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장모님 우리 장모님...
그젯밤에 이어서 어젯밤에도 장모님께서 늦은 밤인데
아내에게 전화를 하셨다. 아내와 통화하는 것을 대충
들으니 TV 리모콘이 제대로 작동을 않는다는 것이다.
아내는 밤이 늦었으니 아침에 내려가 고쳐드리겠다고
하였다. 옆에서 듣자하니 바로 가서 고쳐드리는 것이
좋을 듯하여 아내에게 옷을 챙겨 입으라 했더니 밤이
늦었는데 뭘 가느냐고 했지만 오죽하면 장모님께서 이
밤중에 전화를 하셨겠냐며 가보자고 하고 내려갔다.
무엇을 어떻게 만지셨는지 TV 화면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기계치 촌부이라서 그런지 그젯밤엔 아무리
고치려고 해도 결국 고치지 못했다. 촌부 생각으로는
유선방송 리모콘 말고 TV 리모콘이 있어야만 할 것
같아 장모님께 여쭤봤더니 리모콘은 하나밖에 없다고
하셨는데 어제 아침 아내가 내려가 찾으니 있어서 잘
고쳐드리고 왔다고 했다. 그런데 또 어젯밤 그 시각에
전화를 하셔서 이번에는 또 소리가 안난다고 하셨다.
아내가 내려가 금방 고쳐드리고 올라왔다.
그런데 걱정이 생긴다. 연세를 많이 드셔서 그렇기는
하겠지만 점점 기억력과 인지력이 떨어지시는 것을
느끼게 되는 된다. 그뿐만이 아니라 자꾸만 당신 혼자
하실 수가 있는 일도 기피를 하는 현상이 보여 걱정이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참으로 열심히 화장도 하시고
집안일도 부지런히 하시더니 요즘은 만사가 귀찮다고
하시면서 집안 청소도 하지않고 사시는 것만 같아서
속이 상한다. 우리들 생각에는 충분히 운동삼아서 그
정도는 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들 판단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종일 집안에만 계시고 바깥
출입이라곤 가끔 식사하시러 오시는 것이 전부이다.
하기사 요즘같은 겨울날에는 바깥에 나오시는 것이
더 걱정스러울 수 있긴 하지만 가끔은 바깥에 바람을
쐬러 현관에 나와도 될텐데 그러시지를 않는다. 제발
집안 공기도 바꾸게 창문을 좀 열었다가 닫으시라고
그렇게 잔소리를 해도 막무가내이시다. 또 장에서나
마트에서 이것저것 사오긴 하시는데 늘 밥맛이 없다,
입맛이 없다는 말씀을 달고 계신다. 식사를 하시러
오셔도 드시는둥 마는둥 하시니까 아내 또한 장모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딸이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
밥상을 차려드려도 몇 숟갈 떠는둥 마는둥을 하시니
아무리 연로하신 엄마이시지만 아내가 속이 상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늘 외식을 하자고 하시니 이 또한
걱정이다. 무슨 음식을 드시고 싶으시냐고 여쭈면 늘
하시는 말씀은 "너희들 먹고싶은 것 먹자!"라고 하여
제발 드시고 싶은 것으로 먹자고 해도 생각없이 그냥
나가서 먹는 그 자체가 좋으신 듯하다. 음식점에서도
당신 입맛에 맞으면 그나마 다행히 집에서 보다는 좀
많이 드신다. 이러시니 우리 부부는 늘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혹시 다른 형제들은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부모를 모신다는 것은 모시는 자식외는 그
속사정을 잘 모를 것이다. 잘 모시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 가끔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아내는 아침이면 약을 들고 내려가 드시게 하고 또한
밤 아홉시에도 혹시나 잊을까 싶어 알람을 맞춰놓고
전화를 하여 약을 드시게 한다. 기억력이나 인지력이
자꾸 떨어지셔서 약은 제대로 드시고 계시는지 조차
의문스럽다. 이러니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음이다.
촌부에게 윗어르신은 장모님 뿐이시다. 그래서 나름
잘 모셔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다지
살갑게 대하거나 정겹게 말하는 성격을 가지지못한
퉁명스런 경상도 출신 사위라서 못마땅 하실 수 있어
죄송스럽기도 하다. 이 큰사위의 마음은 늘 장모님을
생각하면 짠하고 가슴이 저려온다. 그리고 늘 엄마를
생각하며 마음 아파하는 아내를 보는 것도 힘이 든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기를
바라는 수밖에... 내일은 쉬는 날이니까 모든 일 제쳐
두고 장모님댁 집안 구석구석 청소를 해드려야겠다.
새벽녘 잠시 바깥에 나왔더니 예보에도 없던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순간 자동차를 아랫쪽에 내려다놓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부랴부랴 옷을 챙겨입었다.
주차장으로 달려 내려가 자동차를 아랫쪽에 내려다
놓고 왔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는 말이 실감난다고나 할까?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겨우 땅바닥을 덮을 정도다. 하지만 안전한 것이
제일이라며 애써 마음을 다둑였다. 기온도 그리 낮지
않다. 영하 2도, 간만에 이런 한자릿수 기온인가 보다.
바람이 간간이 불어 차갑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