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이놈들도 명절일까?
이른 아침 밭에 나가다가 아욱잎에 앉아있는 베짱이
한 녀석을 발견했다. 잎파리를 갉아먹는 것인지 아침
이슬을 빨아먹는 것인지 모르지만 주변 잎에 녀석의
배설물이 있는 것으로 보아 잎파리를 갉아먹는 것이
분명한 것 같았다. 그런데 문득 촌부는 이솝 우화를
떠올렸다. "개미와 베짱이"... 아주 어릴적 읽었던 그
이솝 우화의 내용은 개미는 부지런히 일을 하여 먹은
양식을 비축하는데 베짱이는 띵까띵까 노래 부르며
놀다가 겨울이 오자 먹을 것이 없어 개미에게 구걸을
하는 것으로 묘사되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우화가
시사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알듯이 개미들 처럼 일을 할
때는 열심히 해야 게으른 베짱이 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자료를 찾아보았더니
원래 고대 그리스 아이소프스(Aesop, 이솝)가 지은
우화 중의 하나로 원래는 "개미와 매미"였다고 한다.
그리스에서 알프스 북부의 유럽을 거치면서 매미가
여치로 바뀌었다가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파되고
난 후 어느 순간 베짱이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전파되었을 당시에 전파한 사람은
곤충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이 아닌가 싶다. 베짱이와
같은 곤충은 겨울을 나지못하고 늦가을이면 모두 다
생을 마감했을 시기인데 겨울날에 개미에게 찾아가서
양식을 구걸했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않는 어불성설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놈이 베짱이인지 여치인지 잘
모르겠네?ㅎㅎ 촌부가 파브르가 아니라서... 한가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놈들 곤충들은 허구한 날이 다
명절인가 보다? 우리네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모조리
뜯어먹으려고 덤비고 있으니...
물기 빠져 잎사귀가 사그라지고 줄기가 시들고 있는
줄콩 덩굴을 걷어 그물망 뒤쪽으로 넘겨 놓았다. 줄콩
심은 이랑에 무우 씨앗을 넣어 놓아 이제 새싹이 돋아
본잎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줄콩 덩굴의 그늘이 지면
성장에 지장을 초래할 것 같아서 걷어서 치운 것이다.
흔히들 말하는 이모작을 해보려는 것이라고나 할까?
콩을 심은 땅은 땅심이 좋아진다고 하여 줄콩을 모두
다 땄기 때문에 땅을 놀릴 필요가 없어서 조금 늦기는
했지만 뿌리가 실하지 않으면 무우청이라도 거둬서
시래기를 말릴 생각에 이렇게 해보는 것이다. 요며칠
비가 사나흘 내려서 그런지 꽤 많이 자랐다. 조금 더
있다가 튼실한 녀석으로 하나만 남기고 모두 솎아서
나물로 먹거나 겉절이를 해서 먹을 생각이다. 어느새
이른 아침의 기온이 영상 7~8도까지 떨어지고 있다.
짧은 계절, 이 가을도 오는 듯 마는 듯 하다가 차디찬
혹한의 겨울이 다가 올테니 가을 햇볕에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침, 저녁 녀석들을 살펴보고 있다.
추석 명절 쇠러 왔던 아들녀석이 차례를 지내고 나서
다시 일터가 있는 수원으로 올라갔다. 차에 타기 전에
지엄마를 꼬옥 안아주고 아비의 손을 잡으며 "갑니다.
조만간 수원에서 식사 한번 하시지요?"라고 한 뒤에
출발을 했다. 두어 시간쯤 후에 잘 도착했다며 전화를
주었다. 고마웠다. 그렇게 아들이 가고 대신에 처남네
식구가 산골집에 왔다. 아내의 형제 4남매가 모두 다
모인 것이다. 이렇게 다 모이는 것도 그렇게 쉽지않다.
모두들 일을 하는 분야가 다르고 아이들도 시간이 잘
맞지않아 한꺼번에 모이기가 그렇게 흔하지는 않다.
처가쪽 형제들 식구 중에 우리 아들녀석만 빠졌을 뿐
모두 모였다. 아내는 조카 딸내미가 주문했던 묵은지
등갈비찜을 하였고 막내처제는 갈비살 떡조림을 하여
푸짐한 저녁상을 차려주었다. 모두들 맛있게 먹었다.
이런저런 이야기꽃 피우며 웃고 즐기는 이런 시간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명절이 이래서 좋은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며칠간 떠들썩 하여 좋았는데 어제
저녁식사 후 둘째네가 올라갔고, 오늘 조카 딸내미와
막내네가 일터가 있는 영주로 가고, 내일 처남 식구가
가고나면 또다시 산골집은 고요가 깃들 것이다. 함께
지낸 명절의 여운으로 아내는 한동안 허전해 하겠지?
촌부도 마찬가지... 저녁식사 후 잠시 바깥 바람 쐬고
들어오다가 현관에 놓인 식구들 신발이 가득한 것을
보며 흐믓하여 혼자 웃었다. "우리집 현관에 신발들로
가득한 것이 언제였었지?" 하면서...
갑자기 날씨가 차갑게 식어간다. 오늘 아침 첫서리가
하옇게 내렸다. 지난해보다 4일 정도 더 빠르다. 이른
아침 기온이 영상 3도까지 뚝 떨어져 꽤나 쌀쌀하고
호호 입김이 날 정도이다. 벌써 서리가 내리다니 세월
참 빠르고 오고가는 계절의 느낌이 새롭다. 이러다가
가을은 그냥 우리곁을 비껴 가려는 것은 아닐테지?
지붕위에 하얗게 서리가 내린 모습을 보니 이 촌부의
마음이 바빠지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