먹었을까?
읍내 장에 나갔다가 단골 채소가게 아주머니께서 밤을
조금 주셨다며 난롯불에 군밤을 구웠다. 겨울날 밤에
먹는 군밤 맛이 아주 좋다. 집안에 난로가 있으니 꽤나
운치도 있고 이렇게 군밤이나 군고구마를 구워서 먹을
수가 있으니 이래저래 산골스런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