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아내의 뜻에 따라...
새벽 다섯 시 반, 거의 매일 이 시간이면 잠에서 깨는
촌부이다. 조금 빠르기도 하고, 다소 늦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이렇게 기상을 한다. 늦게 잠자리에 들어도
일찍 잠이 들어도 기상 시간은 일년 열두 달 변함없다.
오래된 습관이고 나름 좋은 버릇이라고 자부를 한다.
잠에서 깨면 미지근한 물을 한 컵 마시고 아내의 뜻에
따라 김치 냉장고에서 견과류 두 종류를 꺼내 씹는다.
기억은 잘 안나지만 우리 몸 어디엔가 좋다고 하였다.
오물오물 씹어먹고 나서 다시 물 한 컵을 마시고 나서
조용히 앉아 일기를 쓴다. 이 시간은 나 혼자만의 아주
좋은 시간이다. 뭔가 모를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혼자
이런저런 생각도 정리를 하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미 바깥엔 온갖 이름모를 새들이 지저귀며 촌부를
밖으로 나오라고 재촉하는 듯하다. "그래! 나가마!"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밖에 나온다. "오늘은 뭘 할까?"
잠시 망설이다 이내 결정을 한다. 그 시간은 그야말로
금방이다. 산에 가거나 밭에 가거나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아침에 하는 일을 결정한다. 산골살이는 나름의
방법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정해진 것에 따라 해야
하는 생활이 아니라서 내 멋대로, 내 맛대로 살아가는
자유분방한 생활이 바로 산골살이를 하는 가장 좋은
장점이며 특혜(?)를 누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많으면 두어 시간, 대부분 한 시간쯤 산에 올라갔다가
오던가, 아니면 밭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던가, 단지를
배회하며 여유를 만끽하던가 하는 것이 아침 시간에
하는 촌부가 하는 일과이다. 거의 7시쯤에 집에 들어
오면 아내가 기상을 하여 과일즙이나 음료, 차를 한잔
준비해놓고 기다린다. 아직까지는 날씨가 차갑지 않아
요즘은 과일즙을 우유에 섞은 음료를 마신다.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아내가 준비하는 메뉴는 달라진다.
얼마전까지는 방울토마토를 갈아서 마셨지만 요즘은
바나나와 사과로 대신한다. 때론 블루베리와 오디를
갈아서 먹기도 하고... 우리부부의 건강을 위해 만드는
것이지만 메뉴의 결정은 아내의 뜻에 따라 달라진다.
하루 일과가 끝난 저녁, 아내는 늘 그랬듯이 하는 말은
"오늘은 뭘 드실라요?"라고 묻는다. 야식 메뉴에 대한
질문이다. 이미 마음 속으로 정해 놓았으면서 혹시나
먹고 싶은 것이 있느냐는 뜻으로 묻는 것이다. 그러면
촌부는 거의 대부분 "글쎄, 뭘 먹을까? 당신이 힘들지
않는 걸로..."라고 대답한다. 아내 입장에서는 들으나
마나한 대답이다. 마땅찮은 대답을 듣는둥 마는둥...
아내는 이내 주방으로 가서 뚝딱뚝딱 있는 식재료를
이용해 야식을 만들어 준다. 날씨가 서늘한 요즘에는
뜨끈한 국물이 있는 것을 주로 만들어 내놓는다. 예를
들면 어묵 우동같은 것으로... 아마 아내가 만들어 준
야식 레시피를 전부 모으면 레시피북 한 권은 충분히
될 것이다. 가끔 아내 친구들이, "뽀식씨! 장가는 참 잘
들었어!"라고 하는 말이 맞는 말이다. 이런 아내에게
늘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까...
며칠전에는 온갖 견과류와 꿀, 물엿, 설탕으로 뭔가를
납작하게 만들어서 굳히느라 데크에서 식히고 있었다.
"먹는 것은 틀림없는데 이게 뭘까?" 하며 궁금했었다.
저녁때 갖고 들어와 굳히기전 낱개로 떠어낼 수 있게
칼집 넣어놓은 것을 하나하나 떼어내어 렙으로 포장을
하고 있었다. "그게 뭣꼬?"라고 물었더니 "아실란가?
에너지바인데..."라고 하여 한개를 주워 입에 넣었더니
맛이 기가 막힌다. 견과류를 그냥 먹기가 쉽잖아 이런
방법을 동원했단다. 냉장고에 넣어두었으니 생각날때
꺼내 먹으면 된다고... "이 사람, 못하는 게 없네?"라고
했더니, "미운 놈 떡 하나 더 줄라고 그런다. 왜?"라며
웃는 모습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었는지...
이렇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촌부의 입에 들어오는 모든
먹거리는 아내의 뜻에 따르는 것이다. 팔불출이네.ㅎ
태풍 콩레이가 무사히 지나간 산골이지만 저 남쪽에는
피해가 많은가 보다. 영주 아우네 사과농장에도 태풍
피해가 있다고 한다. 마음이 무겁다. 아내는 이틀동안
고추를 못말렸다며 카페 안에 널어놓은 것을 이리저리
뒤집으며 걱정을 하였다. 오늘은 햇볕이 나야 할텐데
아침 날씨는 안개가 자욱하여 사방 분간을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