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2,000일을 이어온 내 삶의 기록들
18년째 산골살이를 하며 산골 촌부로 살아가는 하루
하루의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그날그날
일기 형식으로 기록하고 있는 것이 "촌부의 단상"이다.
문득 어제 아침에 동창 사이트에 글을 올려놓고 보니
그 기록이 어언 2,000 꼭지가 되어 있는 것 아닌가?
지나온 2,000일을 이어온 내 삶을 기록한 일기라서
감회가 새롭고 뿌듯하여 혼자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자기 반성이고 지난 일상에 대한
시행착오를 다시금 겪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 살아갈 날을 생각할
시간도 모자라는데 무슨 지난 과거를 추억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할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더 지배적이라서 매일 아침마다 늘
빠짐없이 기록으로 남기고 있는 것이다. 때론 후회와
반성, 기쁨과 슬픔, 고통과 아픔까지도 나의 기록에는
모두 들어있다. 사람이 살아가며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반성도 하고 후회도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촌부의 단상에는 산골살이를 하며 겪는 온갖
종류의 소소한 일들까지 모두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일기쓰기는 촌부의 오래된 습관이고 버릇이며 하루의
일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이야 하도 좋은
세상이라 노트북이 있고 스마트폰이 있어 종이로 된
일기장에 필기도구로 쓰는 수고로움은 덜었다. 다만
정감이 있고 당시의 손글씨를 볼 수 없음이라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것이 옥에 티면서 흠이라면 흠이겠지?
장단점은 어디에나 있는 법, 그것은 편리함과 맞바꾼
결과라고나 할까? 언제라도 볼 수 있음은 마찬가지...
오래되어 색이 바랜 일기장을 가끔씩 꺼내 읽어보면
당시의 기분이나 감정이 글씨에 나타나 있어 재미가
있고 흥미롭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은 손글씨로 일기
쓰는 것이 번거롭고 귀찮아 그냥 스마트폰으로 쓰고
가끔 노트북을 이용하고 있으니 촌부도 현대문명에
길들여진 어쩔 수 없는 평범한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잠시 잠깐 소풍을 나온 것이 우리네 인생살이라 했다.
하지만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식생활이 풍족한 요즘,
100세 시대라고 하여 예전에 비해 노년이 많이 길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우리네 인생살이 소풍길에
이러쿵저렁쿵, 미주알고주알, 횡설수설(橫說竪說)한
것이 촌부의 단상인데 지나고 보니 2,000개의 작은
돌멩이를 하나씩 쌓아 돌탑을 쌓아놓은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자기만족에서 오는 희열이라고 해야겠지?
1592년부터 1598년까지 임진왜란 중 500여 쪽에
달하는 진중 상황을 기록한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亂中日記)와 비교를 해서도, 비교할 수도 없겠지만
나름 소신을 갖고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꾸준히 5년
반을 기록해오고 있는 촌부의 끈질긴 인내심 만큼은
이순신 장군님의 생각과도 비슷한 것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보고 있는 촌부는 오늘도 이른 아침
잠에서 깨자마자 텃밭을 돌아보고 단지를 서성이다
집에 들어와 이렇게 일기를 쓰고 있다. 언제까지 쓰게
될지는 모르지만 이 버릇은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다.