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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81106_2.jpg : 촌부의 단상-김장하던 날IMG_20181106_6.jpg : 촌부의 단상-김장하던 날IMG_20181106_4.jpg : 촌부의 단상-김장하던 날IMG_20181106_3.jpg : 촌부의 단상-김장하던 날IMG_20181106_1.jpg : 촌부의 단상-김장하던 날[촌부의 단상]
김장하던 날

이른 아침 집을 나서며 아내에게 너무 무리 하지말고
쉬엄쉬엄 일하라고 했다. 현관에는 전날 마을 아우네
에서 갖다놓은 배추가 가득이라 손질을 하여 소금에
절여야 하고 식탁에는 무우, 갓, 대파, 쪽파, 미나리를
씻어놓은 것들이 즐비하였다. 일을 시작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하는 사람이 내심 걱정이 되었다. 아내는
요즘 자꾸 혈압이 높아진다며 걱정을 많이 하고 있는
상태라서 더 그랬다. 예전에는 처제들이 함께 살아서
오손도손 이야기 나누며 서로 도와주곤 했지만 이젠
모든 일을 아내 혼자 해야 하기에 자꾸 지난날이 생각
나곤 하는 것이다. 요즘 자주 쉬었고 다음주에는 모임,
그 다음주에는 아버님 기일이라 쉬어야 해서 더 이상
휴가를 낼 수가 없으니 어쩔 수가 없이 아내 혼자 김장
준비를 하게 된 것이다. 가능한 빨리 오겠노라고 하고
집을 나섰는데 영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다행히 일이
빨리 끝나 부랴부랴 집에 왔더니 이미 배추를 손질해
절여놓았고 무우채를 비롯한 양념 재료도 썰어놓았다.

"혼자 일을 많이 했네. 나는 뭐하모 되는고?"
"좀 있다가 배추 씻으면 물기 짜서 채반에 쌓아주셔!"
아내는 절여놓은 배추를 하나하나 물에 씻고 행궈서
넘겨주면 촌부는 물기를 짜서 채반에 차곡차곡 쌓는
일을 하였다. 그 다음은 물기가 빠지는 동안에 양념을
버무려야 한단다. 넓고 커다란 통에 무우채를 넣은 후
고추가루로 색깔을 입히고 갓, 대파, 쪽파를 넣은 다음
준비한 젓갈(갈치속젓, 멸치액젓, 새우젓)을 넣어 간을
맞추고 향미를 내는 마늘, 생강가루, 매실청을 넣고 잘
버무렸다. 아마 이래서 김장 김치는 겨울 반찬의 종합
예술이라는 표현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고추가루가
불어 양념이 절인 배추에 착착 감길 정도가 된 다음에
드디어 자리를 잡고 앉아 배추 속에 소를 넣기를 시작
했다. 아내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걱정을 했다.
정말 오랜만에 다른 식구들 없이 둘이서 김장을 했다.
김장을 할 때는 쌈이 빠질 수가 있겠는가? 잘 절여진
노란 고갱이에 양념 소를 얹어 한 쌈하는 하고 여기에
소주까지 한잔 걸치면 그 맛은 그 기분은 뭐라고 말할
수가 없다. 올해는 아내가 바빠서 해마다 김장하는 날
먹던 보쌈 고기를 준비 못했다면서 미안하단다. 그냥
이렇게 먹어도 맛만 좋았다. 아내와 둘이서 도란도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하다보니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밤 11시 무렵에 김장이 끝났다. 뒷마무리까지
마치고 나니 자정이 넘었다. 아내는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면서도 겨울 채비의 백미인 김장 담그기를 마쳐
홀가분하고 기분이 좋다며 활짝 웃었다. "당신이 도와
줘서 힘이 덜 들고 일도 빨리 끝나 고맙수! 수고했고..."
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아내에게 누가 경상도 출신
아니랄까봐 "고생했다!"라는 말 한마디로 끝낸 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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