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쓸어야 해, 그냥 두어야 해?
지난 비바람에 노랗게 물들었던 꺽다리 낙엽송 잎이
모두 떨어져 이제는 땅바닥은 물론 주차장 바닥에도
심지어 길바닥까지도 노랗게 덮어 버렸다. 마치 눈이
내려 쌓인 듯하다. 노란 눈이... 보기엔 더 없이 좋다.
하지만 머잖아 이렇게 쌓인 낙엽 위에 눈이 내려앉아
쌓이면 낭패 중에 낭패다.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위해 그냥 두고 볼 것이냐? 해마다 이맘때 잠시 잠깐
보는 즐거움을 맛보았으니 쓸어서 치워야 할 것이냐?
갈등 아닌 갈등을 하는 촌부의 마음이 갈팡질팡이다.
이럴 때 오리무중(五里霧中)이란 말을 하는 것인가?
이놈의 바닥에 떨어진 낙엽송 잎파리는 여느 낙엽진
나뭇잎과는 달리 떨어지면 가는 바늘형이라 바람에
잘 날리지도 않고 떨어진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있다.
그 뿐만 아니라 비가 내린 후에 기온이 내려가거나 또
눈이 내려 쌓여 함께 얼어붙으면 무척 성가신 존재다.
그래서 낙엽송 잎파리는 해마다 눈치우듯이 쓸어야
하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다. 지붕의 마감재로 씌운
아스팔트 슁글 틈새에 박힌 것이나 물받이에 떨어져
가득 쌓이면 그걸 치우느라 애를 먹는다. 낙엽송 잎이
모두 떨어지고 나면 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치운다.
올해도 어김없이 해야만 하는 겨울 채비 중의 마지막
일거리이다. 그 일을 해야하는 시기가 다 된 것 같다.
낙엽송 잎파리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물끄러미
보고 있노라니 어릴 적 부모님과의 추억이 떠오른다.
낙엽송 잎의 길이가 조금 짧긴 하지만 마치 어릴 적
고향 남해에서 겨울날에 바지기를 얹은 지게를 지고
갈쿠리를 들고 아버님 따라 뒷산 소나무숲에 올라가
갈비를 긁어 오던 기억이 생생하고 뚜렷이 떠오른다.
갈비는 불땀이 여느 나뭇잎보다도 좋아서 아주 좋은
땔감이었는데... 산에서 땔감 나무를 하는 겨울날에는
멸치를 넣고 시락국을 끓이셨던 어머님.. 그 시락국에
어머님이 배추김치를 쭉쭉 찢어 얹어주시던 그 맛이
오늘따라 유난히 더 그립다. 옛날을 자꾸만 추억하게
되는 촌부도 이제 나이듦이 아닌가 싶다.
●고향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주 사투리를 쓰게 된다.
50년이 지났지만 생각나는대로 주석을 달아보면,
*바지기 : 짐을 싣기 위해 지게에 얹는 소쿠리 모양의
물건을 일컫는 말, "발채"를 얹은 "바지게"의 촌부
고향 사투리
*갈쿠리 : 검불이나 곡식 따위를 긁어모으는 데 쓰는
도구. 한쪽 끝이 우그러진 대쪽이나 철사를 부챗살
모양으로 엮어 만든 도구를 일컫는 말, "갈퀴", 또는
"갈고리"의 촌부 고향 사투리
*갈비 : 말라서 땅에 떨어져 쌓인 솔잎을 이르는 말,
"솔가리"의 촌부 고향 사투리
*시락국 : "시래기국"의 촌부 고향 사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