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냉장고 하나 바꿨을 뿐인데...
20년만에 냉장고를 바꿨다. 얼마전 아내는 냉장고가
고장이 나서 A/S를 신청해 기사가 두번 씩이나 다녀
갔으나 워낙 오래된 기종이라 더 이상 부품이 없어서
못 고친다는 진단을 내리고 간 이후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무엇이든 한번 사면 정말 오래 사용
하는 알뜰함이 있는 아내의 성격으로 그럴만도 했다.
"그냥 사면 될 것 아니냐?" 했지만 그 말을 바로 들을
아내가 아니다. 원주에 나가 가전제품 매장을 몇 군데
둘러보며 모델이며 가격 등을 꼼꼼히 시장조사를 한
후에 또 며칠을 더 고민을 하는 눈치였다. 뭘 그렇게도
망설이고 있는지 또 며칠이 지났다. 며칠전 홈쇼핑을
보다가 자고있는 촌부를 깨웠다. "냉장고 이거 어때?"
라고 하여 잠결에 "좋네! 저거 사라!"했더니 아내는
"좀 비싼데..."라며 또 망설이는 눈치라서 벌떡 일어나
"그냥 사자니까! 당신 그러다가 평생 고장난 냉장고를
끼고 살겄다. 그마 신청해라!"라고 했더니만 그제서야
용기를 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4도어를
살까? 5도어를 살까?"라며 선택을 못하고 있었는데
멀리 영주에 살고있는 막내처제가 우리 냉장고 고장난
것을 알고 "언니야! 홈쇼핑에서 냉장고 파네."라면서
전화를 하여 5도어가 좋다고 하여 결국 5도어로 결정
하고 신청을 했었다.
고민 끝에 결정을 한 그 냉장고가 드디어 어제 산골에
도착을 한 것이다. 싱글벙글 좋아하는 아내는 20년간
손때 묻은 이전 냉장고를 이리저리 만지며 아쉬운 듯
"오랜 세월 함께하느라 수고했다."라고 하며 보냈다.
새로 들여온 냉장고는 엄청 크다. 마치 새로 이사와서
짐을 정리하듯 사방에 늘어놓았던 것들을 다 넣었지만
그래도 아직 공간이 많이 남는다. 냉장고를 비우느라
시간을 보내더니 또 새 냉장고에 다 집어넣느라 한참
고생을 하면서도 연신 싱글벙글하는 아내의 모습에서
"이런 것이 살아가는 맛이고 즐거움이구나!"싶어 함께
늦게까지 일을 도왔다. "아내는 이 냉장고를 또 얼마나
쓰게 될까?"하는 생각을 하며...
카페옆 더덕 심은 산기슭으로 올라가는 길목 공터에
해마다 환삼덩굴이 자라고 있다. 일년생 초본식물로
알고 있는데 어찌나 번식력이 강한지 모른다. 해마다
그 범위가 늘어나는 것 같다. 그래서 지난 여름쯤인가
한번 잡았는데 이번에는 더 많이, 더 넓게 퍼진 것이
아닌가?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 전에 해치우는 것이
다음해를 위해 좋겠다 싶어 낫을 들고 또 긴 막대기에
낫을 묶어 걷어내고 베어내느라 곤욕을 치뤘다. 이놈
환삼덩굴은 덩굴식물이면서 잎이며 줄기에 잔가시가
돋아나 있어 여간 성가신 식물이 아니다. 조금만 방심
하면 긁혀서 상처를 입게 되는 못된 놈이다. 지난해의
상처 입었던 기억이 나서 올해는 단단히 무장을 하고
나가서 악전고투를 하며 잡아 해치웠다. 그렇지만 또
촌부를 조롱이라도 하듯이 자라나게 될 것임을 안다.
이놈 환삼덩굴은 한방에서 혈압에 좋은 효능을 갖고
있다고 하여 율초(葎草)라고 한다는데 거친 놈들이
좋은 약효를 갖고 있다 해도 먹고 싶은 마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