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가을 분위기가 나는 듯...
9월이 시작되면서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확 달라졌다.
거의 20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던 기온은 뚝 떨어져서
12~3도에 머물면서 공기는 차가운 느낌마저 든다.
폭염에 견딜 수없다고 아우성 치던 때가 엊그제였던
것 같은데 어느새 아침, 저녁으로 반팔옷이 부담스런
시기가 되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때가 되면 모두 다
지나가게 마련인데 참을성이 없는 우리들은 순간에
너무 집착하는 것이라 이러니저러니 하며 사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간사한 것이 바로
우리네 사람들이라고 했던가?
텃밭농사 중에 그래도 그런대로 잘 되었던 것이 참외
농사였다. 수박과 함께 여름 과일의 대표격인데 이젠
끝난 것 같다. 사방 뻗어가던 넝쿨이 이젠 물기 빠진
모습으로 성장이 멈췄다. 그래도 끝부분은 잎파리가
살아있고 아직 꽃이 피고 열매인 참외가 달렸있기는
하지만 더 이상은 자라지 않을 것만 같고 어느 정도쯤
자란 것도 밑부분이 썩는 것이 있어 모두 다 따왔다.
그냥 두면 익지도 않고 썩어버릴 것 같아 너무 아까운
생각에서 그랬는데 잘했다고 칭찬을 들었다. 덜 익은
참외로 장아찌를 담그면 더 좋단다. 예전에도 끝물에
딴 참외로 장아찌를 담근 기억이 나고 사각사각 아주
맛있게 먹었던 생각이 난다. 여름내 노랗게 잘 익어서
우리들에게 좋은 먹거리가 되어주었으니까 고맙기도
하지만 이제는 다음해를 기약해야 하니 좀 서운할걸...
예전 시골 마을을 지나가거나 할 때 볕이 잘드는 곳에
호박이나 무우, 가지를 썰어 오가리를 말리는 정경을
보면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었다. 아마도 가을이 다가
올 무렵의 시골 정경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바로 그
정경을 우리가 재현하고 있다. 아내가 애호박, 가지를
썰어 채반에 가지런하게 담아 햇볕이 잘 드는 장작집
위에 널어놓고 말리고 있다. 우리가 밭에서 기른 열매
채소를 제철이 지나 채소가 귀한 겨울을 위한 채비를
하는 것이다. 오가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노랗게 잘 익은 호박을 썰어 말라 호박 오가리가
생각난다. 예전에 어머님 살아 생전에는 익은 호박을
오가리로 말려 달달한 호박이 씹히며 맛좋은 호박떡을
만들어 주시곤 했었는데... 밭에서 익은 호박을 따오고
아내가 오가리를 만드느라 널어놓은 애호박과 가지를
보니 문득 어머님 생각에 눈시울이 적셔졌다. 그립다!
어제 저녁무렵 아내와함께 봉평 읍내에 잠시 다녀왔다.
작은 밭에 모종을 심은 배추잎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벌레가 뜯어먹어 모종을 사다 더 심을까 싶어서
종묘상에 들리고 또 그제 시작한 메밀꽃 축제라고도
불리는 효석문화제 구경도 할겸 나갔다가 왔다. 이제
끝이 난 배추모종이라서 못사고 잠시 축제가 열리는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왔다. 우수축제라고 하더니 꽤
많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아내와 손을 잡고 걷다가
마을 아우네 식구들을 만났다. 그냥 심심해서 구경을
나왔단다. 지난 여름날 가뭄에 양수기로 물을 퍼다가
다친 손이 아직 덜 나아서 붕대를 감고 있었다. 고생을
많이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김장 배추는 마을 아우네
에게 부탁을 했다. 배추 모종이 없으니 어쩔 수가 없다.
농약을 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지만 농약을 치느니
배추농사를 포기하고 차라리 그 자리에는 무우 씨앗을
뿌려 놓기로 하였다. 쓸데없는 촌부의 고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