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된서리를 맞은 고추밭, 짧은 가을 여행
고추밭이 된서리를 맞았다!
어제 아침 기온이 영하 2도까지 떨어지고 첫 얼음이
얼었으며, 설상가상(雪上加霜) 서리까지 내리더니
추위에 약한 고추밭은 이 첫 추위 한 방을 맞고 그냥
기운을 잃고 훅 가버렸다. 아침에 볼 때만 해도 거의
제 색깔이라 햇볕이 퍼지게 되면 괜찮으려나 했었다.
회사의 행사가 있어 강릉을 다녀오자마자 저녁무렵
고추밭이 너무 궁금하여 가봤더니... 고추밭에 들어간
순간, 아연실색(啞然失色)을 하지않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표현을 해야할까? 이 표현이 맞을까 모르지만
마치 뜨거운 물에 데쳐놓은 듯하였다. 이 노릇을 어이
해야할까 망설이다가 자세히 살펴보고 만져보았더니
붉은 고추도, 덜 익은 고추도 아직은 괜찮아 보였다.
이미 해는 서산으로 뉘엿뉘엿 넘어가려고 하였지만
붉은 고추부터 약간 덜 익은 고추까지 땄다. 그 다음
남은 풋고추가 너무 아까워 따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해는 지고 어둑어둑 땅거미가 지고 있었지만 아랑곳
하지않고 스마트폰에 내장된 후레쉬를 켜고 대충대충
풋고추를 땄다. 아무래도 그냥 두면 이틀째 이어지는
영하의 추위에 견디지 못하게 될 것은 뻔한 일이니까.
해마다 이런 일을 겪는데 올해는 더 빨리 추위가 몰려
온 것이다. 지난해보다 보름 정도 빠르게 끝물 고추를
땄다. 뜨거운 여름날 물을 주느라, 칼슘제 주느라 엄청
고생을 하며 기른 고추인데 먼 산 불보듯 그냥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작은 텃밭농사지만 농사짓는 사람으로서
그냥 그렇게 버릴 수는 없었다.
가을 여행이랄까?
대관령 너머 강릉의 정동진에서 심곡항까지 이어지는
명소 바다부채길을 다녀왔다. 아침에 첫 얼음이 얼고
영하의 기온으로 떨어져 겉옷을 단단하게 입고 갔더니
한낮에는 햇살이 좋아 벗어야 했다. 자동차를 정동진
선크루즈 주차장에 세워두고 출발을 했다. 초입부터
가파른 절벽에 데크목으로 만들어진 계단이 이어졌다.
그 부근만 지나면 거의 평탄한 길이 구불구불 이어져
걷기엔 큰 무리가 없다. 전 구간이 바닷가에 철근으로
이음새 박고 데크를 깔거나 구멍이 뚫린 철제 바닥을
바다위에 설치하여 스릴까지 느끼게 되는 길이라 꽤
재미있다. 예전에는 군사시설이라 민간에게 개방하지
않았던 곳으로 정말 절경이다. 철썩이는 파도가 좋고
자연이 깎아놓은 갯바위는 그야말로 감탄을 하지않을
수가 없다. 정동진 선크루즈에서 심곡항까지는 3km
정도 짧은 거리지만 전 구간이 발밑에 솟구치는 듯한
파도와 함께하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볼 수가 있어
좋다. 하기사 섬출신인 촌부가 바다에 갔으니 안좋을
수가 있겠는가? 묵호항까지 내려가 간만에 생선회도
맛있게 먹고 왔다. 그 여세를 몰아 집에 도착하자마자
고추를 따느라 고생을 하기는 했지만 짧은 가을 여행
잘하고 왔다. 아내와 함께 제대로 한번 더 가봐야겠다.
오늘은 어제보다도 더 아침이 차갑다. 아니 더 춥다.
영하 4도, 서리도 더 많이 내린 것 같다. 이렇게 빨리
추위가 닥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마음이 왜
더 조급해지는지 모르겠다. 자연의 힘, 변화 앞에는
무기력한 것이 우리네 사람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