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명절 밑에...
이른 아침, 여느 날보다 조금 늦게 잠에서 깨었다.
어젯밤에 아들녀석이 자정이 훨씬 지나 도착을 하여
반가운 마음에 아랫쪽 주차장까지 내려가 마중하고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느라 늦게 잤더니 늦잠을 잤다.
바리바리 선물꾸러미를 자동차 트렁크에서 꺼내주고
아내는 반가워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촌부의 마음도 뿌듯함으로 가슴 뭉클하였다. 명절이
이래서 좋은 풍습이구나 싶다. 자식이 이래서 좋은 것
이구나 싶고 더불어 이제 아내도 촌부도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싶다. 그 옛날 부모님께서 하셨던 그대로를
재현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제 늦은 밤, 아들보다 조금 빨리 인천에서 둘째네가
산골집에 도착했다. 불러 술이라도 한잔 할까 하다가
운전하느라 힘들었을 것 같아 그만 두었다. 이야기는
오늘 하자고 하고 쉬라고 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다던
막내네는 일이 바빠서 오늘 저녁에나 온다는 전화가
왔다. 일이 바빠서 그런 것이니 어쩔까 마는 전화받는
아내의 모습은 다소 맥이 빠진 모습이었다. 아우들이
많이 보고싶었을 것이고 그보다 재롱둥이 예쁜 조카
딸내미가 보고싶다고 며칠 전부터 기다렸던 것이다.
조카 딸내미가 좋아하는 묵은지 등갈비찜 해준다며
재료 준비를 해놓았는데 늦어진다니 허전한 가보다.
어제 저녁무렵, 아내와 함께 밭에서 도라지를 캐왔다.
이곳에 와서 몇 번의 시도끝에 드디어 도라지 농사가
성공이다. 새로 도라지캐는 도구도 샀다. 삼지창같은
것인데 도라지 창이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뭐 이름이
중요하겠는가? 대고이 튼실한 것을 골라서 첫 번째로
창을 넣고 발로 푹 밟았다. 그리고 손잡이를 밑으로
내리며 도라지를 들어 올리고 아내는 도라지 줄기를
붙잡아 흙에서 쏘옥 빼자마자 환호성을 질렀다. 아주
커다랗고 길다란 도라지가 나온 것이다. 그렇게 꽤나
많이 도라지를 캐서 씨앗은 따로 잘라서 말려 두었다.
그 다음은 시냇물에 가서 도라지에 묻은 흙을 씻었다.
촌부도 촌부지만 아내가 얼마나 기뻐하는지 모른다.
늘 그랬다. 명절에는 우리가 기른 도라지를 차례상에
올릴 수 있겠느냐고... 이제 앞으로는 차례상에 올릴
뿐만 아니라 도라지를 캐서 나물로도 먹고 잘 말려서
도라지 가루도 만들어 먹을 수가 있게 되었다. 명절을
맞이하며 도라지 수확에 기쁨을 누린 산골 부부이다.
주차장에 널어 놓았던 고추를 카페에 걷어들여 놓고
도라지를 시냇물에서 씻어 올라오다 아내가 하는 말,
"표고버섯은 언제 나오려고 아직도 안 나올까?" 하며
버섯사 부근으로 가더니 "여보셔! 이리 와봐요?"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뭣꼬?"라며 다가갔더니 "이것봐!
내 얼굴만 하지?"라면서 버섯목에 활짝 핀 표고버섯
한 송이를 가르키는 것이 아닌가? 엄청 피어 버렸는데
그동안 몰랐던 것이다. 이제 시작인가? 지난 봄에 겨우
몇 송이 피다가 말았는데 가을에는 조금 더 피겠지?
처음 딴 이 버섯도 탕국에 넣어 차례상에 올린다나...
*촌부의 단상을 사랑해주신 친구들 감사드립니다.
한가위 추석 명절, 가족과 함께 즐겁고 기쁨 넘치는
풍성하고 풍요로운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