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이제 다시 힘 좀 써볼까?
밭가의 큰 장작집에 장작이 많이 비어 느낌이 훵하다.
지난 11월 초순부터 난로불을 지피기 시작한지 어언
한 달 보름이 다 되어간다. 장작집에 장작이 줄어드는
만큼 겨울도 깊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침에 무심코
장작집에 눈길이 가 살펴봤더니 두 줄로 쌓아두었던
죽데기로 만든 장작은 거의 다 갖다 때고 이제는 얼마
남지않았다. 어느새 저 빈만큼 장작을 다 땐 것일까?
하긴 큰 장작집에서 현관옆에 있는 작은 장작집으로
옮겨놓았으니 자연히 자리가 빌 수밖에 없겠지만...
매일 장작을 가져다 난로불을 지펴 따뜻하게 지냈고
연료비도 많이 절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장작이 빈
자리를 보며 느낌이 훵하다는 것은 욕심에서 비롯된
촌부의 마음이겠지 싶다. 이럴때 비유해도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문득 "곶감 꼬치에서 곶감 빼 먹듯"이란
말이 생각난다. 가득 채웠던 장작집이 비워져 가는
모습이 곶감 꼬치가 비어가는 그런 느낌이 든다.
작은 장작집에 있는 죽데기 장작은 비상용으로 두고
다시 여느해 했던 것 처럼 장작준비를 시작해봐야만
할 것 같다. 크고 작은 통나무를 알맞은 크기로 잘라
쌓아놓은 장작집에서 꺼내서 적당한 두께로 쪼개야
비로소 집안의 난로용 땔감이 될테니까 힘이 들어도
도끼질을 시작해봐야겠다. 그 옛날 영화에 등장하는
돌쇠가 되어보는 것이다. 돌쇠는 도끼로 장작을 패고
산골 마님은 패놓은 장작을 주워 정리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내년부터는 좀 더 많은 죽데기를 사와야만
이 일이 생략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미리미리 사와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한동안 따뜻한 날씨가 꽤 오래 지속되어서 좋았는데
크리스마스 이브날인 오늘은 수은주가 곤두박질한다.
어제보다 무려 10도 가량 떨어진 영하 13도를 기록
하고 있다. 이 정도 추위야 산골에서는 겨울날의 보통
수준 기온이지만 한동안 따스했던 탓인지 제법 춥게
느껴진다. 바로 이럴 때 덜 녹은 눈밭에서 도끼를 들고
장작패기를 하면 추위도 가시고 운동도 되지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힘 좀 써볼까?
장작패기를 시작하려니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철학자 "칸트"의 "행복의 세 가지 조건"이... 이 멋진
말을 지금의 촌부에게 비유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일
수도 있겠지만 나름 그렇게 생각해보고 싶어진다.
장작패는 일이 있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으며, 또한
그 장작으로 따스한 겨울을 지낼 수가 있다는 희망이
있으니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살자고 하는 이놈 촌부는
행복한 영감탱이가 아니겠는가?
철학자 '칸트'의 <행복의 세 가지 조건>
첫째, 할 일이 있고
둘째,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셋째, 희망이 있다면
그 사람은 지금 행복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