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올해의 마지막 수박을 따며...
"올핸 60이 넘게 살면서 수박을 제일 많이 먹었네!"
어제 두 덩어리가 남은 올해의 마지막 수박을 따면서
아내가 했던 말이다. 맞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수박을
이렇게 많이 먹어 보기는 정말 처음이다. 그것도 우리
밭에서 손수 기른 싱싱한 수박을 따서 먹는 즐거움과
기쁨 그리고 뿌듯함까지 느끼며 먹는 수박은 더 없는
보람이었다. 한동안 촌부네 냉장고에는 수박이 자리
하였다. 이제 그 수박도 끝물이라 마지막 수박을 따와
빨간 속을 파서 밀폐 용기에 담아 시원하게 먹을 수가
있게 해놓았다. 비싼 수박을 거의 두어 달 동안에 매일
먹었으니 입이 엄청 호사를 누렸다. 더불어 마음까지
흡족하다고나 할까? 지난 여름부터 지금까지 따다가
먹은 수박이 몇 통쯤 되려나? 처음에는 몇 번째이니
하며 갯수를 기억했지만 날이 갈수록 갯수는 잊었고
맛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것에 더욱 더 관심이 쏠렸다.
이제 그런 재미도 끝이 났다. 아내는 내년에도 수박을
그 품종으로 심자고 하면서 신나게 수박 속을 파내고
있었다. 마지막에 딴 수박은 끝물이라 맛이 좀 덜하다.
수박뿐만 아니라 방울토마토도 이제 끝물에 다가온
듯하다. 한창 열리고 익을 때는 하루에 한 봉지씩을
땄지만 이제 서서히 줄어든다. 이틀에 한번씩 따는데
그것도 작은 봉지로 하나이다. 이 방울토마토는 거의
매일 따다가 그냥 먹기도 하지만 수박과 함께 즙을 낸
쥬스로 마시곤 했었다. 열매 채소와 여름 대표 과일인
수박을 함께 거의 매일 먹고 마시는 호사를 누렸는데
이제는 방울토마토 따는 재미도 먹는 즐거움도 모두
내년을 기약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려야 할까보다.
산골살이를 하면서 모든 일상이 다 좋을 수는 없지만
작은 듯하지만 마음에 다가옴이 크게 느껴지는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바로 힐링이며 웰빙이 아니겠는가?
너무 큰 꿈을 펼치면서 모든 것을 의욕만으로 가득찬
모습으로 이것저것 과하고 지나치게 덤벼드는 것은
그저 욕심에 불과한 것임을 오래전 깨우친 촌부이다.
그 이후에는 작지만 알차게, 모자라더라도 내 능력껏,
혹시라도 남을 듯하면 앞뒤 생각않고 이웃과 나누는
마음을 가지고 텃밭농사를 짓고 있다. 바로 그것이야
말로 보람도 찾게 되고, 재미도 있으며, 오래 전부터
꿈꾸던 생활을 실현한 것 같아서 너무나 좋다.
이제 산골에는 가을이 찾아들었나 보다. 오늘 아침은
최근들어 가장 낮은 한자리 숫자 기온이다. 영상9도...
자욱한 안개가 사방을 감싸고 있으며 피부로 느끼는
기운이 서늘하다 못해 한기가 느껴진다. 지난 여름에
그렇게도 기승을 부리던 폭염은 이제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기다리면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되는 것을
온갖 말이나 글로 구박을 하고 질타를 했었구나 싶다.
그때그때의 상황에 너무나 민감한 반응을 하게 되는
것이 다른 여느 생명체와는 다른 우리네 사람들이라
그랬겠지? 이제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