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주인님! 어서 오십시오!
일을 마친 뒤에 뚜벅뚜벅, 터덜터덜 집으로 들어온다.
막내 동서가 연로하신 장모님을 위해 고생해 만들어
놓은 데크목 계단이 편리하고 좋지만 굳이 돌층계를
한 계단 한 계단 오른다. 이 돌층계는 우리들의 추억이
서려 있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 아직은 돌층계를
일부러 오른다. 그 옆에 정교하게 철제빔과 데크목을
이용하여 장모님이 오르내리시기에 용이하게 층계를
만들어 놓았다. 붙잡고 다니시라고 옆에다 난간까지
세웠다. 막내 동서의 장모님을 위한 멋진 작품이다.
효심이 지극한 막내네는 지금 영주에서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멋진 농부 부부가 되었다.
장모님 연세가 우리들 생각에는 불과 얼마 되지않은
세월인 것처럼 느껴지는데 장모님께서는 사실 적잖은
연세이시다. 올해 85세, 1934년 갑술년(甲戌年)생,
개띠이시지만 그래도 혼자서 거동을 하시니까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인지 모른다. 아내는 아침, 저녁에 약을
챙겨 드린다. 아침은 우리집에 오셔서 드시고 저녁엔
주무시기 전에 드셔야 해서 9시 55분에 알람을 맞춰
놓고 전화를 해드린다. 집에 오시거나 가실 때는 혼자
다니시기에 아내는 창밖을 내다보며 장모님께서 잘
오시는지 가시는지 살피곤 한다. 남들이 보거나 이런
말을 들으면 욕을 할런지 모르겠지만 멀리 외출을 할
때 외는 가능한 부축을 해드리지않고 혼자 다니시게
한다. 그래서 집에 오시거나 가실 때는 혹시나 하여
밖을 내다보는 것이다. 우리 생각은 이렇다. 하루종일
집안에서만 계시다 보니 다리 근육에 힘이 빠지실 것
같고 부축을 해드리면 의타심이 생기게 될 것 같아서
아직은 혼자 힘으로 다니셔야 운동이 되고 근육도 덜
빠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인데 너무 잘못하는 것일까?
장모님 전용 데크층계 옆 돌층계를 지나 오른쪽으로
들어오면 촌부네 집이다. 일을 마치고 힘이 빠졌지만
여기에 들어서기만 하면 의기양양 힘이 난다. 바닥은
돌을 깔아놓았다. 영화제같은 행사장소에 깔아놓은
레드 카페트보다 더 정겹고 좋다는 촌부의 생각인데...
산골의 스톤 카페트(stone carpet)를 밟고 다니는
것이 시골스럽고 재미도 있고 느낌도 좋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짧은 길이지만 양옆으로 다알리아가 도열(?)
하고 있다. 꽃이 활짝 피어 고개 숙이고 있는 모습은
마치 일을 마치고 들어오는 촌부에게 "주인님! 어서
오십시오!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웃으며 인사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집으로 들어오는 오른쪽에
빨간색 꽃이고, 왼쪽에는 분홍색과 연분홍색 꽃이다.
지난 봄 구근을 심을 때 섞어서 심을까 하다가 색깔을
구분하여 심었더니 깔끔해 보이고 정돈된 느낌이라서
잘했구나 싶다. 다알리아는 꽃의 색깔도 다양하지만
꽃의 모양새도 여러가지로 피는 꽤 재미있는 꽃이다.
꽃의 색깔과 모양이 다양한 것은 백일홍과 비슷하다.
지금 상태로 봐서는 꽤 많이 번식을 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내년 이맘때는 더 많은 다알리아 꽃을 볼 수가
있을 것 같다. 꽃이 다 지고 난 후 늦가을 구근을 캐서
갈무리를 잘 해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