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촌부의 단상

IMG_20180920_1.jpg : 촌부의 단상-강아지풀의 추억IMG_20180920_2.jpg : 촌부의 단상-강아지풀의 추억IMG_20180919_4.jpg : 촌부의 단상-강아지풀의 추억[촌부의 단상]
강아지풀의 추억

이제 설다목 산골의 아침은 선선하다 못해 반팔옷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차갑다. 안개가 자욱하고 밤사이
내린 이슬과 안개비가 섞여 그런지 축축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 공기는 상쾌하고 상큼하다. 이곳이 아니면
그 어디에서 이런 공기를 마실 수 있겠는가? 뒷산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 씨앗이 맺혀있는 강아지풀이
눈에 들어온다. 문득 어릴적 생각이 났다. 그 옛날에
아버지께서는 강아지풀에 침을 묻혀서 민물 참게를
잡으셨다. 눈두렁가 물이 나오는 길목에 놓인 돌틈
사이에 참게가 서식했던 같다. 돌틈에다 강아지풀을
넣고 살살 돌리며 꼬여내 집게발로 강아지풀을 무는
순간 왼손으로 참게 등짝 양옆을 살그머니 눌러 잡던
그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참으로 오래된 추억의
한 장면이다. 그 뿐 아니다. 털이 북실북실한 참게가
서너 마리쯤 되었고 발을 엮듯이 참게를 칡덩굴같은
것으로 묶어 촌부에게 들고 가게 했던 기억이 새롭다.
집에 와 참게를 어머니께 드리면 조선간장에 매콤한
풋고추 쫑쫑 썰어넣고 고춧가루까지 뿌려서 짬짤하게
졸여 주셨던 그 참게는 밥도둑이었다. 

강아지풀을 촌부의 고향 남해에서는 강생이풀이라고
불렀던 것 같다. 하도 고향을 떠난 것이 오랜 세월이
지나 긴가민가 하지만 아마도 맞을 것이다. 강아지풀
꽃말이 "동심, 노여움"이라고 하니 때마침 이 촌부의
그 어릴적 동심을 불러 일으키고 아버지가 잡으셨던
그 참게로부터 노여움을 샀던 것은 아닐까 하는 다소
엉뚱한 생각을 꽃말에 연결시켜보게 된다. 섬마을의
바닷가 출신이면서 무슨 민물에 사는 참게 이야기를
하느냐고 할런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섬 "남해" 출신이기는 하지만 고향 마을은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내륙쪽 마을이라서 논농사, 밭농사를
짓는 자그마한 농촌 마을이었다. 학교를 가려면 걸어
가는데 꽤나 시간이 소요되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아래 정포마을 밭길을 거쳐 시냇물 뚝방길을 따라서
걷다보면 바닷가 부근에 용머리라는 커다란 바위가
있는데 겨울날 그곳을 지나면 바람이 얼마나 거세게
불어 추웠는지 모른다. 바닷가 신작로를 따라서 조금
더 가면 3면이 바다에 둘러쌓인 학교가 바로 촌부가
다녔던 곳이다. 지금은 폐교가 된 중현국민학교... 
그 시절 학교가 생각나고 함께했던 친구들이 그립다.
하교길에 바다에서 홀딱 벗고 수영을 했었던 기억에,
용머리 부근 바닷물 배수로 위를 뛰어 건너기를 했던
철부지 아이였고, 정포마을앞 시냇물에서 함께 멱을
감던 친구 대성이와 문옥이는 뭐가 그리도 바쁘다고
우리곁을 훌쩍 떠나가 버렸는지 모르겠다. 강생이풀
이야기를 하다가 홀연 지나간 고향에서의 추억들을
꺼내게 되었네. 이래저래 엉뚱한 촌부를 누가 말릴꼬?

어제 늦은 오후, 비가 올 듯 말 듯 잔뜩 흐려 어두컴컴
하기까지 하였으나 가까운 잣나무숲에 떨어져 있을
잣송이가 궁금하여 그냥 있을 수가 없어 배낭을 짊어
지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설 무렵 아내가 익은 고추를
따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멀리있는 잣나무숲은
가지않고 가까운 곳을 택했다. 거의 한바퀴 돌고 있을
때쯤에 빗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가지고 간 비닐봉투
가득 주웠으니 더 욕심을 낼 필요가 없다. 붉은 고추를
따자는 아내의 말이 생각나서 서둘러 산을 내려왔다.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에 마음이 더 급해졌다.
아내와 함께 플라스틱 양동이 하나씩 들고 고추밭에
들어갔다. 두어 고랑 땄을 무렵에 빗방울이 제법 굵다.
어느새 옷이 축축하다. 이런 날에 익은 고추가 많다.
비가 내려서 옷이 흠뻑 젖더라도 고추를 따는 기분이
너무 좋다며 싱글벙글 하는 아내, 날씨가 좋았더라면
기분이 더욱 더 좋았을텐데 라고 하면서 신나게 땄다.
비를 맞으면서 열심히 딴 붉은 고추를 카페로 가져가
하나하나 물기를 닦아내느라 고추 따는 시간과 거의
맞먹을 만큼 시간이 소요되었다. 쓰잘데 없이 내리는
가을비 때문에 이래저래 고생이다. 오늘 아침도 비가
내리고 내일까지 가을비가 내린다니 한 이틀 실내에
말리다가 햇볕이 좋은 바깥 주차장에서 말려아겠다.
아주 원시적인 방법이지만 크게 고추농사를 짓는 것
아닌 자급자족을 위한 텃밭농사라서 어쩔 수가 없다.
Atachment
첨부 '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2038 촌부의 단상-절기(節氣)값을 하나보다? file 2018.10.08
2037 촌부의 단상-아내의 뜻에 따라... file 2018.10.07
2036 촌부의 단상-가을색 짙어가는 날에... file 2018.10.06
2035 촌부의 단상-산골에 함께 사는 동물들... file 2018.10.05
2034 촌부의 단상-꽃 속에 산다! file 2018.10.04
2033 촌부의 단상-잣송이 팔고, 양배추 얻고, 친구 만나고... file 2018.10.03
2032 촌부의 단상-주인님! 어서오십시오! 2 file 2018.10.02
2031 촌부의 단상-9월을 보내고 10월을 맞는 가을날에... file 2018.10.01
2030 촌부의 단상-책을 좀 챙겨 읽자! file 2018.09.30
2029 촌부의 단상-이런 생일 선물 받아보셨나요? file 2018.09.29
2028 촌부의 단상-아침이 좋은 이유 file 2018.09.29
2027 촌부의 단상-벌써 63회 생일이라네! file 2018.09.28
2026 촌부의 단상-시골같지 않은 모습의 시골 정경 file 2018.09.27
2025 촌부의 단상-이놈들도 명절일까? file 2018.09.25
2024 촌부의 단상-늘 오늘만 같아라! file 2018.09.24
2023 촌부의 단상-명절 밑에... file 2018.09.23
2022 촌부의 단상-명절이 다가오면... file 2018.09.22
2021 촌부의 단상-아~ 가을이구나! file 2018.09.21
» 촌부의 단상-강아지풀의 추억 file 2018.09.20
2019 촌부의 단상-장모님 모시고 병원을 다녀와서... file 2018.09.1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2 133 134 135 136 137 138 139 140 141 ... 238 Next
/ 23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