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동짓날의 절식(節食) 동지 팥죽
어제는 일년 중에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
24절기 중 22번째 절기 동지(冬至)였다. 예로부터
동짓날에는 절식인 팥죽을 쑤어, 먹기 전에 대문이나
장독대에 뿌리면 잔병과 악귀를 쫓고 재앙을 면할 수
있다고 여겼다. 요즘이야 이런 방법(防法)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첨단 과학이 발달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미신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음식 하나에도 이런 의미를 두었던 조상들의
지혜로운 생각이나 그 정신은 두고두고 이어지기를
바래보는 마음이다. 절기(節氣)나 절식(節食)은 거의
대부분 농경시대에서 비롯이 된 것이며, 조상 대대로
물려 내려오고 있는 우리 고유의 전통적인 풍습이다.
그나마 팥죽을 쑤어 먹는 것이라도 그 명맥을 이어
오고 있음은 다행이 아닌가 싶다.
어릴적 기억을 되살려 보면 동지는 '작은 설'이라 하여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살 더 먹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동짓날에 할머니, 어머니께서 끓여주신
동지팥죽은 찹쌀가루로 경단처럼 빚은 새알심과 쌀을
넣고 끓인 것으로 기억한다. 동짓날은 집안의 온사방
곳곳에다 방법(防法)으로 팥죽을 갖다놓았다. 심지어
소마굿간에 까지 갖다놓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그 팥죽 한 그릇은 한끼 식사였고 그날은 먹다가 남은
식은 팥죽을 야식으로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그때도 아무거나 잘 먹던 촌부였지만 팥죽에 밥알이
들어있는 것이 싫어 투정을 부리다가 어머니께 혼이
났으나 할머니께서는 밥알이 들어가지 않은 팥죽과
새알심만 골라 떠주신 기억이 지금껏 남는다. 요즘도
팥죽을 끓인다고 하면 아내에게 쌀을 넣지말고 끓여
달라고 주문하는데 아내 또한 팥죽에 들어간 밥알이
싫다며 쌀을 넣고 끓이지 않는다. 다만 맵쌀 대신에
찹쌀가루를 조금 넣고 끓여 팥죽의 걸쭉함도 살리고
구수함과 담백한 맛을 낸다고 했다. 이런 것까지 같은
취향이니까 우리 부부는 천생연분, 부창부수이다.
동짓날인 어젯밤 아내가 야식으로 동지 팥죽을 끓여
내왔다. 전날 팥을 삶아 갈아서 만든 팥앙금을 100g
남짓한 양을 1인분씩 랩에 싸서 많이 만들어 놓았다.
낮에 장모님께 우리가 야식으로 먹은 그대로 팥죽을
끓여드렸더니 맛있게 한 그릇을 다 드셨다고 하였다.
입맛 없다고 하셨는데 맛있게 잘 드셨다니 다행이다.
우리도 저녁에 야식으로 동치미 국물과 함께 팥죽에
까놓은 햇잣을 조금 올려 먹었더니 구수함이 한층 더
어우러져 맛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팥죽을 한 그릇
뚝딱 해치웠더니 동짓날이 아니라도 언제든지 먹고
싶으면 끓여주겠다는 아내가 너무 고마웠다. 냉동고
안에 보괸해놓은 팥앙금으로 소를 넣어 수수부꾸미도
만들어 먹을 것이라 했는데 언제 해먹을런지 팔불출
남편은 벌써부터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