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아내의 정성이 가득 담긴 야식
"오늘은 뭘 드실라요?"
"당신 힘들지 않은 걸로 해주시게!"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하시우!"
"당신 해주는대로 먹을라네!"
이렇게 거의 매일 아내가 만드는 야식 메뉴 레시피를
정리해 두었다면 아마 책으로 몇 권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야식 습관은 산골살이를 하면서 시작되었으니
종류도 가지가지, 수를 셀 수없이 많다고 할 수 있다.
하나를 만들더라도 대충, 대강 만들지 않는다. 그러니
거의 한끼 식사에 버금가는 음식이 되는 것이다. 다만
야식은 다른 반찬이 따로 필요없이 먹을 수있게 만든
음식이 거의 대부분이다. 술을 즐기는 남편을 위하여
만드는 술안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출한 저녁
뱃속을 든든하게 함은 물론이거니와 더불어 서너 잔
하는 술의 좋은 안주도 되는 두 가지 효과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아내의 야식 메뉴에는 밥은 제외한다.
이렇게 야식 즐기는 촌부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분도
있다. "그렇게 밤으로 야식을 하면 살이 많이 찔텐데
늘 그대로의 체격을 유지하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비결은 없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체질 아닌가
싶다. 오죽하면 야식 해주는 아내가 이런 말을 자주
하곤 한다 "당신은 비경제적인 사람이야! 이렇게 해
먹여도 살이 안찌니까!ㅎㅎ" 가끔씩은 이런 칭찬까지
한다. "당신은 이날 이때까지 해주는 음식을 한마디의
까탈없이 맛있게 먹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니까요.
음식을 해주는 맛이 난다니까!" 대신 아내는 야식하는
시간을 대부분 밤 8시 이전에 마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래서 밤늦게 야식을 먹는 일은 거의 없다.
야식을 하면서 마시는 술은 많이 마시는 것은 아니다.
거의 대부분 석 잔 그러니까 소주 반 병도 안되는 양,
이것은 아내가 야식 해주는 조건으로 정해놓은 제한
용량이다. 아주 가끔씩 안주가 특별하거나 다음날의
스케쥴에 따라 한 병을 마시기도 한다. 아내 덕분에
옛날에 비해 주량이 많이 줄었다. 좋은 일이기는 한데
오늘 따라 권주가(勸酒歌)라고 할 수 있는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대가이신 송강 정철 선생이 지은 사설시조
"장진주사(將進酒辭)" 생각이 왜 나는 걸까 모르겠네?
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꽃을 꺾어 술잔 수를 세면서 한없이 먹세 그려.
이 몸이 죽은 후에는 지게 위에 거적을 덮어
꽁꽁 졸라 묶여 실려 가거나,
곱게 꾸민 상여를 타고
수많은 사람들이 울며 따라 가거나,
억새풀, 속새풀, 떡갈나무, 버드나무가 우거진 숲에
한 번 가기만 하면 누런 해와 흰 달이 뜨고,
가랑비와 함박눈이 내리며,
회오리바람이 불 때 그 누가 한 잔 먹자고 하겠는가?
하물며 무덤 위에 원숭이가 놀러 와 휘파람을 불 때
뉘우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