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가을색 짙어가는 날에...
어느새 계수나무 잎파리는 노란색 옷으로 갈아 입었다.
하지만 중앙통로 뜨락의 벚나무는 울긋불긋 물이 들어
예쁜 잎파리를 뚝뚝 떨구고 있다.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고 하더니 봄, 여름 동안 가지에 달고 있던 푸르른
잎파리 무게가 힘겨웠는지 부담스러웠는지 모르지만
단풍이 들자마자 미련없다는 듯이 떨궈버리는 매정한
모습처럼 보인다. 이렇게 표현하는 촌부의 마음 또한
매정한 것일까? 넓은 우리 단지의 모든 것에는 우리들
지난 과거의 추억들이 하나하나 숨겨져 있다. 돌 하나,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에 제각기 다른 사연이 있다.
지난날의 추억을 보듬고 지금껏 잘 자라는 저 나무들...
문득 오늘 노랗게 단풍이 드는 계수나무와 땅바닥에
잎파리를 떨궈버리는 벚나무를 보며 옛생각을 떠올려
보게 된다. 이렇게 가끔 지나간 날들을 추억하게 되는
시간이 좋다. 그때를 생각하고 혼자 히죽히죽 웃으며...
17년 전의 일로 기억한다. 우리들이 이곳으로 이사를
온 이듬해 넓은 감자밭을 다듬어 맨 윗쪽에 살림집을
짓고, 시냇가쪽에 펜션을 지었으며, 진입로 입구에는
카페를 지었다. 나머지는 모두 경사지고 훵한 밭이라
뭔가 채워야했다. 경사진 밭을 적당한 크기로 나누어
돌로 축대를 쌓아 계단식 밭을 만들었다. 허브 모종을
주문하여 종류별로 나름의 모양새를 갖추어서 심었다.
그래도 훵하고 밋밋해 나무를 심자고 의견을 모았다.
단풍나무, 느티나무, 주목, 옥향같은 조경수를 사러간
아우들이 많은 나무를 구입면서 덤으로 얻어와 심은
나무가 바로 계수나무이다. 당시에는 그냥 자그마한
묘목으로 이름이 특이하다는 생각을 하기만 하였다.
그런데 이 나무는 자라면서 수형이 반듯하고 하트와
같은 모양의 잎파리가 얼마나 예쁜지 지금껏 우리가
모두 좋아하는 나무이다. 오히려 값을 주고 사다심은
나무는 자리를 잘못 잡아 베어내기도 했지만 식구들
모두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는 계수나무는 우리집
대표 조경수가 되어 오늘에 이르러고 있는 것이다.
당시에 어릴적 많이 부르던 윤극영 선생 작사.작곡의
동요 <반달>에 나오는 가사의 그 나무가 이 나무인가
의아해 하기도 했던 기억이 새롭다. 오랜 세월이 지난
이 나이에도 그 동요 <반달>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1.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2.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 나라로
구름 나라 지나선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반짝 비치이는 건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또한 벚나무도 우리 산골식구들은 잊지못하는 추억이
서려있는 조경수이다. 기억하기로 이사를 왔었던 그
이듬해 봄에 하나밖에 없는 처남이 누이들 셋이 이곳
산골에서 함께 터전을 일구고 살게 된 것을 기념하여
사다 심어준 기념수이기에 잊을 수가 없다. 처음에는
지금 밭으로 사용하는 곳의 절개지쪽 밭가에 심었던
것을 중앙통로쪽으로 다시 옮겨 심은 것이다. 당시에
자그마한 묘목이었지만 세월이 흘러 봄날에는 아주
멋진 벚꽃길이 되어 멀리 남쪽의 진해로 벚꽃놀이를
갈 필요가 없다. 꽃도 예쁘지만 열매인 버찌가 열려서
익으면 그 버찌를 유난히 좋아하시는 장모님은 아예
벚나무밑에 살다시피 하셨다. 좀 작은 키의 장모님이
벚나무 가지에 손이 닿지않아 애를 쓰시는 모습을 본
막내 동서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버찌를 따 드리곤
했다. 그러나 이젠 세월이 흘러 장모님도 연로하시고
그 버찌를 따 주던 아우는 이곳을 떠나 멀리 영주에서
사과 과수원을 하고 있다. 낙엽지는 벚나무를 보다가
벚나무를 사준 처남, 벚나무 아래에 나무를 깎아 만든
의자를 놓았던 둘째, 장모님께 버찌를 따주던 막내와
함께 일하며 웃고 떠들던 처제들 생각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울적한 마음이 들었다. 옛날이 그리워서...
태풍 콩레이 때문에 모두가 긴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침뉴스에 제주도 부근에 다가왔다고 한다. 꽤 거센
바람을 동반하고 있다고 한다. 제발 큰 피해없이 스쳐
지나갔으면 좋겠다. 지금 이 산골에도 비바람이 제법
거세다. 우리고장 봉평에는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50mm 가까운 비가 내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