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이제 시작이구나!
올겨울 들어서 처음 자동차를 아랫쪽에 외박을 시켰다.
기상예보에 비가 내리다가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는
새벽에는 눈으로 변할 것이라고 하여 지레 겁을 먹은
것인데 오후부터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눈이
제대로 내렸다. 여느해에 비하여 늦은 눈이지만 사실상
첫 눈이라고 해야겠지? 이미 꽤 오래전 잠시 내리다가
말았던 눈을 첫 눈이라고 하기엔 그 양이 너무 적었다.
수원에서 모임이 있는 아내는 함박눈이 쏟이지는 것을
보고 걱정이 되었는지 갈 수 없을 것 같다며 친구들과
카톡 문자가 오고가고 있었다. 한 해에 몇 번 만나지도
못하는데 못가면 한동안 친구들 그리움에 애태울 것이
불보듯 뻔해 어떤 방법으로 라도 다녀오게 해야겠기에
자동차를 아랫쪽 대로변 넓은 곳에 내려놓고 올라왔다.
올해는 땔감도 미리 준비해놓았고, 김장도 끝이 났고,
밭설거지, 꽃대자르기, 낙엽송 잎파리 치우기를 모두
마친 다음이라서 눈이 내려도 추위가 온다 해도 아주
여유롭고 느긋한 촌부이다. 겨울날 추위가 몰려오고
눈내리는 것은 당연한 자연 현상이고 자연의 이치인
것이라며 애써 태연한 척이다. 그나마 다행이긴 하다.
모든 겨울 채비를 다 마친 뒤에 눈도 내리고 추위까지
몰려왔으니 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여유로운 것인지...
어젯밤 아내는 날씨에 딱 맞는 야식을 해주겠다면서
주방으로 가더니 김치부침개 두 장을 부치고 있었다.
촌부가 보기에는 뭐 특별해 보이지 않아서 젓가락을
들고 먹으려고 했더니 기다리라며 말렸다. 부침개를
다시 후라이팬에 한 장을 넣더니 그 위에 피자치즈를
잔뜩 얹은 다음 다시 부침개 한 장을 덮은 후 양쪽을
뒤집어가며 뎁혀 내놓았다. 오래전에 한번 만들었던
것인데 오랜만에 맛본다. 김치부침개와 피자치즈의
만남이니까 동.서양의 만남으로 탄생한 퓨전음식이다.
애주가 집에 사다놓은 소주가 떨어져서 하는 수없이
먹다남은 양주에 얼음 동동 띄워 한잔을 했다. 밖에는
눈이 내리고 안에는 난로에 장작불이 타고 있으니까
겨울 분위기가 제대로... 기가 막힌 조합이다.
오늘은 절기상으로 소설(小雪)이다. 절기값을 하느라
어제 눈이 내렸는가 보다. 이른 새벽에 후레쉬를 켜고
아랫쪽에 내려가 자동차를 몰고 올라왔다. 궂은 날씨
때문에 오늘 모임에 갈까말까 망설이기에 일찍 일어나
아랫쪽 길부터 점검을 하려고 내려갔더니 어젯밤에
내린 이후 더 이상 눈은 내리지 않아서 길은 괜찮았다.
그렇다면 내려가 자동차를 올려오는 것이 좋겠다 싶어
새벽길을 걸었다. 외박을 한 자동차는 눈에다, 영하의
기온에 꽁꽁 얼어있어 긁어내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
아내를 모임에 보내려는 촌부의 배려는 댓가가 따르는
구나 싶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마무리하여 자동차를
무사히 집으로 모셔왔다. 이제 아내를 깨워 모임에 갈
준비를 하라고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