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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81221_3.jpg : 촌부의 단상-도를 닦는 마음이란다.IMG_20181221_2.jpg : 촌부의 단상-도를 닦는 마음이란다.[촌부의 단상]
도를 닦는 마음이란다.

밖에 나가 일을 하고 저녁무렵에 들어왔더니 아내가
난롯가에 앉아서 손에 잣을 까는 펜치를 들고 열심히
껍질잣을 까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혼잣말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드디어 또 산골 아낙의
겨울날 소일거리가 시작되었군!" 하면서 살며시 옆에
다가가 장난삼아 너스레를 떨어보았다.
"뭐하노?"
"보면 모르나?"
"그야 알제? 잣을 까고 있네."
"여보시오! 잣을 까는 게 아니고 도를 닦는 겨!"
"앗따! 봉평 산골에 할매 도사 탄생하겠네!"
"기다리봐! 조금 있으면 도사가 될테니..."
"잣을 잘 까는 잣까기 달인?"
"허허 그 양반..."
"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는고?"
"잣을 까는 게 아니고 도를 닦는 것이라니까!"
"그럼 나도 도를 좀 닦아볼까?"
"막설하시오! 도는 아무나 닦는 줄 아시오!"

해마다 겨울이면 시작하는 아내의 겨울날 소일거리,
송진이 묻은 잣송이를 벗겨 말려놓은 잣껍질을 까는
작업이다. 새끼손가락 끝마디 정도 크기인 잣껍질을
벗기는 작업은 꽤나 많은 시간 소요와 인내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은 그저 주어지는 게
아님은 익히 알고 있다. 손이 많이 가야 하고 시간을
투자해야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특히 자연에서
얻어온 자연의 선물인 잣은 더더구나 그렇다. 이 잣은
손이 정말 여러번 가야지 뽀얀 속살의 백잣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대량으로 잣을 가공하는 공장은 자동화
기계로 손쉽게 하겠지만 산골의 민가에서는 주워온
잣이 그저 식구들 먹을 만큼의 양이라서 수작업으로
잣을 까게 된다. 

아내가 손에 들고 잣을 까는 도구는 펜치처럼 비슷한
것이다. 그 도구로 껍질잣(피잣)을 한알한알 까야만
하는 일이라서 속도를 낼 수가 없으며 힘도 꽤 든다.
그래도 아내는 수년간 해온 일이라서 상당히 숙련이
되어 손놀림이 꽤나 빠르다. 그 모습을 보다가 혹시
잣을 손쉽게 빨리 까는 도구가 있을까 하고 인터넷을
검색해봤더니 있다. '알박사'라는 도구가 있긴 한데
그게 잣껍질을 까는 것도 되는 것인가 문의를 했더니
가능하다고 하여 아내를 위해서 당장 주문을 하였다.
18년만에 이제 구닥다리 잣까기 펜치는 그 자리를
신식 도구 알박사에서 물려주고 뒤로 물러나게 된다.
그동안 아내가 힘들게 껍질잣을 까느라 수고했는데
새로운 도구가 아내의 수고로움을 덜어주게 되겠지.
그나저나 편리한 도구를 사용하면 아내의 도 닦기는
끝날텐데 어쩌나? 
Atachment
첨부 '2'
  • 웃음 2018.12.25 14:50

    산속에 사는 것 자체가 도 닦는것 아닐까.. ㅎㅎ  잣 까는 뺀치도 있다는게 신가하긴 하다..

    편히 먹기만 하는데.. 수정과나 식혜에 둥둥 떠있는..잣. 맛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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