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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80917_2.jpg : 촌부의 단상-내 아내는...IMG_20180917_1.jpg : 촌부의 단상-내 아내는...[촌부의 단상]
내 아내는...

이 글이 아내의 눈에 들어가는 순간 어쩌면 불호령이
떨어지게 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그래도 한번쯤
촌부의 일기에다 기록을 해놓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내를 알게 된 것이 43년이 되었고 함께 한 솥 밥을
먹고 한 이불을 덮고 자 온 것이 어언 38년이 되었다.
이쯤 되면 이런 글로 아내를 표현하는 것 쯤은 괜찮을
듯 한데... 글쎄? 뒷감당을 하게 될런지 모르겠다.

내 아내는 촌부와는 달리 사교성이 조금은 남다르다.
사회성이 다소 결여되었다고 하면 너무한 표현일까?
남들과 교류를 하거나 소통을 함에 있어 아내는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그런 성격이다. 하지만 폐쇄적인
성격은 아니다. 가족이나 친지, 친구들 외 친분이 없는
사람들과 사귀고 소통하는 것을 좀 꺼리는 성격이다.
오죽하면 이곳에 와서 18년째 생활을 하고 있지만
마을 부녀회 가입은 커녕 누가 누군인지 조차 모른다.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서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마을 행사에도 촌부 혼자서 다닌다. 예전에 아우들과
함께 살던 때에도 우리 세 동서는 마을 사람들과 자주
어울렸지만 아내를 비롯한 세 자매는 거의 교류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내나 처제들이 모나는 성격들은
아니다. 알고보면 참으로 쾌활하고 명랑하며 재밌고
따뜻한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다. 그 중 맏이인 아내는
처제들 보다 수줍음과 부끄러움이 많으며 나서기를
꺼리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마을에
가려면 걸어서 가기에는 좀 먼 거리라 자동차를 타고
가야 한다. 그것이 아내가 마을 분들과 교류를 못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핑계 아닌 핑계일까?

여간해서 남들에게 폐를 끼친다거나 경우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않는 아내, 그 상대가 가족이거나 친구들,
친지들에게는 물론이거니와 남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엊그제 체육대회에 갔다가 오랫만에 골말 사시면서
우리집 건너편 밭에 농사를 지었던 어르신 내외분을
만났다. 얼마나 반가워 하시는지 모른다. 참 오래 전
일을 기억하시면서 그랬다. "색시는 잘 있드래요? 참 
마음씨가 좋고 착한 사람인데 함께 오지 그랬을까?"
라며 손을 잡고 아쉬워했다. 지금 그 밭은 개발이 되어
옆집이 펜션을 하고 있지만 처음 몇 해는 김씨 어르신
내외분이 옥수수, 감자 농사를 지으셨다. 더운 여름날
아내는 그늘도 없는 뙤약볕에서 일을 하시는 두 분을
우리집 데크에 모시고 와서 시원한 물이나 냉커피를
비롯한 음료수를 드리곤 했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아내를 못봤다며 놀러오라고 하셨다. 집에 와 그 말을
전했더니 "그 할머니 나더러 색시라고 하셨어?" 라고
하면서 그때 그 내외분들 생각이 많이 난다며 웃었다.
아내의 웃는 모습이 마치 천진난만한 소녀와 같았다.
내 아내는 이렇듯 고운 마음씨를 가진 착한 사람이다.

요며칠 처남이 공기좋은 곳에서 쉬어간다며 왔었다.
온다는 연락을 받고 아내는 많이 설레이는 눈치였고
무엇을 어떻게 할까 몰라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큰 수술 후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아우라서 그랬겠지?
집에 오면 이것저것 챙겨주고 싶은 큰누이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2박 3일 동안 처남이 머무는 동안
아내는 참 좋아했다. 예전에 처남이 가끔씩 집에 오면
산골살이로 고생하는 큰누나 라면서 꼭 밖에서 밥을
사주고 가곤 했었다. 그렇지만 아내는 하나 밖에 없는
남동생에게 집에서 손수 지은 따뜻한 밥 한끼 해주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비록 별다른 반찬도 없는
시골 밥상 일지라도 정성을 가득 담아서 지은 누이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가끔씩 찔끔거리기도 했었다.
그랬던 아내가 처남이 와있는 동안에 몇 끼의 식사를
차려주었다. 맛있게 잘 먹는 처남 내외를 보며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란다. 멀리 떨어져서 자주 만나며 지낼
수는 없지만 이렇게라도 몇 끼 시골 밥상을 차려 함께
밥을 먹어 너무너무 좋다는 아내의 모습이 보기좋다.
처남은 누나를 걱정하여 밖에서 밥 먹자고 했을테고,
아내는 아우를 생각하는 마음에 밥 한끼 해서 먹이고
싶은 생각이었을테니 오누이의 따뜻한 정을 보았다.
내 아내는 이렇듯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이런 내 아내와 이슬비가 부슬거리는 어제 저녁무렵
밭에서 함께 일을 했다. 이틀째 부슬거리는 가을비에
무우 새싹이 부쩍 자랐다. 이제 튼실한 것만 남겨두고
솎아주어야 하기에 텃바농사 환상의 복식조가 함께 
호흡을 맞춘 것이다. 아내가 솎으면 촌부는 뒷따르며
모종삽으로 흙을 퍼서 북을 돋우는 것이다. 벌레들의
기승으로 다시 뿌린 씨앗이지만 새싹이 돋고 본잎이
자라고 있어서 이제는 자리를 잡고 잘 자랄 것 같다.
촌부는 아내와 함께 밭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일하는 것이 너무 좋다. 또 아내는 요즘 밖에 나오면
스마트폰에 CBS 레인보우라는 음악프로그램 어플을
다운받아 라디오 처럼 음악감상을 하면서 일을 한다.
내 아내는 이렇듯 풍부한 감성을 지닌 사람이다.

오늘은 아내에게는 혼쭐이 나고 남들에겐 팔불출이란
소리를 듣게 되겠지? 그래도 좋다! 내 아내이니까...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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