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절기(節氣)값을 하나보다?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열일곱 번째 절기로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뜻의 가을 절기인 한로(寒露)이다.
절기답게 오늘은 아침 기온이 뚝 떨어져 입김이 나고
지붕에는 하얗게 서리가 내렸다. 영상 2도에 머물러
무척이나 쌀쌀한 산골의 아침을 맞는다. 그러고 보니
찬이슬이 내린다는 절기, 한로(寒露)이지만 찬서리가
하얗게 내렸으니 이 산골의 기후는 절기보다도 앞서
가는 것이라 해야할까, 아님 절기(節氣)값을 한다고
해야할까? 이슬이 내리던 서리가 내려앉던 무슨 상관
있을까 마는 촌부 마음이 바빠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전해오는 옛날 속담에 의하면 "한로가 지나면 제비도
강남으로 간다"했고, "가을 곡식은 찬이슬에 영근다."
고 하였다. 사계절이 뚜렷했던 그 옛날과는 많이 다른
요즘의 기후이고 날씨의 변화이다. 봄과 가을이 짧다.
특히 이곳 산골은 더 그렇다. 겨울이 한 해의 절반에
가깝다. 이런 기후조건으로 인하여 봄, 가을은 바쁘다.
잠시 왔다가는 듯한 기후조건에 이곳 산골의 식물이나
농작물은 적절하게 맞춰서 자라는 것 같다. 따라서 이
촌부의 일상도 그 기후조건에 맞춰지게 되는 것이다.
찬이슬이 내리거나 오늘처럼 하얗게 서리가 내린다는
것은 그만큼 추위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라서
촌부의 마음이 바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이 좋은 계절, 가을을 만끽하고
보내야겠지? 성급한 벚나무는 울긋불긋하던 단풍들을
땅바닥 떨구어 앙상한 가지가 드러나고, 키가 꺽다란
자작나무도 미처 단풍이 들기도 전인데 잎파리를 거의
다 떨궈버렸다. 지나간 태풍 때 불었던 바람 탓인가?
촌부가 좋아하는 바베큐장 앞의 계수나무와 앞뜨락의
산목련나무는 노랗게 단풍이 들어 아주 고운 모습으로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큰 밭가의 조팝나무도 어느새
울근불긋 물이 들기 시작한다. 그러고 보니 늘 가까이
두고 보는 현관앞 산철쭉도 잎이 퇴색되어 가는 것을
몰랐네. 이 나무는 아내가 무척이나 좋아하고 아끼는
나무인데... 비록 아침 기온은 뚝 떨어졌지만 한낮에는
따뜻할 것이라고 한다. 모처럼 여유를 가지고 아내와
함께 단지 곳곳에 물든 단풍을 감상하며 짧은 이 계절,
가을을 실컷 만끽하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