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아침 달을 보며...
음력 시월 스무날 아침이 밝아온다. 이른 아침 난로에
장작을 넣고 불을 지폈다. 요즘 일어나자마자 하는 첫
일과가 난롯불을 지펴 밤새 내려간 기온에 차가워진
실내를 뎁혀놓는 것이다. 아내가 잠에서 깨면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게... 올해 처음 사다 때는 땔감나무
죽데기(피죽)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불땀이 좋다.
장작이 아니라서 너무 잘 타고 헤프지 않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정작 불을 때 보니 그건 한갓 기우(杞憂)에
불과하였다. 불을 지피기도 쉬울 뿐더러 불땀이 좋아
나무를 많이 땔 필요가 없어서 더 좋다. 산에서 나무를
해오는 것도, 장작을 패는 일도, 불을 지피느라 고생을
하는 일도 줄였으니 정말 다행이고 잘 선택한 일이다.
불을 지펴놓고 바깥에 나갔다. 겨울이라 별다른 일은
없지만 늘 하던 습관이라서 단지를 한바퀴 돌기 위해
나가는 것이다. 현관문을 열고 나서자마자 왼편 숲쪽
지붕위에 노출된 난로 연통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가 시골스런 모습의 정취라서 참 좋은 느낌이다.
딱히 뭐라 뚜렷한 표현을 하진 못하겠다. 피어오르는
연기를 따라 가다가 눈길이 머문 곳은 잎이 다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은 꺽다리 낙엽송 가지 사이에 걸려
있는 달을 보게 되었다. 빛를 잃은 아침 달이다. 아주
가끔 이런 모습의 달을 보게 된다. 동녘에 해가 솟아
동이 틀 무렵인데 아쉬움이 남은 듯이 넘어가지 못한
달이 애처로운 모습이다. 해와 달은 숨박꼭질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늘은 해를 보고픈 달인가 보다.
지구의 위성, 달은 스스로 빛을 발하지 못하기 때문에
태양의 빛이 닿는 부분만 반사되어 빛이 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태양, 달, 지구 세 천체의
위치에 따라서 달이 빛나는 부분의 형태가 달라지는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달은 모양에 따라서
초승달,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 그믐달로 구분된다.
음력 시월 열아흐렛날에 떠 스무날인 오늘 아침까지
넘어가지 않은 저 달은 하현달이다. 그런데 빛을 잃고
아침까지 떠있는 달을 보다가 문득 중국 당나라 시대
시인 이태백이 떠올랐다. 술을 너무 좋아했던 이태백,
그를 비유하여 술꾼을 주(酒)태백이라고 부르곤 한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이렇게
우리 민요 '달타령'에도 등장하는 이태백은 달을 무척
좋아했던 낭만적인 시인이었나 보다. 이태백의 유명한
시, "파주문월 把酒問月-술잔을 잡고 달에게 묻다"를
읊조리며 옮겨본다.
*파주문월(把酒問月)
이백(李白)
술잔을 잡고 달에게 묻다
푸른 하늘에 달 있은 지 얼마나 되었는가
내 이제 술잔 멈추고 한번 묻노라.
사람은 밝은 달에 오를 수 없으나
달이 도리어 사람을 따라 오는구나.
날아다니는 거울이 붉은 궁궐에 임한 듯하니
푸른 안개 모두 사라지자 맑은 빛 발하누나.
다만 밤이면 바다에서 떠오르는 것을 볼 뿐이니
어찌 새벽이면 구름 사이로 지는 것을 알겠는가.
옥토끼는 약방아를 가을이고 봄이고 찧는데
항아(姮娥)는 외로이 살면서 누구와 이웃하는가.
지금 사람은 옛 달 보지 못하였으나
지금 달은 일찍이 옛사람 비추었다오.
옛사람과 지금 사람 모두 흐르는 물 같으니
함께 밝은 달 보고 이와 같이 느꼈으리라.
오직 원하노니 노래하고 술 마실 때에는
달빛이 언제나 금술잔 속을 비췄으면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