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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81002_9.jpg : 촌부의 단상-잣송이 팔고, 양배추 얻고, 친구 만나고...IMG_20181002_7.jpg : 촌부의 단상-잣송이 팔고, 양배추 얻고, 친구 만나고...IMG_20181002_6.jpg : 촌부의 단상-잣송이 팔고, 양배추 얻고, 친구 만나고...IMG_20181002_5.jpg : 촌부의 단상-잣송이 팔고, 양배추 얻고, 친구 만나고...[촌부의 단상]
잣송이 팔고, 양배추 얻고, 친구 만나고...

틈만 나면 뒷산 잣나무숲으로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한 달은 되었을
것 같다. 산을 오르고 잣송이를 찾아 풀섶을 이리저리
뒤지고 다니는 것이라서 운동도 겸하게 된다. 그 뿐만
아니라 잣나무숲에서 내뿜는 피톤치드(phytoncide)
체험까지 겸하게 된다. 피톤치드는 심리적 안정감은
물론 말초혈관 단련과 심폐기능 강화, 기관지 천식과
폐결핵 치료, 심장 강화와 피부 소독에 좋다고 하였다.
남들은 일부러 피톤치드 효과를 보려고 산을 찾지만
촌부는 거의 매일 누리는 일상이 되었으니 산골에서
누리는 특혜가 아니겠는가? 잣나무숲 한가운데에서
숲의 향기를 폐부 속으로 깊숙히 들이마시고 눈으로
짙은 녹음을 보는 것은 촌부만이 누리는 힐링이다.

이렇게 운동을 하고, 힐링도 되고, 부수적으로 자연의
선물인 잣송이도 줍게 되니 일거다득이라 해야겠지?
시나브로 산에 올라 주워다 모아둔 잣송이 한 부대를
내다팔았다. 여느 해에 비해 올해는 잣이 흉년이란다.
어쩐지 산에 가도 다른 해와는 달리 잣송이가 적었다.
해거리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자연현상일테니 그저
그러려니 하는 마음이었고 적으면 적은 대로 고마운
마음으로 내다팔았다. 그런데 여느 해에 비해세 kg당
단가는 좋았지만 수량이 적어 손에 쥔 금액은 적었다.
약간 서운한 느낌은 있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촌부도 어쩔 수없는 속물이구나 싶다.

아~ 참! 양배추 이삭줍기 이야기를 빼먹을 뻔 했구나.
잣송이를 주워 오다가 보니 마을 친구 아우가 양배추
농사를 짓는 밭에 근래에 수확을 마친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 가봤더니 쓸만한 양배추가 꽤 있었다. 전화를
할까 하다가 어차피 밭에 두면 그대로 썩게 될테니까
다음에 만나면 말을 하기로 하고 그냥 조금 주워왔다.
소위 말하는 이삭줍기이다. 아내는 그걸 그냥 주워서
오면 어쩌냐고 했지만 그 아우와는 아는 처지이니까
괜찮다고 말을 했지만 어쩨 좀 그렇기는 했다. 다음에
아우를 만나 꼭 이야기를 해야겠다. 어차피 이삭줍기
해온 것인데 우리가 먹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라서 좀
남겨두고 나머지는 함께 일하는 분들께 갖다 드리는
것이 어떻겠냐는 아내의 생각대로 하기로 했다.

쉬는 날이 모처럼 봉평 5일 장날이라 장모님 모시고
아내와 함께 나가 잣송이도 팔고 장구경도 하며 장을
봐왔다. 단골 채소가게와 떡집을 지나 다음 골목에는
먹거리 장터이다. 그곳을 지나다가 족발을 삶아 파는
가게앞을 지나다가 촌부의 발걸음이 멈췄다. 옛날에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때 장충동 족발골목으로
족발에 소주 한잔을 하러 다니던 생각이 문득 떠오른
것이다. 뒷따르시던 장모님께서 "이서방! 족발 먹고
싶구나? 골라보게! 내가 하나 사줄께!"라고 하셨다.
장모님도 못드시고 아내도 족발을 먹지않는데 혼자서
먹겠다고 산다는 건 좀 그랬다. 장모님께서 얼마냐며
묻더니 바로 계산을 하시고 족발 한 접시를 사주셨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며 죄송하여 머리를 긁적긁적...
중국집에서 메밀 짜장, 메밀 짬뽕, 갈낙 짬뽕을 시켜
점심식사를 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어제는 이래저래 기분이 좋은 날, 그래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이 산골에서 고교 동창인 친구 둘을 만났다.
몇 해 전 이곳 봉평에 내려와 사는 친구 창규를 읍내
장에 나갔다가 은행에서 만났다. 손녀 딸내미 데리고
부인과 함께 장보러 왔단다. 같은 지역에 살면서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못만났는데 반가웠다. 손녀가
얼마나 귀여운지 많이 부러웠다. 촌부도 이제는 이런
손녀, 손자를 데리고 다니는 친구들이 꽤 많이 부럽다.
오후에는 또 한 친구 승연이가 전화를 주었다. 평창에 
왔는데 친구가 산골살이를 하는 것이 궁금하다고...
금융기관에서 오래 근무했고 얼마전 외환 관련 책도
펴낸 외환관리사인 유능한 친구인데 요즘은 또다른
금융기관에서 경영지도사로 일을 하고 있는 친구이다.
부인과 함께 산골집에 들려 차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모처럼 만났으니 술 한잔을 하고
싶어 "제수씨! 운전하세요? 친구하고 소주 한잔..."
했더니 운전을 하신다며 술 한잔을 해도 된다고 하여
때마침 장모님께 사주신 족발과 밭에서 딴 상추, 깻잎
그리고 묵은 고들빼기 김치를 꺼내 소주 한잔을 했다.
반갑고 고마웠다. 아내는 친구 부부가 오면서 홍시를
사왔는데 이제 가을이라 밭에서 따거나 뽑아 줄 것이
없고 딱히 마땅찮아서 어쩌냐고 걱정을 했다. 하지만
기막힌 때마춤은 있게 마련이다. 이삭줍기를 해놓은
양배추를 챙겨주면 되잖냐고 아내에게 귓뜸해주었다.
양배추 몇 통을 비닐봉지에 담아 친구 부인께 주었다.
그 누구라도 우리집에 오면 뭐 하나라도 들려 보내고
싶은 것이 아내의 마음이고 촌부의 생각이다.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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