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이제는 집도 짓겠수!
요즘 며칠째 이른 아침에는 서리가 하얗게 지붕 위에
내려앉아 마치 눈이 내린 듯하고 영하의 3~4도의 꽤
차가운 기온, 살얼음까지 얼어 겨울인가 싶을 정도의
착각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 착각은 햇살이 퍼지고
나면 이내 기억에서 사라지고 만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푸른 하늘에서 따사로운 햇살이 눈부셔 좋다.
만산홍엽의 단풍이 곱게 물든 풍광도 시야에 들어와
그야말로 가을의 한가운데 서있는 느낌이 드는 것...
아침은 겨울이요, 낮에는 가을인 두 계절의 공존이다.
드디어 죽데기를 잘라 장작을 만드는 작업이 끝났다.
사다가 주차장에 부려놓았을 때는 꽤나 많은 것처럼
보였는데 며칠 걸려 잘라놓고 보니 생각보다 그다지
많은 느낌이 들지않는다. 이것으로 올겨울을 날 수가
있을지 모르겠다. 아직 때보지는 않아서 잘 모르지만
불땀도 통나무 장작보다는 덜 할 것 같아 나무가 헤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아내와 함께 사나흘을
고생하며 자른 나무를 장작집에 채우놓고 나머지는
주차장 한 켠에 쌓아놓고 나니 힘들었던 기억은 없고
마음이 뿌듯하다. 아직 김장은 남았지만 가장 큰 겨울
채비 중의 하나를 마쳤다. 이제 다가오는 입동 무렵쯤
김장을 하면 큰 걱정없이 겨울 채비는 끝이 나게 된다.
나무 자르기를 하며 쓸만한 송판을 골라 따로 알맞은
크기로 잘라놓았다. 벌써 몇 해를 지붕없이 방치해둔
장작집 지붕을 보수를 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동안은
그냥 천막을 덮어놓아 눈이 내리면 축 쳐지고 얼어서
보기도 좋지않고 장작을 꺼내는 것도 많이 불편했다.
송판을 손수레에 싣고 올라와 아내와 함께 공사(?)를
시작했다. 사다리에 올라가 송판을 뼈대만 서있었던
곳에 차례차례 얹어놓고 드릴로 피스를 박는 작업을
하는데 손기술 없는 촌부라서 그런지 아니면 드릴이
문제인지 피스가 박히다 말고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아
애를 먹었다. 싼게 비지떡이라더니 전동 드릴을 잘못
산 것 같다. 하는 수없이 망치로 남은 부분을 박았다.
그나마 아내의 도움으로 마무리를 해놓고 보니 아주
그럴 듯하다. 그 다음 비나 눈을 막을 수 있게 천막을
덮었더니 더욱 더 견고해 보인다. 아무리 비가 오거나
눈이 많이 내려도 젖을 일 없을 것 같다. 진작 했어야
했는데 차일피일 미룬 건 촌부의 게으름에서 비롯된
것이고 장작의 소중함을 잊고 하찮은 것으로 여겼던
것이 문제였다. 보수작업을 다 마치고 났는데 아내가
한마디 하는 말이 재밌다. 어쩌면 이렇게 할 수 있는
일을 너무 오랫동안 미뤄뒀던 손재주가 없는 촌부를
질책하는 말이기도 하고 비꼬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목수님! 이제는 집도 짓겠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